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창부수’ 화음 빛내는 한국의 ‘파워 커플’들
  • 정락인 기자·이경희 인턴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11.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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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경구·송윤아 부부 2. 이태운·전효숙 부부 3. 김택진·윤송이 부부 4. 김재열·이서현 부부


세기의 연예 커플이 탄생할까. 지난 11월6일 영화배우 장동건씨(37)와 고소영씨(37)가 열애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연예계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네티즌들은 한국의 ‘브란젤리나’(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가 탄생했다며 벌써부터 2세의 합성 사진까지 만들어서 공개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다”라고 말해 ‘세기의 연예 커플’ 탄생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으로 불린 두 톱스타가 결합할 경우 ‘준 재벌급’ 커플이 탄생할 것이라며 세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연예계에서 고소영씨는 ‘부동산 재벌’로 불리는데, 실제 강남 청담동에 시가 100억원대의 빌딩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건씨 역시 자신의 소속사인 AM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이다. 혼자 100억원을 벌 정도여서 재산이 고소영씨 못지않다.

상품 가치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으로 보인다. 외모와 연기력까지 겸비한 두 사람에게는 ‘CF 스타’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연예계 데뷔 이후 지금까지 특A급의 개런티를 받는 톱스타 모델로 군림했다. 만약 두 사람이 결혼할 경우 ‘부부 광고모델’로 대박은 떼놓은 당상이다. 벌써부터 광고계에서는 두 사람을 모델로 내세우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파워맨과 파워우먼이 만나 결혼한 사례가 여럿 있다. 각 분야에서 정상급 자리에 있는 ‘파워 부부’들로는 누가 있을까.

지금까지 짝을 맺은 수많은 연예계 스타 중 ‘설경구·송윤아’ 부부는 영화계의 빅 커플로 불린다. 두 사람은 영화를 함께 찍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2년 영화 <광복절 특사>를 촬영하며 처음 만났고, 2006년 멜로 영화 <사랑을 놓치다>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었다.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는 영화계의 ‘선후배’ 사이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사랑이 싹튼 것은 지난 2007년 가을이다. 결혼 발표 당시 부인 송씨는 “두 편의 작품을 같이했지만 그때만 해도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한참 후에 다시 만나게 되었고, 교제를 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설경구씨는 재혼이다. 연극배우 시절인 지난 1999년 연극계 선배의 여동생과 결혼했으나 2006년 초 4년간의 별거 끝에 협의 이혼했다. 송윤아씨와 영화 <사랑을 놓치다>를 찍을 때부터 부인과 별거 중이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결혼이 발표된 후 설경구씨의 이혼 사유가 “송윤아씨 때문이다”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이런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 결혼했다. 결혼 직전 송윤아씨가 입을 웨딩드레스가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 뉴욕의 매디슨 애비뉴에 부티크를 둔 명품 브랜드인 ‘오스카 드 라 렌타’(Oscar de la Renta)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올해 12월에는 나란히 스릴러 영화의 주연으로 나선다.

준 재벌급 부부에서 천재급 부부까지 다양

▲ 이윤우·최형인 부부(왼쪽).이찬진·김희애 부부(오른쪽).

영화배우와 기업인이 만나 ‘파워 부부’로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사례는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영화배우 김희애씨 커플이다. 두 사람은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났다. 김씨의 형부가 중매인이 되었다. 이찬진 대표는 김씨 형부의 서울대 후배였다. 이씨가 김씨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주면서 가까워졌고, 결국 1997년에 결혼했다. 당시 ‘한국의 빌게이츠’로 불리던 이씨와 최고 주가를 올리던 여배우와의 만남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잉꼬 부부로 살며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라는 유명세를 지켜가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천재급 부부’로 통한다. 김택진 대표는 서울대 공대 재학 시절 ‘한메 타자’ ‘아래아 한글’ 같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서른한 살의 나이에 엔씨소프트를 창업했다. 김대표는 ‘리니지’를 개발해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으로 성공시켰다. 윤송이 부사장은 카이스트를 2년 만에 졸업하고, 미국 MIT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천재 소녀’라는 별칭을 얻었다. 윤부사장은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상무로 선임되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0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부사장은 SK텔레콤 상무이면서 엔씨소프트 사외 이사를 맡았다. 두 사람의 연애설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2년 후인 2006년 7월이다.

