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지면 배고픈 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아슬아슬 줄타기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8.1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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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선두 주자조차 2년 연속 수십억 원대 적자 협소한 시장에 경쟁은 치열…본업에 소홀하기도

▲ 지난 6월7일 14회째를 맞이하는 ‘드림 콘서트’가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뉴시스

“그동안 많은 돈을 벌어놓고 우리 오빠들에게 이 정도 대우 밖에 안 해주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 소녀들은 동방신기에게 야박하게 굴었다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원망한다. 이런 원망이 타당한지 확인하려면 SM의 매출과 이익 규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굵직한 아이돌 그룹을 거느리며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SM의 사업 규모는 예상보다 조촐하다.

금융감독원의 전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SM의 매출액은 해마다 증가했다. 2005년 2백21억원, 2006년 2백99억원, 2007년 3백32억원, 2008년 4백34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에 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2005년에도 12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하지만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40억원과 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선두 주자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규모이다.

SM이 이럴진대 다른 곳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지난 4월29일 코스닥시장에서는 미디어코프, DSP, 포이보스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퇴출이 확정되었다. 이들은 자본이 전액 잠식되거나 자본잠식률이 두 번 연속 50%를 넘겼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대표 주자격인 팬텀엔터그룹도 비슷한 시기에 코스닥에서 퇴출되었다. 골프용품 업체에서 엔터테인먼트업체로 변신한 지 4년 만의 일이었다. 한때는 주가가 3천1백83%나 치솟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테마주 시대를 이끌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엔터테인먼트업체의 주가는 하락하고 있지만 연예인에 의존하며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것이 더 큰 약점이다. 제이튠엔터는 월드스타 비가 참여한 업체로 유명세를 탔다. 2007년 9월, 비는 코스닥 기업인 제이튠엔터(당시 세이텍)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88만1천4백46주를 취득했다. 이후 액면 분할과 추가 매수를 통해 비가 갖고 있는 주식은 5백77만3천7백80주(13.63%)로 늘어났다. 제이튠엔터의 주가는 비가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상승을 거듭하며 2007년 10월15일 5천1백20원까지 올랐지만 지난 8월6일 현재 6백85원으로 마감했다.

참담한 기록 세운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들

한류스타 배용준은 2006년 키이스트(당시 오토윈테크)의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 주주로 등록했다. 한때 8만6천5백원까지 치솟았던 키이스트의 주가 역시 8월6일 3천20원을 기록했다. 김종학프로덕션도 비슷하다. 2007년 9월6일 1만8백74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8월6일 현재 1천5백75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때 7천원대에 진입했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제작사 스타맥스의 주가도 8월6일 현재 5백75원에 불과하다.

지금 코스닥에 남은 엔터테인먼트업체는 하락한 주가가 말해주듯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금난이다. 스타맥스는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었다. 지난 3월 스타맥스는 1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서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주주 임 아무개씨가 “기존의 주주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해 무산되었다.

김종학프로덕션은 지난 5월 50억원 규모의 운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단 한 주도 청약되지 않았다. 지난 7월20일에는 회사 운영 자금을 마련하려는 목적에서 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의를 공시했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사람’이 주력 상품이라 의외성 많고 예측 어려워

한화증권의 이준환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 증자의 목적이 시설 투자나 사업의 성장 자금이면 모르겠는데 운영 자금 때문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정상적이라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금을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냉담하다 못해 차갑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수익 구조와 실적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흥행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실적이 들쭉날쭉하고 지속성도 떨어진다. 대우증권의 김창권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흑자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없는 이유는 실적의 영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좀처럼 수익을 내기도 어렵고 낼 수도 없어서 돈을 벌 수 없는 산업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돈을 벌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시장 자체가 협소하다. 김연구원은 “시장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드라마의 주 수익원인 광고시장도 경기 여파로 축소되었고 음반시장은 유명무실해졌다. 게다가 영화시장도 정체되었다”라고 분석했다. 시장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재무구조도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사람’이 주력 상품이라는 점은 수익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상품은 의외성이 적고 추세 예측이 가능하지만 사람은 의외성이 많고 예측 자체가 어렵다. 동방신기가 SM을 상대로 ‘전속 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소송 때문에 SM의 주가는 떨어졌고 시장에서는 SM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돈다. SM의 향후 수익이 요동칠 수 있다. 김연구원은 “SM의 해외 매출 비중은 27.5%이다. 해외 매출 중 소송을 낸 동방신기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걱정은 주가로 드러난다. 2005년 10월21일 7천6백원을 기록했던 SM의 주가는 8월6일 현재 3천6백25원이다. 특히 동방신기 사건이 공개된 7월31일 종가(4천2백85원)와 비교하면 1주일 동안 15% 이상 하락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본업에 충실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엔터테인먼트업체에 대한 신뢰성에 흠집을 만든다. 한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엉뚱하다. 한 우물을 파는 업체가 거의 없다. 해외 유전이라든지 돈 될 만한 사업에는 다 참여한다고 공시를 날린다. 우회 상장을 많이 택하는데 막상 사업 모델도 없고 사업을 추진해도 단기적인 투기 성격이 강해 머니 게임적인 모습을 띤다”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이 업계에서 신뢰를 얻었던 곳이 SM이다. SM은 지난 1분기 매출이 1백4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83% 성장했고, 당기순이익도 28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2분기 결과 역시 낙관적이었다. 이익 창출 능력과 이익의 지속성 측면에서 주목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동방신기 사건이 터졌다. 김창권 연구원은 “SM 같은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성공을 하면 다른 기업들도 주식시장 내에서 증자 등을 통해 자금 모집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산업 자체의 리스크가 부각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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