“아침은 왕, 점심은 서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12.08 16: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하루 세 끼 표준 밥상 / 흰 쌀밥을 현미나 잡곡밥으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시사저널 임영무


유명 호텔에서 큼지막한 스테이크를 먹어도 왠지 허전하다는 사람이 많다. 더운 여름이라도 땀을 흘려가며 뜨거운 음식을 먹고 이를 쑤시며 식당 문을 나서야 비로소 잘 먹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인은 속이 쓰려도 매운 음식을 먹어야 먹은 것 같다고 여긴다. 수십 년 동안 몸에 밴 이런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맵고 짠 음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고춧가루와 소금이 없는 음식은 밍밍하기만 하다.

건강을 생각해서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수천만 원을 들여 고급 헬스클럽에 다닌다. 그러나 돈 한 푼 들지 않는 식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음식·영양 전문가들은 운동보다 식습관 개선이 건강의 우선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식습관 변화의 첫걸음은 흰 쌀밥을 현미나 잡곡 밥으로 바꾸는 일이다. 쌀은 정제 과정에서 비타민B1, 마그네슘, 아연 등이 사라진다. 흰 쌀밥은 현미나 잡곡 밥에 비해 먹기에는 편하지만 영양가는 빠진 쭉정이에 불과하다. 모든 반찬과 국, 찌개에 사용하는 소금·간장·된장·고추장의 양을 줄이는 일도 중요하다. 채소 섭취를 늘려가면서도 단백질 섭취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단백질은 돼지, 소, 닭뿐만 아니라 생선, 달걀, 두부, 콩으로 섭취할 수 있다. 콩류나 난류 등 다양한 단백질원을 찾아야 한다.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 것은 기본이다. 많은 사람이 아침과 점심보다 저녁을 거하게 먹는다.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서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는 전문가들과 1백80˚ 다른 식습관이다. 아이의 아토피 증세 때문에 식습관과 생활 환경을 바꾸었다는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는 “나는 현미, 발아현미, 찹쌀현미, 흑미 등을 혼합한 쌀 40%, 보리 20%, 검은콩, 흰콩, 강낭콩 등 콩류 20%, 팥 10%, 율무, 수수, 조 등 다른 잡곡 10%를 섞어 먹는다. 입에 거친 음식이 몸에는 좋다. 입에 부드러운 음식과 몸에 좋은 음식 중에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라며 건강을 위한 식습관 변화를 주문했다. <시사저널>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하루 세 끼 표준 밥상을 마련했다.

[아침 식사] 밤 동안 수면을 취하므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전날 저녁 식사 후 아침 식사 때까지 거의 15시간 동안 우리 몸은 에너지 고갈 상태에 이른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 에너지 공급이 장기간 중단되므로 우리 몸은 지방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젖산 등이 생성되므로 몸은 쉽게 피로해진다. 위염, 장염 등 각종 질병의 발병률도 높아진다. 

아침 식사는 무엇보다 뇌 활성에 도움을 준다. 포도당으로 쉽게 전환되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이롭다. 현미나 잡곡 밥이 좋다. 아침을 많이 먹으면 배가 더부룩하고 활동에 지장이 생긴다. 밥으로 치면 3분의 2 공기가 적당하다. 국으로는 배추된장국이나 시래깃국이 좋다. 반찬으로 김치, 나물, 김, 생선조림, 고추 멸치조림, 검은콩조림 등은 자극적이지 않아 위장을 편하게 한다.

아침에 밥을 먹는 것이 힘들면 죽이나 통밀빵으로 대신할 수 있다. 율무죽, 검은콩가루죽, 팥죽 등이 있다. 죽만으로는 영양 공급에 차질이 생기므로 당근, 토마토, 오이, 양배추, 셀러리, 브로콜리, 상추, 케일 등 채소를 이용한 샐러드를 곁들이면 비타민과 무기질, 식이섬유를 보충할 수 있다. 통밀빵을 먹을 때에도 채소 샐러드, 저지방 우유, 수프, 주스 등과 함께 먹어서 영양분을 보충해야 한다.

비만을 걱정해서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침 식사는 지방 섭취를 감소시키고 충동적으로 먹는 간식을 줄여주므로 오히려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사람이 식사를 한 사람보다 더 비만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점심 식사] 전문가들은 점심을 잘 먹으라고 권한다. 점심 식사는 오전의 피로를 풀어주고 오후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중요한 절차이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좋다. 그렇다고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으면 지방이 많아 소화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고 책상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에게 육류 중심의 점심 식사는 오후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육류 대신 생선이나 콩으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닭고기, 고등어구이, 꽁치구이, 부두 중에서 입맛에 맞는 것을 찾으면 된다. 열량이 낮은 식품이라도 기름에 튀기면 열량이 높아지므로 굽거나 찐 것이 좋다.