이때 윤부사장은 엔씨소프트의 주식 4천주를 스톡옵션으로 받는다. 이듬해인 3월 윤부사장이 사외이사 보수로 1억11만원을 받으면서 결혼설이 나돌았다. 그리고 2007년 드디어 결혼하기에 이른다. 김택진 대표는 영화배우 설경구씨와 마찬가지로 재혼이다. 김대표는 지난 2005년 전 부인 정 아무개씨와 이혼했다. 이때 위자로 명목으로 엔씨소프트의 주식 35만6천4백61주(약 3백6억원)를 증여했다. 거액의 위자료는 당시 IT업계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엔씨소프트의 최고전략책임자(CSO)이자 부사장이 되었다. 그는 지난 3월 엔씨소프트의 신작 게임 ‘아이온’ 출시일에 맞춰 사외이사 선임 후 받았던 4천주의 스톡옵션을 포기하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아이온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천재들의 결합’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경제적 가치로만 따진다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와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 커플을 빼놓을 수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차녀인 서현씨와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의 차남인 재열씨는 지난 2000년 결혼했다. 국내 최대 재벌가의 딸과 최대 언론재벌 아들의 결혼은 세간에 화제를 뿌렸다. 김전무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중학교 동기 동창이다. 김전무는 한때 글로벌 기업에서 일했으나 2002년 제일기획에 입사하면서 ‘삼성맨’이 되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형인 한양대 교수 커플은 경제계와 예술계가 만난 사례이다. 최형인 교수는 고 최경환 전 경동산업 회장의 큰딸이다. 이부회장은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부인을 잃었다. 최교수와 만난 것은 사고 다음 해인 1996년이다. 이부회장의 지인이 최교수를 소개했다. 그리고 이부회장의 둘째딸이 연극과에 가겠다고 하자 최교수가 연기 선생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가까워졌다.

최교수가 둘째딸의 연기를 가르치면서 이부회장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결국, 이런 인연으로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다. 최교수는 마흔여덟의 나이에 1남2녀의 엄마가 되었다. 당시 아이들은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결혼 후 처음에는 재혼 가정이 겪는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잘 자랐다. 두 딸은 결혼해서 분가했고, 아들은 최교수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이부회장과 최교수는 회사나 학교 일은 절대 집에 들고 오지 않는다고 한다.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이 사별의 아픔과 재혼의 갈등을 잘 이겨내고 화목한 가정을 이룬 밑거름이 된 듯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송현옥 세종대 교수는 정치인과 예술가 커플이다. 송교수의 부모와 형제들은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아버지는 조각가인 고 송영수 서울대 교수이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난 후 스물네 살 때인 지난 1985년에 결혼했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두 사람의 애틋한 연애담(46쪽 상자기사 참조)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오시장과 송교수는 슬하에 주원(이화여대 무용과)·승원(이화여대 사회과학 계열) 두 딸을 두고 있다. 연극 연출가인 부인 송씨와 무용수인 딸 주원씨는 <폭풍의 언덕>과 <세 여자의 접시 쌓기>에서 연출가와 무용수로 일하기도 했다.

법조계에 여성 진출이 활발하면서 법조 커플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라이벌이자 동반자 관계이다. 최근 법조 커플이 늘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고시 공부를 하면서 사법연수원이나 근무처에서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하는 법조계만의 특징 때문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과 김재호 대전지법 서산지원장 커플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이들은 고시 공부를 하면서 인생의 동반자가 되 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나란히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나의원이 지난 2002년 9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특보를 맡으면서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다. 김지원장은 나의원이 서울 중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자 선거운동을 돕는 등 적극적인 외조를 해왔다. 나의원과 김지원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데, 딸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나의원은 장애아의 엄마로서 장애인 권익에도 앞장서고 있다.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연구단체 ‘장애아이 Wc Can’을 만드는 등 각종 장애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나의원과 김지원장은 딸의 장애를 비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애아를 돕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장애아를 두고 있는 부모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결혼 후 어떤 가정 꾸리느냐에 따라 희비 교차하기도

