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돌연사, 젊은 층도 안심 못 한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9.15 18: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자 5명 중 1명이 30~40대…심근경색으로 발병 1시간 이내에 사망하지만 뚜렷한 예방법 없어

ⓒ시사저널 박은숙


얼마 전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숨졌다. 혈액에 이물질이 쌓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과거 심근경색은 조씨처럼 주로 50대 이상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제는 30~40대 젊은 층도 돌연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38세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혼성댄스그룹 거북이의 ‘터틀맨’ 임성훈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3일에는 부산에서 한 30대 모범 공무원이 돌연사해 동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홍범기 교수가 지난 2년간 응급실을 찾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 2백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23.5%(62명)의 환자가 30~40대 젊은 층이었다. 젊다고 돌연사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돌연사는 발병한 지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을 일컫는다.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흡연, 고지혈증,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심근경색 환자의 74.2%가 10~40년 이상 장기 흡연자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흡연은 산소 공급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서구식 식사를 하게 되면서 동물성 기름기가 혈관에 좋지 않은 역할을 한다. 육류에 있는 포화지방산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그러나 이같은 위험인자가 없는데도 심장질환으로 돌연사하는 경우가 있다. 그 원인으로는 스트레스가 꼽힌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동맥의 혈관을 좁히고, 혈압과 심박수를 극도로 증가시킨다.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혈소판을 혈관에 들러붙게 만들고 혈관 염증을 악화시킨다. 공격적이고 경쟁력이 강한 사람이나 성격이 급한 사람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돌연사라고 해서 아무 증상도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 몸에 진작부터 경고 사인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이 흉통이다. 보통 때 건강한 사람이라도 등산을 하거나 지하철역 계단을 오를 때 가슴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활동을 하면 심장은 많게는 10배 이상의 혈액을 필요로 한다. 혈액이 더 공급되어야 함에도 관상동맥이 좁아진 상태라면 심장에 혈액 부족 현상이 생긴다. 이때 통증이 생긴다. 5분 정도 쉬면 통증은 사라진다. 30분 정도 흉통이 이어지면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크다. 흉통은 대개 앞가슴에서 시작되고, 구역질이나 현기증이 나타난다.

30분 이상 가슴 통증 이어지면 위험

이때는 촌각을 다투어 병원으로 가야 한다. 심근경색증이 생길 경우 10명 중 네 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병원으로 오는 여섯 명 중에서도 두 명은 시간이 지체되었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다. 박정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슴이 아프거나 답답하면 심근 허혈(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생각할 수 있다. 흉통은 조이거나 누르거나 쥐어짜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통증이 목, 어깨, 왼팔로 뻗친다면 심근 허혈을 의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돌연사의 주범은 심장질환이다. 국내 돌연사 10건 중 6건 이상이 심장질환 때문에 발생한다. 하루 1백50명 이상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심장질환자는 약 세 배 늘어났다. 1998년 1천7백87명이던 입원 환자가 2007년에는 5천1백명으로 증가했다. 심장질환 가운데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치명적이다.

