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임플란트“아는 만큼 씹는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8.25 15: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잇몸 뼈에 심는 인공 치아, 한 시간 이내 시술 가능해져


영구치는 한 번 손실되면 영영 재생되지 않는다. 인공 치아로 대체하는 보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플란트(dental implant)가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인공 치아를 잇몸에 심는 보철법이다. 임플란트 치아는 ‘제2의 치아’로 불릴 만큼 씹는 힘이나 모양새가 자연 치아와 흡사해서 최근 유행하고 있다.

임플란트는 다른 건강한 치아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수술용 칼로 잇몸을 절개하고 그 속에 있는 잇몸 뼈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서 티타늄으로 된 인공 뿌리를 심는다. 인공 뿌리는 나사처럼 생겼다. 그 위에 인공 치아를 얹는 것으로 치료가 끝난다.

이상적인 보철법이지만 임플란트에도 단점은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하고, 치료 기간이 길고, 잇몸 뼈도 단단해야 한다. 최근 임플란트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이런 단점을 부분적으로 개선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출혈과 통증은 임플란트의 두드러진 단점이다. 잇몸을 절개하므로 출혈이 생긴다. 잇몸 뼈에 치아 뿌리를 박기 위해서는 구멍을 뚫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통증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마취를 한다. 당뇨나 고혈압 환자는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 데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홍종락 삼성서울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 전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고령자는 임플란트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내과 등과 협진으로 시술이 가능하다. 심지어 암 수술 후 방사선치료를 받은 경우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출혈, 통증, 마취는 환자에게 여전히 공포이다. 이를 보완한 것이 이른바 레이저 임플란트이다. 인공 뿌리와 치아를 잇몸 뼈에 심는 방법은 기존 임플란트와 같다. 잇몸을 절개하고 잇몸 뼈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레이저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출혈과 통증이 적고 치료 후 상처가 비교적 빨리 아문다.

그러나 레이저 임플란트에 대해서는 의사들의 의견이 제각각이다. 일반 임플란트 치료에 5분 걸린다면 레이저 임플란트는 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한마디로 일반 임플란트와 레이저 임플란트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잇몸 뼈의 질, 밀도, 부피가 임플란트 치료에 중요하다. 잇몸 뼈가 약한 사람은 임플란트 시술이 적합하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잇몸 뼈를 이식한다. 다른 부위에 있는 자신의 뼈를 이용하기도 하고 인공 뼈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자신의 뼈는 채취량이 제한적이고 인공 뼈는 비용 부담이 크다. 최근 자신의 치아를 첨단 공법으로 가공해서 인공 뼈를 대신하는 방법도 발표된 바 있다.

특히 위턱에서 어금니 부분은 뼈의 양이 부족한 대표적인 부위이다. 뼈 두께가 1mm도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임플란트가 불가능하므로 틀니를 할 수밖에 없다. 이 부위에 뼈가 부족한 이유는 위쪽에 상악동이라는 빈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상악동 밑부분에 인공 뼈나 자신의 뼈를 이식한 후 임플란트를 심는 ‘상악동 거상술’도 한다. 최용성 네모치과 원장은 “치아가 상실되면 잇몸 높이가 다른 부위에 비해 낮아진다. 잇몸 뼈가 그만큼 없어지기 때문이다. 임플란트 시술이 곤란하지만 인공 뼈나 잇몸 뼈를 자라게 하는 유도재를 사용해 잇몸 뼈를 회복시킨 후 시술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간 지나면 풍치 생길 수 있어

임플란트 시술에는 대개 3~6개월 소요된다. 인공 뿌리를 심은 잇몸이 아물어야 그 위에 인공 치아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아를 뺀 상태(발치)라면 잇몸이 아물 때까지 추가로 보름 또는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요즘은 임플란트 시술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잇몸 뼈가 든든하거나 잇몸에 염증이 없으면 1주일 이내로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다.

