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주사에 목숨 거는 사람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10.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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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중국행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주일에 100명이 넘는다.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


지난 1년 새 수천 명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에 빠진,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줄기세포 치료에 희망을 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런 측면에서 거액이 드는 줄기세포 치료는 한마디로 ‘도박 치료’ 성격이 있다.

 

난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생명 윤리 논란이 있는 배아 줄기세포와 달리 성체 줄기세포는 자신의 지방, 골수, 태반, 제대혈 등에서 얻는다. 일부 국내 성형외과에서 피부나 가슴 성형에 이용한다. 자신의 배꼽 부위에서 채취한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필요한 부위에 주사한다. 줄기세포는 손상된 부위를 재생시켜 치료 효과를 낸다. 난치병 등에 사용하기에는 줄기세포 수가 적기 때문에 배양을 통해 줄기세포 수를 늘린다. 그러나 배양한 줄기세포를 사람에게 치료 목적으로 주사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연구 목적이라도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를 제한하는 이유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국제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어떤 효과나 부작용이 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줄기세포는 전세계적으로 연구 및 동물 실험 단계에 있다. 이 단계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되어도 치료에 사용할 수는 없다. 사람을 대상으로 테스트하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상당히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치료제로서 사용이 허가된다. 일부 ‘생명공학 기업’이니 ‘바이오 벤처회사’니 하는 업체들은 동물 실험 결과를 잘 포장해서 환자들을 유혹한다. 중풍, 당뇨, 관절염, 척추질환 등이 잘 치유되지 않아 정상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환자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해외 원정 길에 오른다. 특히 중국은 줄기세포 치료가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어 최근 한국 환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중국에서도 불법이지만 현지 당국의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고 줄기세포 치료 기관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중국 내에만 줄기세포 치료 기관이 1백50곳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몸이 불편한 환자의 심리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줄기세포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만큼 자칫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동물 실험에서 줄기세포가 암을 일으킨 경우도 있다. 국내 줄기세포 권위자들은 한결같이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줄기세포 치료 행위를 ‘장삿속 쇼’라고 단정했다.

줄기세포가 가까운 미래에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아직은 ‘설익은 복숭아’이므로 자칫 ‘배탈’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지배적이다. 치료 효과에 의문을 품어 보지만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는 오늘도 중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시사저널>은 줄기세포 치료가 이루어지는 중국 현장을 찾아가 그 실태를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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