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보내는 전파에 한국인도 주파수 맞춘다
  • 김형자 | 과학칼럼니스트 ()
  • 승인 2009.12.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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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SETI@HOME 프로젝트 ‘세티 코리아’ 가동…독자적으로 아주 짧은 신호 찾아나서

ⓒ일러스트 허경미


세티(SETI-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와 관련해서 보면 2009년은 특별하다. 외계에서 오는 ‘인공 전파’를 잡아 외계인을 찾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담은 논문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지 올해로 50년이 되었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통해 혹시 있을지 모를 외계인에게 지구 문명의 메시지를 날려보낸 지도 35년이 되는 해이다. 또, 우리나라가 세티 코리아 프로젝트를 선포한 해이기도 하다.

SETI의 시발점은 ‘오즈마 프로젝트’Ozma Project)이다. 1960년 4월, 미국의 드레이크 박사가 웨스트버지니아 주 그린뱅크 근처에 지름 25m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하고 고래자리 타우 별과 에리다누스자리 엡실론 별에서 오는 ‘지능 있는 전파’를 수색하는 데 나섰다. 이렇게 시작된 오즈마 프로젝트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여왕의 이름을 따왔지만, 마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드레이크 박사는 우리 은하계에서 통신을 하는 문명의 수가 얼마인가를 계산하는 방정식까지 만들었다.

SETI의 기본 개념은 단순하다. 거대한 전파망원경에 잡힌 우주의 온갖 전파 속에서 소수(素數)라든가 특정한 반복 패턴을 보이는 신호 같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전파 신호를 가려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왜 전파로 확인하려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발달된 문명을 갖춘 외계인이라면 지구인처럼 전파를 소통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고, 그 전파는 외계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주로 튀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몸을 끌고 우주로 나아가기에는 별들이 너무 멀기 때문이다. 태양계를 벗어날 로켓의 동력원으로 수소연료를 쓴다면 태양계 전체의 수소를 다 소비해야 한다. 유인 우주선을 띄운다면 현재 인간의 수명으로는 목성까지만 갈 수 있다.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코스모스(Cosmos)>에서 드레이크 방정식을 이용해 우리와 같은 지적 생명체가 적당한 환경에서 발생해 우리와 통신할 확률을 계산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1천억개의 별이 모여 있는 우리 은하에 10개 정도는 문명 세계를 만들어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확률은 너무나 작은 것이어서 어쩌면 지구인의 존재만으로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SETI 계획에 5년 동안 2천만 달러를 투입해 태양과 같은 항성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지구인이 찾아낸 것은 공식적으로 아직 아무것도 없다. 존재 여부조차도 모르는 상태이다. 그래서 한때 SETI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계획 같은 엉터리 프로젝트에 돈을 낭비한다’라는 미국 의회의 비난에 따라 NASA로부터 받아온 연구비가 끊겨 계획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다.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전파 신호를 PC 활용해 분석

그러나 오늘날 SETI 프로젝트는 SETI@HOME으로 확대되어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전파 신호를,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PC를 활용해 분석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외계인 신호’를 발견하려는 과학자들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계산 능력의 한계였다. 외계인을 찾기 위해 전파망원경이 하루에 수집하는 전파는 약 2천8백만개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쌓이는 막대한 전파를 분석해낼 만한 슈퍼컴퓨터는 현재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SETI@HOME 프로젝트이다. 하나의 슈퍼컴퓨터 대신 전세계의 PC를 연결해 자료를 분산해 분석하면 슈퍼컴퓨터와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이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PC에 설치해놓으면, PC가 쉬고 있는 시간에 화면보호 상태에서 자동으로 전파 자료를 받아 분석해 보낸다. 때문에 컴퓨터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컴퓨터가 많을수록 외계 생명체를 찾을 확률은 그만큼 올라간다. 실제 미국이 주도하는 SETI@HOME에는 현재 전세계에서 8백50만대의 컴퓨터가 가입해 있고, 참여 인원이 하루에 3천명꼴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이 2004년 SETI 연구소에 1백50만 달러(약 100억원)라는 거액을 기부해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을 구입했다. 이러한 효과로 SETI 프로젝트는 ‘1초에 10조 번’이라는 놀라운 연산 능력이 가능한 자원을 확보했다. 28만년이 소요될 계산 분량을 1년 만에 해내는 성과를 이룩했다. SETI 프로젝트는 지금, 지름 3백5m의 세계 최대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통해 하늘의 구석구석을 탐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무수한 전파들을 해석하는 일은 지구상에 별처럼 흩뿌려진 자원자들이 한다. 이들은 외계인과 교신할 수 있는 확률적인 시한을 2025년으로 보고 있다. 그 계산은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이루어졌다.