현미나 잡곡 밥에 두부된장국이나 쇠고기무국을 갖추면 바람직하다. 여기에 시금치, 오이, 미나리, 가지, 더덕무침 등 제철 채소 반찬을 갖추면 된다. 직장인은 동료와 함께 외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곳의 식당을 정하기보다 청국장, 등 푸른 생선, 두부 등을 파는 식당을 번갈아가며 이용하면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저녁 식사] 저녁 시간은 하루의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인 만큼 에너지 필요량이 적다. 저녁을 필요 이상 섭취하면 대부분 체지방으로 쌓인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낮보다 저녁에 섭취하는 것이 체내 지방으로 더 많이 축적된다. 흰 쌀밥, 흰 빵, 떡, 쿠키, 케이크, 삶거나 구운 감자, 콘플레이크, 콜라, 건포도, 수박 등은 쉽게 소화되어 혈당이 급하게 오른다. 금방 배가 고파져 늦은 저녁에 간식거리를 찾게 된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음식을 먹어야 다음 날 아침까지 배고픔을 줄일 수 있다.

현미나 잡곡 밥에 미역국이나 쑥국, 청국장찌개가 피를 맑게 하고 속을 편하게 한다. 마늘, 부추, 양파 등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은 아침과 점심에 먹으면 대화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저녁에 먹는 것이 좋다. 배, 복숭아, 오렌지, 배추, 시금치, 브로콜리, 양파, 두유 등은 우리 몸에서 소화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식품이므로 저녁 식사에 적합하다.

사과와 포도는 열량이 높으므로 피하는 편이 좋다. 저녁 식사를 오후 6시 이전에 마치면 체지방이 쌓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간식] 간식은 저지방 우유, 치즈, 요구르트, 과일, 채소, 전곡으로 만든 시리얼 등이 유익하다. 특히 제철 과일이 좋다. 여름철에는 딸기와 수박, 가을에는 사과와 포도, 겨울에는 귤과 밤이 좋은 간식이다.

감자칩, 아이스크림, 튀김, 순대 등 감미료가 들어간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식품은 영양소는 부족하고 열량이 높다. 식사 시간을 불규칙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표준 식단을 아무리 잘 짜도 실천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친다. 식습관은 말 그대로 습관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이 습관이고, 한번 몸에 배면 실천하기가 어렵지 않다. 김미경 국립암센터 기초과학연구부 박사는 “좋은 식단을 제시해도 일반 대중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언뜻 보면 제시한 식단과 본인의 식단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국민을 상대로 식습관 변화 교육을 해보아도 실제로 식습관을 바꾼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라며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한 식당에서 한겨울에 먹을 김장 김치를 담그며 배추에 속을 넣은 것을 들어보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참고 서적: <조화로운 밥상> <가난한 밥상> <마흔의 밥상> <키친로망>)

한 식당에서 한겨울에 먹을 김장 김치를 담그며 배추에 속을 넣은 것을 들어보이고 있다.


채소·과일은 날마다…고기는 기름 떼고

직장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

권장 사항 

▶골고루 먹을 것.

곡류는 다양하게 먹는다. 여러 가지 색깔의 채소를 매일 먹는다. 다양한 제철 과일을 매일 먹는다. 간식으로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유제품을 먹는다. 가임기 여성은 기름기 적은 붉은 살코기를 적절히 먹는다.

▶활동량을 늘리고 건강 체중을 유지할 것.

일상생활에서 많이 움직인다. 매일 30분 이상 운동한다. 건강 체중을 유지한다. 활동량에 맞추어 에너지 섭취량을 조절한다.

▶청결한 음식을 먹을 것.

식품을 구매하거나 외식할 때 청결한 것으로 선택한다. 음식은 먹을 만큼만 만들고, 주문한다. 음식을 만들 때는 식품을 위생적으로 다룬다. 매일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한다. 밥과 다양한 반찬으로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한다.

 

제한 사항 

▶짠 음식을 피하고 싱겁게 먹을 것.

음식에 소금, 간장 등을 적게 사용한다. 국물을 짜지 않게 하고 적게 먹는다. 소금, 간장을 더 넣지 않는다. 김치를 덜 짜게 해서 먹는다.

▶지방이 많은 고기나 튀긴 음식을 적게 먹을 것.

고기는 기름을 떼어내고 먹는다. 튀긴 음식을 적게 먹는다. 음식을 만들 때 기름을 적게 사용한다.

▶술을 마실 때 양을 제한할 것.

남자는 하루 2잔, 여자는 1잔 이상 마시지 않는다.

(자료 : 보건복지가족부)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