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두드리는 드러머 다큐 영화로 일내다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8.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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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화 감독

ⓒ시사저널 이종현

“드럼을 잘 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영화감독으로 더 이름을 알리고 싶다.”

백승화 감독(28)은 최근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신출내기이다. 그런데 지난 7월26일에 폐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신출내기가 일을 냈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후 처음 출품한 장편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 최고의 한국독립장편영화에게 주는 ‘후지필름 이터나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백씨는 원래 인디밴드 ‘타바코쥬스’의 드러머인데 이번 상을 타면서 ‘최고의 감독’이 되겠다는 꿈이 생겼다. 백감독은 “부천영화제에서 두 번 상영했는데 첫 번째는 매진되었고, 두 번째는 영화 상영 후 공연도 같이했다. 관객들은 달아올랐고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하지만 상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계원디자인예술대학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한 백감독에게 영화는 그렇게 낯선 장르가 아니다. 대학 졸업 후 인디밴드 활동과 겸해 여러 영화에서 스태프로 활동도 했다. 그런 그가 인디밴드들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백감독은 1년 내내 캠코더를 옆에 끼고 산다. 밥을 먹을 때에도, 술을 마실 때에도, 멤버들 몰래 카메라를 켜두었다. 촬영 분량이 많아 편집에만 3개월이 소요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인디밴드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상을 보면 다들 <인간극장> 같았다. 겉은 화려하나 이면은 초라한, 그래서 동정이 필요한 존재로 비쳤다. 정말 싫었다. 남들이 불쌍하다고 말하는 모습마저도 우리는 즐기는 것이다. 그런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찍은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조만간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배급사와의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백감독은 앞으로도 작품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부상으로 받은 8천ft 필름으로 픽션다큐를 만들 계획까지 세웠다.

그는 “평소 기발한 것을 좋아한다. 상상력을 발휘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그렇지만 인위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특별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드러머와 영화감독, 두 가지 타이틀을 모두 거머쥔 그를 더 이상 ‘찌질이들의 대마왕’이라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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