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 파는 전문지 곳곳에서 마니아 독자에 인기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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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은 전자신문, 문학은 <창작과 비평> 1위…법률신문은 점유율 88%


종합 일간지나 방송을 제외하고 이루어지는 ‘가장 영향력 있는 분야별 매체’ 조사에서는 지난해 조사에서 제외되었던 기업이나 금융 분야가 올해 새롭게 추가되었다. 기업 및 금융 분야에서는 매일경제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지난 1966년 창간된 매일경제는 그동안 세계지식포럼, 세계한상대회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잇달아 개최했다. 특히 세계지식포럼의 경우 지난 8년간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잭 웰치 전 GE 회장,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 교수 등 세계적인 연사들이 참여해 그해의 어젠다를 제시했다.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매일경제는 금융 분야뿐 아니라 기업 분야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혔다는 평가이다.

금융 분야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34%가 매일경제를 지목했다.

<이코노미스트>(18%), 한국경제(16%), <매경이코노미>(16%), 머니투데이(14%), 이데일리(6%), <월간 금융계>(6%), 서울경제(4%), 블룸버그통신(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기업 분야 역시 응답자의 26%가 매일경제를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한국경제(14%), <이코노미스트>(6%), <비즈니스위크>(4%), <월간 CEO>(4%), <포춘>(4%) 등이 뒤를 이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전자신문이 1위로 꼽혔다. 전자신문은 지난 1982년 전자시보라는 제호의 주간지로 처음 창간되었다. 1989년 지금의 전자신문으로 제호가 바뀌었다. 1991년부터는 일간지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전문지 성격이 강했다. 전자신문이 대중화된 것은 지난 2000년을 전후로 확산된 ‘닷컴 열풍’을 통해서였다. 전세계적으로 IT 열풍이 불면서 전자신문은 ‘신문사들도 보는’ 전문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최근 IT 거품이 꺼지면서 신문의 영향력 또한 예전 같지가 않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여전히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자신문을 꼽은 전문가들은 76%로 지난해 72%에서 4% 상승했다. 2위인 디지털타임스는 지난해 40%에서 올해 36%로 하락했다. 이밖에도 아이뉴스(4%), K-모바일(2%), <방송통신정책>(2%) 등이 뒤를 이었다.

▲ 게임 전문지 의 편집 국 기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과학동아>, 지난해보다 인지도 12% 급등

과학기술 분야 1위는 <과학동아>가 차지했다. 동아일보사에서 1985년 창간한 월간지로 현재 과학 분야에서 가장 폭넓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응답률은 지난해 24%에서 올해 36%로 급등했고, <과학과 기술>(14%), <동아사이언스>(12%) 등이 뒤를 이었다. 전자신문의 경우 지난해 2위(20%)에서 올해 공동 3위(12%)로 이 분야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다.

게임 분야에서는 1위와 2위를 타블로이드 주간 신문인 <경향게임스>(16%)와 <더 게임스>(14%)가 차지했다. 지난 2000년대 초부터 국내에서는 게임 광풍이 불었다. ‘리니지’ ‘뮤’ 등 온라인 롤프레잉게임(RPG)이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 발돋움했다. 프로야구선수처럼 ‘프로게이머’에 열광하는 모습도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었다. <경향게임스>는 이같은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탄생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게임은 대중들에게 오락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게임 관련 매체도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웹진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경향게임스>가 가판에 걸리면서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 또한 많이 달라졌다”라고 평가했다.

