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자랑스런 그들이 있어 한국의 내일이 든든하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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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내리 교수,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가장 주목받으며 1위

과학기술 분야의 조사 결과를 받고 순위에 이름을 올린 젊은 과학자들을 들여다보면 우리 과학기술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수준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지난해와 같은 인물이다. 2006년 마크로젠 여성과학자상, 2007년 제7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2008년에는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을 수상한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이다. 김교수의 수상은 비단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상이 증명해주듯 김교수가 쓴 여러 편의 논문은 생물학 분야의 상위 저널에 게재되어 있다.


‘과학에 대한 진지한 자세’ 역설

▲ ‘여성 과학자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 수상. 2009 호암상 의학상 수상. 미르 연구에서 주도적 역할 수행 중.

김교수의 관심 대상은 마이크로RNA(micro RNA)이다. 일명 ‘미르’라고 불린다. 미르는 DNA의 유전정보를 복사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일반 RNA보다 크기가 작은 RNA이다. DNA나 RNA 등에 달라붙어 단백질 합성 과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즉, 이런 과정들을 조절할 수 있다면 질병을 만드는 유전자를 자유롭게 차단할 수 있다. 미르의 유전자 조절 기능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암이 발병한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김교수를 겪어본 사람들은 오히려 그의 인간됨을 더 강조한다. 그들은 김교수를 두고 ‘대학원생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려듣지 않고 끝까지 듣고 함께 토론해주는 자세를 보이는 사람’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쓰는 교수’라고 말한다. 김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과학에 대한 진지한 자세’이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나노 물질 분야의 권위자이다. 국내에서 논문 피인용 횟수가 가장 많은 학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상위 0.1%에 포함된다. 피인용 횟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논문을 썼다는 뜻이다. 현교수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2001년이다. 특히 2001년 12월에 미국 화학회지에 발표한, 크기 분리 과정 없이 균일한 나노 입자를 제조한 연구 결과를 담은 나노기술과 관련한 논문이 학계로부터 주목되었다. 지난해 현교수 연구팀은 획기적인 나노 물질 제조 기술을 이용해 다공성 나노 입자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것은 ‘암 진단·치료용 나노 전달 물질’로 사용될 수 있다.

현택환 교수는 국내에서 논문 피인용 횟수 가장 많아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를 여기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과학기술과 IT의 경계선이 모호한 탓도 있지만, 안교수가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공학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영욱 연세대 교수는 유학 시절부터 유명했다. 예일 대학 천문학 석·박사 과정을 4년 만에 끝냈고, 1990년 예일 대학 우수 박사학위 논문상을 받은 뒤 29세의 젊은 나이에 나사(NASA)의 허블펠로십을 받았다. 지금은 연세대에서 자외선 우주망원경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이교수의 논문을 인용한 국제 피인용 수는 5천회가 훌쩍 넘는다. 2006년 <네이처>에 연세대 이석영 교수와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타원 은하는 보통 나이가 많은 별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젊은 별도 있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최근에 국내 과학자 중에서 세계 최상위권 과학 저널의 에디터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0월2일 천진우 연세대 화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학술지 <ACR(Accounts of Chemical Research)>의 시니어 에디터로 선임되었다. ACR은 최상위 1% 안에 드는 학술지로 화학 분야의 3대 저널 중 하나이다. 천교수 팀은 지난 5월 카이스트 생명과학부 박태관 교수팀과 함께 15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산화철 입자에 암 추적용 생체 입자인 펩티드와 암 치료를 위한 ‘작은 간섭 RNA(siRNA)’ 조각과 형광물질을 결합시켜 새로운 나노 입자를 개발했다. 암세포의 진단과 치료 및 영상 촬영까지 한 번에 가능해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지난 60여 년간 세계 수학계의 난제로 남아 있던 ‘세베리의 추측’의 오류를 증명하고 새로운 4차원의 존재를 발견한 박종일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를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박종일 교수팀은 이용남 서강대 교수팀과 함께 구(球)와 비슷한 새로운 4차원 곡면 구조물을 찾아냈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4차원 구조체 이론에 오류가 있음을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방법 역시 기존에 알려져 있던 것과는 달랐다. 새로운 결과는 세계 3대 수학 학술지 중 하나인 <인벤쇼네스 마테마티케(Inventiones Mathematicae)>에 게재되었다.

최근 대장균에서 나일론 원료인 다이아민(diamine)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카이스트 생명과학공학과의 이상엽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이교수는 지난해 세계적인 화학·제약회사인 머크(Merck)사가 제정한 ‘머크 대사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상은 매년 대사공학 연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1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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