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검증·관리 더 철저히 하라
  • 서상희 | 충남대 수의과대학 교수 ()
  • 승인 2009.10.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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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독감용에서 오염된 백신 안 나오게 해야

▲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이 빠르면 10월27일부터 일부 의료 종사자를 시작으로 신종플루 예방 접종을 시행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미국과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H1N1)는 40년 만에 찾아온 손님이다. 대유행 독감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문제이다. 그런데 한국의 방역 당국은 초기부터 북반구가 겨울에 접어들면 다른 양상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애써 부인했다. 오판이었다. 김치 때문에 우리 국민은 안전하다고 했고, 사스가 발생했을 때 방역을 잘했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 계절성 독감보다 약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필자가 백신 확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보건 당국 공무원은 대유행이 오지 않으면 국민 세금 3천억원을 낭비하게 될 것인데,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겨울철이 다가왔다. 앞으로 신종플루의 특성상 소외되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정의 어린이, 노약자, 임산부가 피해를 받게 될 전망이라서 필자는 마음이 무겁다. 신종플루처럼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을 퇴치하려는 국민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즉,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인플루엔자대책위원회 위원도 특정 분야 출신자로만 구성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다시 구성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우선한다면 쓴소리를 하는 학자에게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관계 당국과 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신종플루에 강한 편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신종플루는, 선진국 국민은 물론 한국 국민의 생명도 앗아가고 있다. 북반구의 겨울이 끝나는 내년 5월 국가별로 희비가 갈릴 것이다. 

연일 사망자가 늘고 있지만 정부는 항상 고위험군 환자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가 신종플루에 대해 잘 대처하고 있지만 고위험군이 사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들린다. 고위험군 환자는 당연히 신종플루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에 약하다. 겨울이 오기 전부터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신종플루가 유행성 독감보다 강하다는 증명이다. 여름철에는 유행성 독감으로 사망하지 않는다.

신종플루로 인해 곧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하고 의료 체계가 마비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내년까지 한국 국민의 50% 이상이 감염되어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이다. 이때에도 관계 당국은 사망자의 기저 질병을 의심할 것인지 의문이다. 옛말에 질병은 알리라고 했다. 신종플루는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다.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이다. 미국도 막는 데 실패한 질병이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비상 대책을 세워야 한다.

독감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 단백질을 우리 몸에 주입함으로써 수지상세포, 탐식세포, T임파구, B임파구를 자극해 항체라는 물질을 우리 몸에 생기게 한다. 독감 바이러스가 기관이나 폐로 침투할 때 독감 바이러스 특이 항체가 독감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HA단백질에 부착해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이미 독감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온 후라면 인접 세포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도 한다.

자칫 의료 체계 마비되는 상황 올 수도 있어

최근 계절성 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의 사망 소식이 연일 들린다. 관계 당국은 기저 질병이 있어 공교롭게도 계절성 독감백신을 접종받은 날 사망한 것일 뿐, 사망이 백신과는 관계없다고 발표한다. 지난 40년 동안 계절성 독감 백신이 사용되어왔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독감 백신은 사노피, GSK, CSL 등 다국적 기업이 생산한 것이다. 최근 접종하는 독감 백신은 국내 제조사가 처음으로 생산한 제품이다. 

백신은 계절성 독감과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수단임에 틀림없다. 전세계적으로 90% 이상의 계절성 독감과 신종플루 백신은 청정란(clean eggs, 바이러스 및 세균 등이 음성인 닭이 나은 계란)을 사용한다. 국내 제조사도 항생제가 첨가되지 않는 사료를 먹인 닭에게서 청정란을 구해 계절성 독감과 신종플루 백신을 생산한다고 홍보한다.

모든 제품이 마찬가지겠지만 원료가 오염되면 생산 과정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오염된 백신이 생산될 수밖에 없다. 원료가 백신의 순도 면에서 90% 이상을 차지한다. 관계 당국이 백신의 독소 여부 등을 확인하지만 한계가 있다. 청정란 관리 업체가 청정란 생산 기술 및 부화기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오염된 계절성 독감과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받으면 심근경색, 뇌경색,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 순도가 높은 계절성 독감과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받으면 면역 반응이 왕성하게 활성화되어 우리 몸에 항체가 생긴다. 그러나 오염된 백신을 접종받으면 면역 과다 반응이 생기고 혈중에 종양 괴사 인자 TNF(Tumor Necrosis Factor) 농도가 증가한다. 혈액의 항응고 기능이 마비되어 혈전(핏덩어리)이 심장 관상동맥을 차단(심근경색)해 사망을 유발한다. 또, 혈전이 뇌로 가는 혈관을 차단해서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사망의 원인은 면역 과다 반응에 의한 것이므로 면역 활동이 왕성한 젊은 층이나 청소년이 노약자보다 더욱 위험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국은 순도가 떨어진 백신에 면역증강제(adjuvant)를 첨가해서 백신 물량을 늘린다고 한다. 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대다수 선진국은 면역증강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는 12월까지 수입 백신이 없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국내 제조사가 생산한 백신이 공급될 전망이다. 이 백신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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