타블로이드 판형 특유의 네거티브한 성향도 일조했다. 업계의 이슈를 과감히 들추어냄으로써 정부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이다. 물론 게임업계에서도 전자신문의 파워를 무시할 수는 없다. <경향게임스>에 이어 영향력 2위를 차지한 <더 게임스>가 현재 전자신문사에서 발행되기 때문이다. <경향게임스>가 게임 소개와 함께 업계 이슈를 만들었다면, <더 게임스>는 산업 쪽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는 평가이다. 이같은 점이 영향력 있는 매체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도 게임학회 논문지(12.0%), 웹진인 디스이즈게임(10.0%), <PC게임매거진>(10.0%), 웹진인 게임메카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법조 분야에서는 59년 전통의 법률신문이 88%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응답률도 지난해에 비해 4% 이상 상승했다. 이 신문은 지난 1985년부터 ‘무료법률 상담 사례’를 지면에 게재하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 등을 통해 손쉽게 법률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변호사의 문턱이 높아 서민이 법률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법률저널> <법조> <법원 사람들> 법경신문 등이 이 분야의 영향력 있는 매체로 조사되었다.

소설·시나 출판 분야에서는 계간지 <창작과 비평>의 영향력이 여전했다. 점유율이 38%에 달했다. <창작과 비평>은 진보적 성향의 대표적인 문예지로 지난 1966년 창간했다. 하지만 지난 1980년 단행된 언론 통폐합 조치로 인해 폐간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복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학동네>(32%), <문학과 사회>(20%), <현대문학>(14%), <월간문학>(14%), <문학사상>(10%) 등이 뒤를 이었다. 출판 분야에서는 <출판저널>의 응답률이 34%로 가장 높게 나타난 가운데, <기획회의> (18%), <창작과 비평>(4%), <북새통>(4%) 등이 뒤를 이었다.

<씨네21>은 지난해보다 영향력 절반가량 낮아져

▲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축구 전문 월간지 편집국 기자들이 모여 포토세션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연예 및 영화 분야에서는 <씨네21>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995년 창간한 <씨네21>은 한때 영화계에서 일간지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씨네21>이 본지인 ‘한겨레 신문사를 먹여 살린다’라는 소문이 언론계에 나돌 정도였다. <무비위크> <필름2.0> 등 영화 잡지 창간의 매개체가 된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상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시사저널> 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영화 분야 조사에서 <씨네21>의 영향력은 76%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절반 정도인 34%로 낮아졌다. 그 뒤를 <무비위크> <스크린> <프리미어> 등이 멀찍하게 뒤쫓고 있다. 연예 분야에서는 <씨네21>이 2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만화 매체로는 팝툰(16.0%), 만화 규장각(10%)이 선두권을 형성했다. <챔프> <코믹챔프> <뉴타입> <윙크> 카툰네트워크, 투니버스 등이 뒤를 이었다. 미술 분야에서는 <월간미술>이 56%, <미술세계>가 22%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연극 분야에서는 <한국연극>(66%)과 <객석>(12%), 음악 분야에서는 <음악춘추>(32%)와 <객석>(30%), <음악저널>(22%), <피아노음악>(20%) 순이었다. 무용 분야에서는 <월간 춤>(68%), <춤과 사람들> (52%), <댄스포럼>(44%), <몸>(42%) 등이 고른 점유율을 보였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스포츠조선과 일간스포츠가 각각 14%로 조사되었고, 스포츠서울이 10%로 다음을 이었다. 스포츠지를 제외한 축구 분야의 영향력 있는 매체 조사에서는 <베스트일레븐>이 6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은 한국축구신문(36%), 포포투(14%), <월간 축구가족>(6%), <월간 사커21>(4%) 순으로 조사되었다. 골프 분야의 언론 매체는 <골프다이제스트>(56%), <골프매거진>(26%), <PAR GOLF>(24%), <더 골프>(12.0%), <골프가이드>(10.0%)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야구 분야에서는 <베이스볼클래식>이 20%로 1위를 차지했다.

여성 분야에서는 여성신문이 74.0%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진보적 성향의 웹사이트 일다와 2001년 창간된 우먼타임스가 서서히 입지를 넓히며 여성신문의 경쟁지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일다는 이번 조사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했고, 우먼타임스 역시 최근 휴간에 들어가면서 여성신문이 독주하는 형국이다. 이밖에도 <여성중앙> <여성동아> <미즈엔> 민우회신문 등이 여성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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