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이는’ 젊은이들이 많아진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9.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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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발기부전’ 갈수록 늘어 전체 환자 중 10%…혈관질환·성인병 증가 추세와 관련 있는 듯

▲ 흡연은 발기부전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고령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발기부전이 최근 젊은 층까지 확산되고 있다. 발기부전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하지만 치료에서 그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발기부전이 생기면 혈관 질환을 점검해야 한다. 발기부전은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과 밀접하다. 발기부전은 혈관질환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즉, 발기부전이란 만족스런 성생활을 할 만큼 성기가 발기되지 않거나, 발기가 되더라도 지속되지 않는 증상이다. 성적 자극은 남성의 뇌에서 척추 신경을 타고 음경까지 도달한다. 성기에 있는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액이 쏠린다. 이와 동시에 음경 밖으로 빠져나가는 혈액은 차단되면서 발기 상태가 유지된다. 이같은 일련의 화학반응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기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기부전이 생긴다. 발기부전이 불감증, 사정 불능, 불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 성기에 있는 혈관의 굵기는 다른 장기에 있는 핏줄보다 가늘다. 심장에 있는 관상동맥(3~4mm), 뇌에 있는 경동맥(5~7mm), 다리에 있는 하지동맥(6~8mm)보다 가는 1~2mm 굵기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가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곧 다른 혈관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발기부전 환자 10명 중 여섯 명은 발기부전을 치료한 뒤에도 혈관질환에 걸릴 수 있다. 성기의 가는 혈관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기부전이 생겼다는 것은 다른 혈관도 전체적으로 나쁘다는 신호이다. 따라서 발기력이 떨어지면 다른 혈관질환도 의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발기부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50대 이상 남성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성욕, 성기 감각, 발기 강직도, 사정할 때의 쾌감, 사정량, 성교 횟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30~40대 젊은 층도 발기부전으로 병원 문을 두드린다. 혈관질환이나 성인병을 호소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발기부전 환자의 연령대가 넓어지고 있다.

김교수는 “과거와 달리 발기부전 환자 가운데 30~40대 젊은 층이 전체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실업이나 경제적인 압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환자들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려는 것도 이른바 ‘청년 발기부전’이 늘어난 배경인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심혈관질환,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은 발기부전의 주요인이다. 일반인에 비해 당뇨 환자는 서너 배, 심장병 환자는 두 배, 고혈압 환자는 두 배 정도 발기부전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흡연도 발기부전을 일으킨다. 담배에 있는 니코틴은 음경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관 벽을 두껍고 딱딱하게 만들어 혈액이 잘 흐르지 않게 한다. 뿐만 아니라 정맥의 수축력을 약화시켜 음경으로 유입된 혈액이 빠져나간다.

이외에 뇌하수체 종양, 척수 손상, 골반 골절, 후부요도 손상, 직장·전립선·방광암 수술, 갑상선질환, 신장질환, 간경변증도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고혈압 치료제, 이뇨제, 심장병 치료제, 향정신병제, 항우울제, 위궤양 치료제, 항남성호르몬제 등의 약물도 발기를 저하시킨다. 건강한 남성의 경우, 하룻밤 수면 중에 3~5회 발기되며 1회 25~35분 동안 유지한다. 수면 중에 발기가 일어나지 않거나 발기된다고 해도 그 정도가 약하면 이상과 같은 신체적 요인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발기는 되지만 간헐적이라면 심리적인 요인일 수 있다. 심리적 요인에 의한 발기부전은 전체 환자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특정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여성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심리적인 요인은 신경정신과나 남성 클리닉 전문의와의 상담만으로도 해소될 수 있다.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병원 찾아 치료받아야

발기 이상 증세가 6개월 이상 지속하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밝히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혈액 검사, 소변 검사 외에도 당뇨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혈당치 측정과 고지혈증 유무를 알기 위한 콜레스테롤 등 혈중 지질치를 측정한다. 또 신장 기능, 남성호르몬, 수면 중 발기 검사도 한다.

발기부전 치료는 과거보다 간단하다. 1970년대에는 수술로 치료했지만, 1980년부터 진공흡입으로 발기시키는 방법이 생겼다. 1995년에는 음경에 직접 약을 투여하는 주사제도 나왔다. 1998년 비아그라가 개발되면서 먹는 치료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시알리스, 레비트라, 자이데나, 엠빅스 등 경구용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었다. 

약 선택은 의사에게 맡겨야 한다. 환자에 따라 약효나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는 혈압 저하로 인한 어지러움, 색깔 구분에 이상이 생기는 시각장애, 경미한 두통, 안면 홍조, 소화불량, 식욕 저하 등 부작용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지난 6개월 내에 심근경색·뇌졸중·부정맥을 경험했던 사람이나 고혈압·간부전·색소성 망막염 환자는 의사와 상담해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 의사는 약의 안전성, 발기 지속 시간, 발기 효과, 발기 신속성, 만족감, 가격 등을 고려해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한다.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의 49%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패 환자의 56%가 약을 부정확하게 사용했다”라며 치료 방법과 관련해서 의사와 충분하게 상담할 것을 강조했다.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가 듣지 않은 환자도 10명 중 3~4명이 있다. 이들에게는 다양한 치료법을 사용한다. 예컨대 음경을 진공 압축 기구에 넣은 후 음압으로 혈액을 빨아들여 발기시키는 방법이 있다. 발기 후에는 링을 착용해 발기를 유지한다. 성교 후 링을 제거하면 된다.

음경에 직접 약물을 투입하는 주사요법도 있다. 주사 후 10분 내에 발기가 일어나 약 45분 정도 지속하다가 저절로 가라앉는다.

보형물을 음경에 삽입하는 수술도 있다. 복부를 1~3cm 절개해서 물주머니를 넣고 음낭을 주무르면 물이 음경에 있는 보형물로 쏠리면서 발기한다. 혈액 대신 물로 발기시키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호르몬 요법, 동맥 재건술, 음경정맥 결찰술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최형기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국내에 약 2백만명의 발기부전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남성의 7%가 발기부전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치료를 받는 사람은 10%에 그친다. 발기부전을 무시하거나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건강을 해친다. 또, 성을 잃어버린 것으로 느껴 성관계를 꺼린다. 상대방은 성관계를 거절당했다는 모멸감까지 느낄 수 있다”라며 발기부전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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