날씨 추워질수록 심장질환 더 조심해야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올라가서 심장 부담이 더 커진다. 서정돈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몸이 추위에 적응하는 데에 10일 내지 2주일이 걸린다. 이때 순환기 계통이 영향을 받아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다. 협심증 증상이 심해지는 등 순환기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따뜻한 계절에는 3층까지 쉬지 않고 올라갈 수 있던 사람이 날씨가 추워지면 2층밖에 못 올라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며 추울수록 심장질환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장질환은 왜 생기는 것일까. 심장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는다. 심장을 계속 뛰게 하는 것은 심장혈관이다. 심장을 왕관처럼 움켜쥐고 있는 관상동맥이 대표적이다. 관상동맥에 혈소판이나 섬유소 등 찌꺼기가 쌓이면 혈관이 좁아진다. 심장으로 가는 혈액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일시적으로 빈혈 증세가 나타나는데 이를 협심증이라고 한다. 협심증에는 안전형과 불안정형이 있다. 안정형 협심증은 운동과 같이 육체적인 활동을 할 때 흉통이 나타난다. 일상생활 또는 쉴 때에도 흉통이 느껴지면 불안정형 협심증이다. 흉통이 지속되는 시간도 안정형에 비해 길다. 불안정형 협심증이 의심되면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 치료해야 한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어느 순간 피떡(혈전) 등으로 혈관이 막혀버린다. 이것이 심근경색이다. 심장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심장 근육이 썩는다. 심장이 멈추는 것이다. 권철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주위에서 30~40대 젊은 직장인이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돌연사의 주범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다. 이런 증상은 주로 관상동맥질환 때문에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막힌 혈관을 뚫는 방법이 일반적인 치료법이다. 약물, 스텐트(stent) 시술, 관상동맥우회술 등이 있다. 약물요법은 가장 경미한 증상일 때 적용한다. 아스피린, 고지혈증 치료제, 혈관이완제 등을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 혈압 강하제와 당뇨약을 투여한다. 스텐트 시술은 좁아진 관상동맥에 스텐트라는 기구를 넣어 풍선처럼 부풀려서 혈관을 벌려주는 방법이다. 허벅지에 있는 동맥에서 심장에 있는 관상동맥까지 미세한 관을 삽입한다.

관상동맥우회술은 가슴을 열어 시행한다. 막힌 혈관을 잘라내고 새로운 혈관을 이어 붙여주는 수술이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흉통이 생기고 12시간이 지나면 심장근육 대부분이 죽어버리기 때문에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필수이다. 응급실에 오기 전에 손끝을 바늘로 따거나 침을 맞고, 청심환 등을 먹어 시간을 지체할 경우 심장이 그만큼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빠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단 방법은 초음파와 CT가 일반적

뚜렷한 예방법은 없다. 심장혈관 상태를 살피는 진단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예방법이다. 물론 금연, 식이요법, 운동은 기본이다. 진단법은 다양하다. 환자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하면서 심장에 걸리는 부하를 측정하는 운동부하 검사가 있다. 심장의 전기적 흐름을 체크하는 심전도 검사도 있다. 뚜렷한 증상이 보이지 않으면 심장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초음파검사를 한다. 약물을 동맥에 주입해 막힌 부위를 눈으로 확인하는 관상동맥 조영술도 있다. 허벅지부터 심장혈관까지 얇은 관을 삽입해야 하므로 환자로서는 부담이 된다. 간편하게 진단하기 위해 최근 몇 년 사이에 컴퓨터 단층촬영(CT)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관상동맥 등 심장혈관을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 진단방법은 심장 초음파와 CT가 일반적이다. 심장 초음파로 심장 근육과 판막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심장 근육은 여섯 부분으로 나누는데, 이상이 생긴 부분의 근육은 움직이지 않거나 움직임이 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T로는 심장혈관을 관찰할 수 있다. 최근 개발된 CT는 초고속 촬영이 가능하다. 심장은 끝없이 움직이므로 짧은 시간에 많은 사진을 찍어야 정확한 영상을 얻어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슴 통증이 잦아 병원을 찾았던 김지환씨(43·가명)는 심전도검사를 했지만 의사는 뚜렷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최씨는 최근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흉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고 스텐트 시술을 해 생명을 건졌다. 김씨와 같은 사례는 수없이 많다. 김씨가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제대로 진단했다면 응급실로 실려갈 정도로 위급한 상황을 미리 막을 수도 있었다.

오재건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장은 “순환기내과, 심장외과 등 서로 다른 전문의가 심장질환을 진단한다. 이때 의사는 자신에게 익숙한 진단 방법을 환자에게 제시한다.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았지만, 확실한 결과가 없어서 추가로 CT를 찍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이다. 검사 결과도 며칠 후에나 알 수 있었다. 그 사이에 환자는 생명이 위독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심장 초음파, CT, MRI와 같은 영상 장비를 한곳에 모아 두었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