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2차 오염’ 예고된 재앙 일어났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9.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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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지난해 보도, 환경부 조사로 확인되어

▲ 은 지난해 6월 현장 르포 기사를 통해 매몰지 주변의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조류인플루엔자(AI) 2차 오염이 현실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환경관리공단에 의뢰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집단 매몰지 주변의 ‘지하수 오염 실태’를 조사했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는 심각했다. 조사 대상지 15군데 중 여덟 곳이 심하게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에 따르면 충남 천안시의 매몰지 다섯 곳과 전북 정읍 한 곳, 김제 두 곳 등에서는 침출수로 인한 오염 진행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특히 전북 정읍시 고부면 관청리 지역과 김제시 황산면 남산리 지역은 각각 암모니아성 질소 농도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다. 또, 충남 풍세면 가송리 지역은 일반 세균과 대장균이 대량으로 검출되는 등 오염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이에 대해 공단은 “오염 원인이 매몰지에서 흘러나온 침출수인지가 불분명해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조사해놓고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것은 책임 회피성 해명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북 정읍·김제시는 기준치 크게 초과

AI의 2, 3차 오염은 이미 예고된 재앙이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6월10일자(제972호)에 ‘AI가 휩쓴 킬링필드, 2차 오염이 쳐들어온다’라는 르포 기사를 통해 이미 매몰지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이 보도한 지 1년3개월이 지난 뒤에야 정부 당국의 조사에 의해 뒤늦게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당시 AI 최초 발병 지역인 전북 김제시 용지면 양계농가를 찾은 취재진은 끔찍한 공포를 느꼈다. 그곳에서는 ‘방역’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했다. AI의 진원지인데도 방역 흔적이 별로 없었다. 닭 1만4천여 마리가 살처분된 한 산란계 농장 바로 옆에는 폐사한 닭 수백여 마리가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

반경 10m 지점에는 족히 1천여 마리분은 되어 보이는 닭뼈가 거대한 무덤을 형성하고 있었다. 축사 퇴비사에는 물이 잔뜩 고여 있는 상태에서 폐사한 닭과 계란 등이 둥둥 떠다녔고, 비가 온 뒤 물이 고인 계사에는 닭털과 분비물이 뒤엉킨 가운데 비둘기나 참새, 고양이, 쥐 등 야생 동물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의심되는 가금류는 구덩이에 묻고 살균 처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구덩이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가금류를 올려놓은 후 생석회를 뿌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매몰한 후에 발생하는 2차 오염에는 무방비 상태라는 점이다.

실제 김제시 용지면 용수리에서는 침출수가 솟아나와 마을 주민들이 심한 악취에 시달리고 있었다. 해당 관청은 서로 관할 떠밀기를 하며 방치했고, 그러는 사이 침출수가 흘러나와 논밭으로 들어갔다. 작은 구덩이에서는 침출수가 역류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시청에 민원을 넣으면 톱밥으로 덮고 목초제와 탈취액을 뿌리는 임시 처방을 할 뿐이었다. 매몰지 바로 옆에 파와 딸기를 심어놓은 것도 볼 수 있었다. 살처분 매립지에서 불이나 소방차가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살균을 위해 사용한 생석회와 사체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화학작용을 일으켜 발화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4년과 2007년 그리고 지난해 등 3차례에 걸쳐 AI가 창궐했다. 이 기간 동안 살처분된 닭과 오리는 1천8백만 마리에 달한다. 국가 차원의 방역 대책, 예방책, 오염 방지책 등이 체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병걸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AI 방역 지침(SOP)을 개정하고, 효율적인 초동 방역을 위한 방역 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 조기 경보 시스템이나 조기 근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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