올해부터 한국형 세티 연구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10월31일에 깃발을 올린 ‘세티 코리아 프로젝트(KoreaI@Home)’가 그것이다. 서울, 울산, 제주에 있는 지름 21m짜리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가동해 외계인의 전파를 잡아낼 계획이다.

초고속 인터넷망 활용, 초고성능 그리드 컴퓨팅 구축할 수도

한국 전파망원경의 안테나 지름은 미국 안테나 지름 3백m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외계 탐사용 미국 전파망원경은 한 대뿐이어서 세 대를 운용하는 한국측이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세티 코리아의 또 다른 특징은 주기가 짧은 인공 전파를 찾는다는 것이다. SETI@HOME은 2백 광년 거리 안에 있는 약 1천개의 태양과 비슷한 별에서 오는 전파를 조사한다. 포착하는 전파는 1천2백?3천MHz의 마이크로파. 이 대역은 자연적으로 우주에서 생성된 전파가 적기 때문에 다른 기술 문명이 교신을 시도한다면 쓸 가능성이 크다. 이 대역을 1헤르츠(Hz) 단위로 잘게 쪼개 약 30억개의 채널을 분석해 외계인의 전파 신호를 찾는다. 반면, 세티 코리아 프로젝트는 100만분의 1초부터 0.1초 사이의 지속 시간을 유지하는 아주 짧은 전파신호를 찾는다. 이러한 짧은 시간 주기 영역은 아직 체계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독자적인 세티를 구상할 수 있게 된 것은 각지에 깔린 초고속 인터넷망 때문이다. 전파망원경이 모은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세티 연구에서는 슈퍼컴퓨터 이상의 성능을 내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인들의 PC를 서로 연결한 국내 초고속 인터넷망은 슈퍼컴퓨터 몇 대를 합친 것보다 더 엄청난 성능의 그리드 컴퓨팅을 구축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바탕이 될 것이다.

일반인은 PC에 이 전파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한국형 세티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다. 내 PC로 외계인을 찾아낼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혹시 아는가. 어느 날 ET가 보낸 신호가 당신의 노트북을 두드릴지…. ‘SETI 코리아’는 비록 외국보다 수십 년 늦게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IT 강국 장점을 활용해 외계 어딘가에 있을 지적 생명체의 신호를 찾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지난여름 ‘현실로 다가오는 UFO의 비밀과 밀레니엄 대탐험전’에서 선보인 외계인들의 모습. ⓒ연합뉴스

외계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가정할 때, 과연 그들의 외모는 어떤 모습일까. 공상과학영화 <에이리언>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외계인은 머리만 클 뿐 인간처럼 행동한다. <인디펜던스 데이>에 나오는 외계인은 오징어 모양의 기묘한 머리에 손가락과 발가락이 달려 있다. <E.T.>의 외계인은 우스꽝스런 모습의 땅딸보이다. <E.T.>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아마도 모든 SF영화, 소설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외계인 캐릭터일 것이다.

문어와 비슷한 모습의 외계인을 처음으로 생각해낸 사람은 H.G. 웰스이다. 그가 그려낸 화성인의 머리 지름은 1.2m나 되는데, 그 이유는 진화를 거쳐 뇌가 고도로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왜소한 몸은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 둥둥 떠다녀 몸을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몸집이 매우 작은 가분수 형태의 외계인을 상상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외계인이 흉포하게 묘사되는 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외부의 존재를 경계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항상 우주를 동경하고, 외계인을 만나고 싶어 하며, UFO(Unide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 비행 물체)에 열광하는 겉모습과는 다른 속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외계인이 우리와 같은 환경에서 살아왔다면, 우리 지구의 생명체와 어느 정도 비슷한 특징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가령 물에 사는 외계인들 중에 빨리 움직이는 종류는 물고기처럼 유선형일지 모른다. 그래야 물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계인들은 좌우 대칭이나 방사 대칭을 이루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균형을 잡고 움직이는 데 무리가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의 신경계는 집중식이다. 즉, 뇌처럼 한곳에 신경이 집중된 부위가 있고, 이 부위가 몸의 다른 신경들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하등 무척추동물의 신경계는 분산식이다. 즉, 뇌 같은 것이 없이 몸 전체의 신경들이 그물처럼 퍼져 있다.

만일 외계인이 우리처럼 먹고 먹히는 관계에 있고, 자외선이나 불과 같은 위험한 자극을 피하면서 살아야 한다면, 비록 다르기는 하겠지만 그들에게도 신경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또, 고도 문명을 이룩한 외계인은 집중식 신경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고도 문명에는 필연적으로 언어, 협동, 갈등 등이 수반되며, 그런 일들은 신경을 집중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구인과 매우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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