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으로 룸살롱에 카드깡까지…대한체육회, ‘비리 종합경기장’ 되나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11.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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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5년 만에 ‘감사 결과 처분 요구서’ 내놓아 주목…영수증 조작에 개인 횡령 의혹도 불거져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한체육회 건물. ⓒ시사저널 박은숙

대한체육회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킬 만한 자료가 공개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에게 제출한 대한체육회 종합 감사 자료 ‘감사 결과 처분 요구서’를 들여다보면 대한체육회는 마치 ‘불법비리의 백화점’과 같다.

문화부가 대한체육회와 가맹 경기 단체 등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실시한 이번 감사에서 문화부는 모두 20개의 불법 사례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대한체육회 임직원이 행동 강령을 위반 했던 사실과 국고 보조금을 소홀히 관리했던 점 그리고 경기력 향상비를 집행하고서 남은 잔액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던 점 등을 징계 사유로 꼽았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감사를 통해 여섯 명에게 징계 조치를 내렸으며 경기력 향상비 잔액 등을 회수 조치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화부가 5년 만에 실시한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난 대표적인 불법 사례들이다.

▒ 공금 횡령 천태만상 / 유흥업소에서 체력 단련?

대한체육회 산하 일부 가맹단체들은 후원금과 자체 수익 사업 등으로 조성된 단체 공금을 신용카드 사용 제한 업종인 룸살롱과 유흥주점, 골프장 등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들 단체의 정확한 명칭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한ㄱ경기연맹은 지난 2006년부터 올해 5월까지 무려 3백6차례나 룸살롱과 유흥주점 등에서 공금 2억3천만원을 흥청망청 썼다. 대한ㄴ연맹 역시 같은 기간동안 48차례에 걸쳐 3천4백여 만원을 탕진했다. 대한ㄷ협회는 지난 2007년 9월부터 지난 2008년 12월까지 다섯 차례 골프 접대비로 5백80여 만원을, 대한ㄹ협회는 2006년부터 2009년 6월까지 골프장과 콘도, 유흥업소 등에서 모두 1백46차례나 6천5백만원을 유용했다. ㅁ협회에서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안마시술소와 유흥주점 등에서 70차례에 걸쳐 모두 2천9백만원을 썼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금을 유용하는 형태도 각양각색이었다. 대한ㅂ경기연맹은 대한체육회로부터 국가대표 선수 훈련비를 보조받아 집행하면서 카드깡 등의 방법으로 보조금을 횡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맹은 특정 음식점에 지불할 식대를 초과해서 미리 신용카드로 1백50만원을 결제한 다음 현금으로 1백7만원을 돌려받아 그 돈으로 다른 음식점에 있던 외상값을 갚는 데 사용했다. 또한, 지난 2008년 6월에는 선수촌 바깥에서 진행된 훈련의 숙박비 2백50여 만원 가운데 43만원을 급식비로 변경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대한체육회 산하 대부분의 단체에서 규모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금을 여러 해 동안 현금 지불증과 증빙서 없이 집행했으며 집행 내역을 알 수 없는 형식적인 증빙서를 제출하는 등 정산 업무를 소홀히 했다”라고 지적했다.

개인 횡령 의혹도 불거졌다. 대한ㅅ협회의 예·결산을 담당한 윤아무개 부장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선수권대회 등 30개 대회의 개최 비용 9천5백여 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받아 관리하면서 이를 사용한 증빙 자료를 갖추지 않았다. 특히 그는 2006년 5월, 한 술집에서 7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에 카드 전표에 표기된 상호와 주소, 연락처 등을 수정액으로 지워버렸고, 2006년에는 전국 선수권대회가 열렸던 경남 남해의 한 여관 이용료로 27만원을 카드로 결제한 후에 카드 전표에 명기된 업소 정보를 고의로 삭제하는 등 예산을 불법 집행한 사실을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문화부장관이 무시당한 사례 / 올림픽에서 대체 무슨 일이?

▲ 대한체육회 산하 일부 가맹 단체들이 공금을 유흥업소 등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저널 임영무

대한체육회가 예산을 집행할 때는 문화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간에 사업 계획이나 예산을 변경할 때도 장관 승인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올림픽에 출전한 경기 단체의 활동 지원비를 집행하고 정산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베이징 현지에서 김정행 올림픽선수단장은 유인촌 장관에게 승인받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18개 종목에 5천 달러씩, 7개 종목에 3천 달러씩 모두11만1천 달러를 부당하게 집행했다.

이와 함께 대한체육회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다음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도 장관의 승인을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인촌 장관에게 예산 변경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반납해야 할 격려금 잔액 2억5천여 만원을 유용해 대한체육회 1백85명, 시도 체육회 2백63명, 경기 단체 2백64명 등 모두 8백31명에게 30만원씩 격려금 명목으로 부당하게 지급했던 것이다.

