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시장에 손 뻗는 이동통신사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10.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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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하나금융지주와 합작 사업 벌여…KT도 “검토 중”

ⓒ시사저널 이종현


이동통신사의 카드 사업 진출로 관심을 모았던 하나카드 출범이 11월2일로 확정되었다. 그동안 협상 결렬설까지 나오던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과의 합작 사업이 사실상 타결되었다는 이야기이다. SK텔레콤의 라이벌인 KT에서도 카드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시중의 BC카드 인수설에 대해 10월1일 조회공시를 통해 “자회사(KT캐피탈)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항으로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카드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동통신사가 카드 시장을 넘보고 있는 사이 거꾸로 BC카드나 신한카드 같은 카드 사업자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MVNO는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나 KT,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사업자의 주파수를 빌려서 무선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무선 재판매 사업이다.
이동통신사는 카드 시장을 넘보고, 카드 회사는 이동통신 시장을 넘보고 있는 셈이다. KT나 SK텔레콤 등 복수의 업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음성통화의 수익성은 앞으로 계속 줄어들 것이기에 다른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음성통화 대신 미래의 수익원으로 꼽히는 것이 데이터 통신과 쇼핑몰 사업, 금융 결합 상품 등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벌이고 있는 쇼핑몰 사업인 11번가 사업과 카드 사업은 금융 결제라는 측면에서 카드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SK텔레콤이 카드 사업을 하면 금융 수수료도 수입으로 잡히고 기존의 오케이캐시백 사업과 SK텔레콤의 회원, 네이트온이나 싸이커뮤니케이션의 가입자를 통합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선보일 수 있다.

모바일 뱅킹의 편의성 높여 고객 확보에 도움

반대로 신용카드사는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해 소액결제 시스템의 일환으로 휴대전화 네트워크까지 확보하게 되면 모바일 뱅킹의 편의성을 높여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수익 극대화까지 노릴 수 있다.

식별번호 010으로 상징되는 3세대 휴대전화에는 가입자 인증 모듈(USIM) 카드가 들어 있다. 유심 기반의 모바일 서비스는 기존의 신용카드를 휴대전화로 대체할 수 있다. 가입자의 개인 식별 정보가 다 들어가 있기에 어느 휴대전화라도 자신의 유심 카드만 심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 사업의 핵심이 유심 카드에 응축되어 있고 유심 카드는 개인정보라는 측면에서 신용카드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미 신한카드와 제휴해 유심 뱅킹 및 신용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통신 트래픽 수수료만 받는 망사업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카드 사업을 벌이겠다는 생각이다.   

카드사 역시 통신과 금융의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결합 제의에는 주저하고 있다. 카드사를 매각한다는 것은 사업 주도권을 통신사에 넘겨준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의 한 임원은 이번 KT 쪽의 BC카드 지분 인수 제안에 대해 “인수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쪽에서 전략적 제휴와 우리은행이 갖고 있는 BC카드의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두 가지 제의를 해왔다. 전략적 제휴를 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BC카드 지분 매각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단순히 지분을 파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통신과 금융의 통합 문제도 따져보아야 한다.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의 경우 자체 카드 사업에 대한 방향성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기에 통신과의 융합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쪽에서는 SK텔레콤의 하나카드 참여가 사실상 결정되었다고 전했다. 합작 범위 등의 세부 조건만 아직 타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와 금융사의 결합은 IPTV를 통한 안방 전자상거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결합 형태에 따라 KT의 카드 사업 진출이나 금융사 및 대형 유통사업자의 MVNO 사업 참여가 탄력을 받을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나은행발 금융권 재편설 ‘솔솔’

하나금융발 은행권 재편설이 금융계를 뒤흔들고 있다.

SK텔레콤과의 카드사 합작 프로젝트와 관련해 타결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하나은행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0월5일 조회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계획이 있음을 공식화했다. 시장에서는 금융권 4위로 고착되고 있는 하나금융이 유상증자를 계기로 대형 인수·합병을 주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상이 우리금융인지 외환은행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신영증권의 이병건 연구원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최소한 5조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고 하나금융이 2조원의 증자를 한다고 해도 필요한 자금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기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합병·매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급 조건에 대한 협상이 가능한 우리금융지주가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더 매력적인 대상이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돈이다. 10월5일 종가 기준으로 우리금융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은 50%의 지분 인수 가액은 6조3천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최소한 이보다 1조~2조원의 돈이 더 필요하다. 때문에 증권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문이 불거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SK그룹의 백기사 역할이다. SK 사태 때 하나은행은 SK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 하나금융그룹의 김승유 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은 고려대 동문이다. 김승유 회장은 최근 외부 활동이나 발언이 잦아지고 있다. 현 정부와의 관계도 좋다. 최근 정부가 출범시킨 미소금융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SK그룹은 오래전부터 카드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2000년 이후에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아멕스카드나 전북은행 카드사업부 등에도 모두 SK그룹이 거론되었다. 그만큼 금융 사업에 의욕도 많고 검토도 거듭해왔다. 증권가에서는 하나대투증권을 갖고 있는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해 우리투자증권을 SK그룹에 넘기는 방향으로 딜이 성사되는 그림도 그려보고 있다. SK와의 사업 문제도 이런 큰 그림이 먼저 그려지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는 것이다. SK그룹은 그룹 유동성이 8조원대에 달한다. SK를 백기사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하나금융 입장에서 ‘돈’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김승유 회장은 최근 “임직원의 장래가 보장된다면 누구하고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은행발 금융 태풍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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