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의 카드 사업 진출로 관심을 모았던 하나카드 출범이 11월2일로 확정되었다. 그동안 협상 결렬설까지 나오던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과의 합작 사업이 사실상 타결되었다는 이야기이다. SK텔레콤의 라이벌인 KT에서도 카드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시중의 BC카드 인수설에 대해 10월1일 조회공시를 통해 “자회사(KT캐피탈)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항으로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카드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동통신사가 카드 시장을 넘보고 있는 사이 거꾸로 BC카드나 신한카드 같은 카드 사업자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MVNO는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나 KT,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사업자의 주파수를 빌려서 무선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무선 재판매 사업이다.
이동통신사는 카드 시장을 넘보고, 카드 회사는 이동통신 시장을 넘보고 있는 셈이다. KT나 SK텔레콤 등 복수의 업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음성통화의 수익성은 앞으로 계속 줄어들 것이기에 다른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음성통화 대신 미래의 수익원으로 꼽히는 것이 데이터 통신과 쇼핑몰 사업, 금융 결합 상품 등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벌이고 있는 쇼핑몰 사업인 11번가 사업과 카드 사업은 금융 결제라는 측면에서 카드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SK텔레콤이 카드 사업을 하면 금융 수수료도 수입으로 잡히고 기존의 오케이캐시백 사업과 SK텔레콤의 회원, 네이트온이나 싸이커뮤니케이션의 가입자를 통합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선보일 수 있다.
모바일 뱅킹의 편의성 높여 고객 확보에 도움
반대로 신용카드사는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해 소액결제 시스템의 일환으로 휴대전화 네트워크까지 확보하게 되면 모바일 뱅킹의 편의성을 높여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수익 극대화까지 노릴 수 있다.
식별번호 010으로 상징되는 3세대 휴대전화에는 가입자 인증 모듈(USIM) 카드가 들어 있다. 유심 기반의 모바일 서비스는 기존의 신용카드를 휴대전화로 대체할 수 있다. 가입자의 개인 식별 정보가 다 들어가 있기에 어느 휴대전화라도 자신의 유심 카드만 심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 사업의 핵심이 유심 카드에 응축되어 있고 유심 카드는 개인정보라는 측면에서 신용카드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미 신한카드와 제휴해 유심 뱅킹 및 신용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통신 트래픽 수수료만 받는 망사업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카드 사업을 벌이겠다는 생각이다.
카드사 역시 통신과 금융의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결합 제의에는 주저하고 있다. 카드사를 매각한다는 것은 사업 주도권을 통신사에 넘겨준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의 한 임원은 이번 KT 쪽의 BC카드 지분 인수 제안에 대해 “인수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쪽에서 전략적 제휴와 우리은행이 갖고 있는 BC카드의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두 가지 제의를 해왔다. 전략적 제휴를 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BC카드 지분 매각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단순히 지분을 파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통신과 금융의 통합 문제도 따져보아야 한다.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의 경우 자체 카드 사업에 대한 방향성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기에 통신과의 융합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쪽에서는 SK텔레콤의 하나카드 참여가 사실상 결정되었다고 전했다. 합작 범위 등의 세부 조건만 아직 타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와 금융사의 결합은 IPTV를 통한 안방 전자상거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결합 형태에 따라 KT의 카드 사업 진출이나 금융사 및 대형 유통사업자의 MVNO 사업 참여가 탄력을 받을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나은행발 금융권 재편설 ‘솔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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