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서남표, 여성 한명숙 의료 박재갑, 스포츠 박지성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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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사이 부침 심한 분야 많아…정치 김대중·박근혜, 기업 이건희·정주영 ‘순위 역전’


존경하는 인물이 다소 바뀌었다. 지난해와 올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순위를 살펴보면 분야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일부 분야에서는 특정 인물의 독주가 계속되는가 하면 또 어떤 분야에서는 지난해 1위였다가 올해는 10위원 밖으로 밀려난 경우도 있다. 반면, 새로운 인물이 혜성처럼 나타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굳건한 아성이 구축된 분야가 아니면 분야별 현안과 이슈에 따라 부침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시사저널>은 지난해에 이어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총 30개 분야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선정했다. 올해는 어떤 인물들이 ‘존경하는 인물’에 올랐을까.

정치 부문에서는 지난 8월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위였던 김 전 대통령과 1위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순위가 바뀌었다. 전문가들이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북 화해와 평화·인권에 기여한 업적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5위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구 선생,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3위에 올랐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순위가 이채롭다. 이대통령은 지난해에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으나 올해는 6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공동 5위였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7위)와 손학규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10위)는 순위가 약간 하락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추락이다. 정대표는 제1 야당의 대표인데도 지난해 5위였다가 올해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금융 분야에서는 지난해 6위였던 강정원 KB국민은행장이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지난해 국내 인사들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던 워렌버핏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은 2위로 내려앉았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공동 2위로 급부상했고,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3위였다가 올해는 10위권 밖으로 완전히 밀려났다. 

기업 분야에서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 밀려 2위에 머물렀던 이 전 회장은 올해는 정 전 명예회장과 순위를 맞바꾸었다. 이건희 전 회장은 지난 1987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인간 중심·기술 중시·자율 경영·사회 공헌을 경영의 축으로 삼아 삼성그룹이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3위에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이 올랐다.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 중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공동 7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최태원 SK 회장(공동 8위) 등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2위), 오명 전 과학기술부장관(3위)이 그 뒤를 이었다.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이 지난해보다 한 단계 하락한 4위이다. 공동 4위에는 박찬모 전 포항공대 총장이 올랐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과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공동 1위이다. 서남표 총장은 지난 2006년 7월부터 제13대 카이스트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동 3위에는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오세정 서울대 교수,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가 차지했다. 

미술계 백남준·음악계 정명훈·무용계 김백봉·영화계 안성기 1위

미술계는 지난해 서양화가 박수근 화백과 공동 2위였던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가 올해는 박화백과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지난해 1위였던 이우환 일본 다마 미술대학 교수는 서양화가 장이석씨와 공동 3위이다. 시각디자이너 조영제씨, 한국화가 천경자씨, 조각가 문신씨, 한국화가 이종상씨 등이 1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음악계에서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감독의 독주가 계속되었다. 정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고 존경받는 음악인’으로 선정되었다. 지난해 공동 3위였던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이번에 새롭게 10위권에 진입한 기타리스트 이석원씨가 공동 2위이다. 작곡가 백병동씨, 성악가 안형일씨, 지휘자 금난새씨가 공동 5위에 랭크되었다.

건축 분야에서는 국내 대표 건축가인 고 김수근씨가 1위에 선정되었다. 김씨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설계한 주인공이다. 2위는 근대 건축의 4대 거장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 건축가 꼬르뷔제이다. 지난해 1위였던 유춘수 이공건축 회장은 김석철 명지대 교수와 함께 3위에 머물렀다. 

무용계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순위가 상당히 바뀌었다. 지난해 1위인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이 4위로 내려갔고, 그 자리를 6위였던 김백봉 경희대 명예교수가 차지했다. 육완순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은 지난해 3위에서 2위로 올라왔다.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 3위이다.

시민운동가 가운데서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지난해에 이어 독보적인 1위이다. 전체 응답자의 44%를 차지했다. 한비야 전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 강교자 YMCA 회장, 이학영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이 그 뒤를 이었다. 

존경하는 여성 분야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와 함께 공동 1위였다. 그런데 올해는 6위로 급전 직하했다. 한비야 전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이 새롭게 10위권에 등장하더니 단번에 2위에 올랐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공동 3위이다.

연예 분야에서는 지난해 공동 1위였던 가수 김장훈씨와 배우 안성기씨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 대신 방송인 유재석씨와 강호동씨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위였던 탤런트 최불암씨, 공동 4위였던 가수 조용필씨와 배우 문근영씨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반면, 대표적인 한류 스타인 배용준씨가 3위,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가 4위, 가수 비가 5위에 올랐다.