더불어 올림픽 현지에서 사용했던 경비를 제대로 정산 처리하지 않았던 것도 이번 감사에서 적발되었다. 대한체육회는 베이징올림픽 격려금으로 25개 출전 경기 단체 코치에게 5만 달러 정도를 지원했다. 경기 단체별로 차등을 두어 60~9천여 달러를 코치들이 받아 썼던 것이다. 코치들은 이 활동비로 현지에서 이동하는 동안 교통비와 간식비, 식음료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체육회 규정에 따라 사후에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체육회의 훈련지원팀에서는 “그동안 코치 활동비를 지급한 이후 사용처를 묻지 않았던 것이 관행이었다”라고 반발하면서 문화부 감사를 사실상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대회 현지에서 직접 받은 격려 수입금 7천4백여 만원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유장관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김정행 단장의 결재만으로 당시 국제경기팀장이었던 정 아무개씨와 선수단 총무였던 박 아무개씨 등 2명이 대한체육회 부회장에게 1천 달러, 상황실에 3천 달러, 지원단에 6천3백 달러, 부상 선수였던 백 아무개씨에게 2천 달러 등 모두 1만4천여 달러를 부당하게 지급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 격려금이 선수들의 사기 앙양을 위해 조성 된 것인데도 선수들과 관계없이 임원 위주로 지급되었던 사실도 지적되었다.

문화부 감사실 관계자는 “이 격려금을 지급하면서 상대에게 영수증을 받았어야 하지만 1만3백 달러는 아무런 증빙 서류를 갖추고 있지 않아 실제로 지급되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불투명한 회계 처리’만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올림픽 참관단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연택 대한체육 회장의 지시에 따라 선정되었던 올림픽 참관단 19명은 하계올림픽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이나 스포츠 외교력을 높이는 데 관련이 없는 동계 종목(5명)이거나 비올림픽 종목(8명)의 인사들로 구성되었다고 문화부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당시 참관단은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단이 종합 7위의 성적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라고 반박했다.

▒ 학교 운동부 지원 관리 부실 / 운동 기구 살 돈으로 사골 끓여 먹다

▲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에 대한체육회가 문화부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집행한 사실이 문화부 감사에서 적발되었다. 왼쪽은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에 입장하는 한국 선수단. ⓒ연합뉴스

대한체육회가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학교 운동부 지원 사업은 올림픽 종목 후보 선수가 있는 초·중·고 운동부에 연간 일정 금액(후보 선수 한 명인 경우 1백20만원, 2명 이상일 때는 3백만원)을 지원하고, 교육감이 지정한 학교 운동부에는 연간 3백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8년도 이 사업 예산은 19억6천3백만원으로 8백50개 학교에 훈련과 경기 운영에 직접 소요되는 공동 훈련 용품과 기구 구입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학교 운동부 지원 사업비가 원래 목적과는 달리 식비나 훈련비 등으로 부당하게 사용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도 정산 보고 결과를 보면, 서울과부산, 전남,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광역시·도는 교육청이 지원했던 교부 금액과 집행 금액만 보고해서 실제로 경기 용품을 구입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나마 정산 보고를 제대로 했던 서울 등 4개 지역도 4천1백35만6천원을 당초 목적과는 달리 식비나 간식비, 훈련비, 노트북 및 캠코더 구입비, 숙박비, 교통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남의 한 고등학교 운동부에서는 지원금 1백20만원을 사골 구입비와 간식비로 쓴 것이 밝혀졌다.

이와 함께 광역시·도 교육감이 지정하는 학교 운동부를 선정할 때도 객관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감이 지정한 학교 운동부는 2008년 3백26개교였으며, 9억7천8백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교육감이 학교 운동부를 지정할 때 광역시·도 교육청은 위원장을 포함함 7인 이내의 선정 위원회(시도체육회 및 교육청 관계자 등 포함)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추진하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서울과 충남, 전남 교육청의 경우 교육청 내부 직원만으로 구성한 선정위원회에서 지원 대상 학교 운동부를 선정했던 것이다.

특히 학교 운동부 선정 기준이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자칫 교육감의 선심성 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문화부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문화부가 지적한 문제점 가운데 개선할 사항은 고쳐나갈 계획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용경 의원은 문화부의 대한체육회 감사 결과에 대해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대한체육회와 가맹 단체 등의 총체적인 모럴해저드가 확인되었다. 문화부의 징계도 허술해 가맹 단체의 모럴해저드를 방치한 면이 있다. 회계 투명성이 없이 우리나라 체육이 질적으로 발전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이번 감사를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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