강지원 변호사와 김영란 대법관은 대표적인 법조 커플이다. 강변호사는 행정고시 합격 후 사법고시에 수석 합격한 수재이다. 지난 1982년 결혼 당시 ‘최초의 검사와 판사 부부’라는 이유로 결혼식 장면이 텔레비전 뉴스에도 나왔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지난 2006년 여성신문이 ‘평등 부부’로 선정했을 만큼 부부애가 남다르다. 강변호사는 대법관인 부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직을 사퇴하고 방송 활동까지 일절 중단하는 등 굳은 ‘외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두 딸을 모두 대안학교에 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큰딸은 전남 담양에 있는 대안학교 한빛고교를 마치고 미국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둘째딸은 분당에 있는 이우학교를 졸업했다. 강변호사는 청소년보호위원장을 맡는 등 청소년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왔다.

이태운 서울고등법원장과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은 법조계 빅 커플이다. 이들은 지난 2001년 서울고법 첫 부부 부장판사가 되면서 법원 내부에서는 ‘부부 고등부장 1호’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부인인 전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06년 9월 당시 헌법재판소장에 내정되었으나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여성 최초 헌법재판소장’이 되지는 못했다.

남편 이태운 서울고법원장은 온화하면서도 쾌활한 성품으로 법원 내부에서 높은 신망을 얻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 부장 시절에는 대형 회사의 경영권 분쟁, 지적재산권 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된 중요 사건들을 무리 없이 처리했다고 평가받는다. 광주고법원장으로 근무할 때는 독거 노인 및 소년소녀 가장 돕기 김장 담그기 행사를 했고, 대전고법원장으로 있을 때는 매월 법관 및 직원들과 야간 등산 행사를 하기도 했다. 순천고와 순천여고를 졸업한 두 사람은 향우회와 연수원 생활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 파워 커플이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결혼한 파워 커플들이 어떤 가정을 이루고 사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은 극명하게 다르다. 또한, 커플들의 상품성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연예인 커플의 경우 결혼하고 CF에 동반 출연했다가 이혼한 후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연정훈(영화배우)-한가인(영화배우), 션(가수)-정혜영(영화배우) 부부 등은 화목한 부부 관계를 이어오면서 오히려 상품 가치를 높인 사례이다. 성악가인 이현섭-김수진 커플은 이탈리아 명문 산타첼리아 음악원 출신으로 유학 시절 선후배로 만나 1998년 결혼했다. 이들 부부는 2004년 귀국한 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문화나눔사업에 지원했다. 그 뒤 지금까지 지역 아동보호시설에서 음악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자선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계, 재계, 법조계, 의료계 등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파워 커플이 각자의 자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도 배우자의 조력자로 나서는 모습은 건강한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라이벌이자 동반자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윈-윈하는 모습이 일반 대중들에게 이상적인 모습으로 인식될 수 있다. 요즘은 연애에는 관심 없다는 ‘건어물녀’나 ‘초식남’ 등이 대세이다. 파워 커플들이 건강한 부부 관계를 보여주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은 젊은이들의 결혼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사회에 훈풍을 불러일으키는 파워 커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대중에게는 로맨스를 꿈꾸는 욕망이 있다. 현실 세계의 욕망이 파워 커플을 통해 충족된다. 그래서 이상적으로 생각되는 남녀의 만남에 환호를 보낸다. 여성지 등 언론에서 이런 커플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면 대중의 환호가 더 커지고 이 커플들이 다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면서 선순환이 일어난다. 파워 커플이 대중들에게 환상을 안겨주고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파워 커플이라는 것이 학벌·권력·외모·재력의 결합 등으로 인식되고 대중이 이것에 환호하는 것이라면 경계해야 한다. 또 하나의 권력이 되거나 사회적 특권화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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