앞으로는 임플란트 시술 기간이 더욱 단축될 전망이다. 한 시간 이내에 모든 시술을 마칠 수 있게 된다. 임플란트 시술에 CT를 이용하는 방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임플란트 시술 전에 잇몸 뼈를 확인하기 위해 방사선 사진을 찍었다. 2차원 영상이므로 뼈 속을 예상하고 시술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향후 CT를 이용하면 잇몸 뼈를 3차원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임플란트를 시술한 후의 모습도 미리 볼 수 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하면 임플란트 시술 시간뿐만 아니라 정확성도 높아진다.

임플란트가 당분간 대세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그렇다고 임플란트가 만능은 아니라고 의사들은 강조한다. 임플란트 재료는 티타늄이므로 충치가 생길 염려는 없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잇몸 뼈가 삭아 흔들리는 풍치는 생길 수 있다. 치아 전체를 임플란트로 교체했다고 해도 치아 관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스피린 등 혈액을 묽게 해 주는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면 안 된다. 출혈이 멈추지 않고, 감염 등으로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반드시 의사에게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알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임플란트 시술을 받기 1주일 전부터는 혈전용해제 등을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임플란트는 인공 치아일 뿐이다. 씹는 힘이나 모양은 자연 치아와 같더라도 자신의 치아는 아니라는 말이다. 임영준 서울대 치과병원 치과보철과 교수는 “입 속 오른쪽에는 인공 치아, 왼쪽에는 자연 치아를 가진 환자는 100% 왼쪽으로 밥을 씹는다. 또, 머리카락이나 좁쌀 같은 이물질이 있을 때 인공 치아로는 감지하지 못한다. 자연 치아로 딱딱한 돌을 씹었을 때는 반사적으로 씹는 동작을 중단한다. 그러나 인공 치아로는 이를 감지하지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 가능하다면 자연 치아를 보존하는 것이 현명하다. 임플란트가 만능은 아니라는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 인접한 자연 치아를 손상하지 않는 휴먼브리지.
임플란트처럼 널리 사용하는 보철 치료법이 브리지(bridge)이다. 손실된 치아 자리에 인공 치아를 세우기 위해 양쪽에 있는 건강한 치아 두 개를 교각의 다리처럼 사용한다. 인공 치아를 중심으로 양쪽에 있는 건강한 치아에 크라운(crown)이라는 왕관 모양의 모자를 덮어씌운다. 이때 건강한 치아를 깎아내서 인공 치아와 높이를 맞춘다. 손실된 치아 한 개를 살리기 위해 멀쩡한 치아 두 개를 손상시켜야 하는 셈이다. 최근 이런 점을 보완한 치료법이 나오고 있다. 브리지도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이가 아파 식사도 하지 못하던 직장인 김 아무개씨(40)는 치과를 찾았다. 의사로부터 발치 후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치료비와 기간, 수술에 대한 부담으로 임플란트 시술을 포기했다. 브리지 치료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렇지만, 건강한 치아를 깎아내면서까지 브리지를 선택할 수도 없었다. 고민하던 김씨는 결국 ‘휴먼브리지’를 선택했다.

최근 일부 치과 의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휴먼브리지는 기존 브리지의 단점을 개선한 보철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강한 치아를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빠진 치아 양옆에 있는 건강한 치아를 지지대로 이용하는 것은 기존 브리지와 동일하다. 치아를 덮어씌우는 것이 아니라 치아를 옆쪽으로 둘러싸서 움켜쥐는 모양으로 인공 치아 지지대를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 양옆의 치아를 움켜쥔 듯한 지지대에는 홈이 파져 있는데, 요철처럼 이 홈에 인공 치아를 맞물리도록 고정한다. 건강한 치아를 깎아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신경치료가 필요 없다. 기존 임플란트와 달리 마취는 물론 출혈이나 통증도 없다.

김경진 덴타피아치과 원장은 “기존의 보철치료법을 개선한 새로운 치료법들이 최근 소개되고 있다. 임플란트와 휴먼브리지가 대표적이다. 두 가지 모두 인접한 자연 치아를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손실된 치아를 인공 치아로 대신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휴먼브리지는 임플란트로 치료할 수 없는 환자에게도 시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일반 임플란트의 70% 선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