연극 분야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30%가 배우이자 연출가인 박근형씨를 꼽았다. 연출가 위성신씨와 연출가 양정웅씨가 공동 2위이다. 지난해 1위였던 오태석 서울예술대학 교수는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영화 분야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배우 안성기씨가 1위이다. 2위 자리도 지난해와 변동 없이 임권택 감독이 지켰다. 영화배우 송강호씨와 박찬욱 감독 그리고 강우석 감독이 공동 3위이다. 

소설·시 분야에서는 다소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3위였던 소설가 박완서씨가 1위로 오른 반면, 1위였던 소설가 조정래씨는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7위였던 시인 고은씨가 2위이고, 4위였던 시인 신경림씨와 소설가 이청준씨가 공동 3위이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지난해 4위에서 올해는 5위로 약간 떨어졌다.

만화 분야 전문가들은 이현세 세종대 교수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이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만화가로 <공포의 외인구단> <남벌> 등의 작품이 있다. 2위는 <임꺽정>으로 유명한 이두호씨, 3위는 지난해 1위였던 <타짜>의 허영만씨이다. 김재동 화백, 조관제씨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변호사 부문에서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1위,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2위, 조무제 전 대법관과 고 조영래 전 변호사, 문흥수 변호사가 공동 3위이다.

패션계에도 전년도와 비교해 순위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단독 1위였던 앙드레김과 2위였던 디자이너 진태옥씨가 공동 1위에 올랐다. 진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 유니폼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3위에는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선정되었으며, 4위는 디자이너 이영희씨이다.

축구 차범근·야구 김인식·골프 최경주 ‘으뜸’

출판 분야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1위이며, 공동 1위였던 강맑실 사계절 출판사 사장은 2위로 한 계단 내려섰다.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가 3위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지난해 공동 1위였던 이홍우 전 서울대 교수, 이상주 전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정범모 한림대 석좌교수가 10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대신 정운찬 국무총리가 1위에 올랐고,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스위스의 교육자인 요한 하인리히 페스탈로치가 공동 2위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 문용린 서울대 교수 등도 있다.

의료인 중에는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가 새롭게 1위에 올랐고, 지난해 1위였던 김용익 서울대 교수는 2위이다. 이밖에 김규원 서울대 약대 교수, 박정의 성균관대 의대 교수, 조승연 연세대 의대 교수, 프랑스 의사인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 등이 거론되었다.

게임 분야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독주가 계속되었다. 지난해 3위였던 송재경 XL게임즈 대표가 2위를 차지했고,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3위로 순위 변동이 없었다. 

복지 분야는 현직 장관의 프리미엄이 강했다. 지난해에는 전·현직 보건복지부장관들이 1위부터 5위까지 싹쓸이했다. 올해는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최일도 다일공동체 목사가 공동 1위이다. 이경호 인제대 총장,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연대 대표, 이익섭 연세대 교수,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공동 4위에 올랐다.

환경 분야에서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의 아성이 굳건했다. 올해도 이 분야에서 2위와 큰 차이를 보였다. 류재근 한국환경기술진흥원 감사가 2위이다. 이만의 환경부장관, 조용진 충주대 교수, 곽결호 한양대 석좌교수, 김정욱 서울대 교수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관광 분야에서는 전·현직 관광 정책의 사령탑들이 강세를 보였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1위,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2위이다. 이참 사장은 지난 7월 귀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고위 공직자에 올랐다.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3위이다. 지난해 1위였던 박석희 경기대 교수, 오지철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은 10위권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새로 추가된 통일·국제·외교 분야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존경하는 인물’ 1위이다. 그런데 현직 장관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은 10위권에 들지 못했고,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공동 6위에 랭크되었다. 반면,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이 2위, 노태우 정부 시절 국토통일원 장관을 역임했던 이홍구 중앙일보 고문이 3위,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의장과 하영선 서울대 교수가 공동 4위이다. 

올해 새로 추가된 축구 분야에서는 차범근 수원 삼성 블로윙즈 감독이 1위이다. 2위에는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팀을 4강으로 이끈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꼽혔다.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위이다. 박종환 전 감독,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 박지성 선수가 공동 4위에 올랐다.

야구 분야에서는 국민 감독으로 불리는 김인식 한화 이글스 고문이 42%의 지목률로 1위를 차지했다. 김성근 SK 감독이 2위, 김응룡 삼성 라이온즈 사장과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골프 분야에서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가 1위로 조사되었다. 골프의 황제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가 2위, 지난 8월 US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한 양용은 선수가 3위이다.  

전체 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동 중인 박지성 선수가 꼽혔다. 박선수는 지난해에는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었다. 지난해 1위였던 마라톤의 영웅 손기정 선수와 지난해 2위였던 김운용 전 IOC 위원 그리고 김연아 선수가 공동 2위이다. 김성집 전 태릉선수촌장, 홍명보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박찬호 필라델피아 필리스 선수가 공동 5위로 조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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