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통령이 있었으면 좋겠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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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일상을 단꿈과 유머로 버무려…발랄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웃음 자아내

▲ 감독 | 장진 주연 | 장동건, 이순재, 고두심


대통령을 소재로 다룬 코미디 영화가 나왔다. 그것도 무려 세 명의 대통령을 등장시킨다. 대통령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라면 정치 현실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며 날카롭게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장진 감독은 신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이런 예상을 여지없이 뒤집는다. 독특하면서도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도, 발랄하면서도 경쾌한 리듬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장진 특유의 색깔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닥을 뒹굴 정도로 ‘큰 재미’를 주는 장면은 많지 않다. 대신 일정 수준 이상의 잔재미를 주는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권투 경기에서 위력 있는 잽이 적중될수록 파괴력을 배가시키는 것처럼, 잔잔한 유머가 이어지면서 웃음은 강도를 더욱 높인다.

매일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한국 정치판 자체가 코미디에 가깝지만 영화는 냉소적인 ‘썩소’를 날리게 하는 현실 정치판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대통령이라면 웃으며 국정을 맡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대통령이 보여주는 일상의 모습이 즐겁고 상쾌한 웃음을 전달한다. 첫 번째 대통령 김정호(이순재 분)는 평생 민주화운동에 몸담으며 딸 유학 자금도 못 보낼 정도로 돈과는 무관했던 서민 대통령이다. 임기 말년, 로또에 당첨되고도 전액 기부하겠다는 말을 한 탓에 속앓이를 한다. 젊은 미남 대통령이자 외교적으로 강한 한국을 주창하는 차지욱(장동건 분)은 사랑 앞에서는 작아진다. 최초 여성 대통령 한경자(고두심 분)는 남편이 생각 없이 저지른 일 때문에 탄핵 위기에 몰린다.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떨어지지 않고 원활하게 이어지는 것은 세 캐릭터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씨줄과 날줄을 엮듯이 잘 꿰어갔기 때문이다. 숨겨져 있는 핵심 인물인 청와대 조리장이 맡은 역할을 눈여겨보라.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그려내고 있는 한국 대통령은 판타지 속 인물이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정치적인 요소를 가져갈 수밖에 없고 캐릭터와 사건에서 국내 정치 현실과 연결 짓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장진이 구현하고 있는 영화 속 현실은 미소를 머금게 하는 단꿈과 같다. 자신이 한 말에 책임지는 대통령, 주변 강대국의 압력에도 국가의 수장으로서 자존심을 꺾지 않는 대통령, 나랏일을 하는 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남편 자리를 내놓을 수 있는 영부군(여성 국가원수의 남편). 이들이 현실 속 인물이었다면 뉴스를 보면서 욕할 일이 없어지고, TV 토론이 황금 시간대에 편성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10월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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