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잇는 제2 허브공항 “우리가 최적지”
  • 배재한 (국제신문 차장) ()
  • 승인 2009.08.0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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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밀양, 신공항 유치에 총력전

▲ 경남 밀양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신공항 유치를 염원하는 제6회 밀양 아리랑마라톤대회’에서 1만2천여 명의 마라토너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뉴시스

요즘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지역 주민 공통의 관심사는 동남권 신공항(동북아 제2 허브공항) 건설이다. 9월로 예정된 국토해양부의 신공항 최적 후보지 발표를 앞두고 영남권 다섯 개 시도 지자체와 주민들은 자기 지역 또는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으로 결정되기를 학수고대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오는 9월 후보지를 확정하고 2010년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동남권 신공항이 추진된 것은, 부산시가 늘어나는 항공 수요와 김해공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3년 가덕도를 입지로 한 타당성 용역 결과를 의뢰하면서부터이다. 2007년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의 남부권 다섯 개 시도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공동 추진 사업으로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 건의에 대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검토할 것을 지시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같은 해 11월 당시 건교부의 1단계 용역 결과 남부권에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이 인정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관문 공항이자 제1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이 있음에도 왜 또 하나의 관문 공항 또는 제2 허브공항이 필요할까. 현재 운영되는 14개 지방 공항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에 또 공항을 지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지역의 경제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2008년을 기준으로 동남권 국제여객은 5백37만명으로 전국(3천2백84만명)의 16.4%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여객은 2004년 이후 연평균 11.8%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동남권의 국제여객 46.5%(2백50만명)가 김해공항의 시설이 부족하고 직항노선이 없기 때문에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김해공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신공항 건설이다. 김해공항의 국제선 여객 터미널은 2013년부터 적정 서비스 수준(처리 용량 승객 4백17만명)을 초과하며, 2018년에는 한계 용량(5백65만명)에 도달하게 된다. 김해공항의 야간비행에 대한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행 제한 시간(밤 11시~다음 날 새벽 6시)은 중장거리 국제선 직항노선의 개설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공항은 동남광역경제권이 동북아 국제물류거점으로 발전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이다. 전국 17.6%(1백60조7천억원)를 차지하는 동남권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물류거점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신공항이 필요하다. 수도권 일극의 중추신경을 분산함으로써 국가 위기 관리 능력을 높이고 국가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14개 지방 공항 중 흑자 공항은 김해, 김포, 제주공항 등 단 세 개뿐이다. 2008년 기준으로 김해공항의 당기순이익은 6백64억원으로 김포 5백29억원, 제주 2백77억원보다 많다. 이같은 결과는 동남권에 항공 수요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김해공항의 시설 용량 한계와 안전성 극복을 위한 신공항 건설이 또 하나의 적자 지방 공항 건설로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김해공항 비좁아 인천공항으로 가기도

▲ 부산 지역 1백60여 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바른공항건설 시민연대’가 지난 5월11일 부산역 광장에서 범시민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다섯 개 시도는 국토해양부의 의뢰로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및 타당성 용역’을 수행하는 국토연구원에 각 지자체별로 적정 후보지를 추천했으며, 현재 최적 후보지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하남 두 곳으로 사실상 압축된 상태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최치국 선임연구위원은 “가덕도는 바다에 조성하므로 공사비가 10조7천억원이지만 산을 깎아 만들어야 하는 밀양은 14조6천억원이다”라며 가덕도의 경제성을 강조한다. 최선임연구위원은 “가덕도가 대구나 울산 등지에서의 접근성이 밀양에 비해 20㎞가량 멀지만 통행 시간으로 따지면 채 10분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상의 등 민관은 최근 세계적 공항이 모두 해상에 건설되고 있으며, 24시간 운용할 수 있고 안전한 공항은 해상인 가덕도가 최적지라고 홍보하고 있다.

경남과 울산, 대구, 경북 등 나머지 네 개 시도는 “신공항은 영남권 다섯 개 시도의 공동 사업인 만큼 주민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밀양시 하남이 최적이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경남발전연구원 마상열 박사는 “공사비가 밀양은 12조2천억원이지만 가덕도는 20조4천억원이다”라고 말했다. 마박사는 또 “밀양시 하남이 신대구~부산 간 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울산, 대구, 경북 등 남부권 다섯 개 시도와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 동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후보지는 밀양 하남이다”라고 주장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최소 1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국가 재원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이다. 따라서 지역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되 어떤 정치적인 고려나 지역 이기주의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권력 실세의 입김과 정치 논리로 사업을 벌여 국민 세금만 축내며 흉물로 전락한 다른 지방 공항 건설의 재판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대원칙 아래 신공항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건설 기준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장애물이 없는 안전한 공항이어야 한다. 비행기 이착륙에 지장을 주는 어떤 장애물도 없고 안개 일수도 적아야 한다. 또, 공항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이어야 한다.

국가기간시설 및 복합물류거점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공항이어야 한다. 육운 해운과의 연계를 통해 복합물류거점으로 역할이 가능한 지역이 필요하다. 경제성이 뛰어나고 독립채산이 가능한 국제공항이어야 한다. 국내외 여객과 화물 수요가 창출되는 대도시 및 물류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에 근접해야 한다. 장래 항공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확장이 용이하고 토지 보상 등 건설 및 운영 과정에 민원이 없어야 한다.

정부는 이미 남부권에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으며, 정부는 30대 국가선도 프로젝트로 확정하기까지 했다. 남부권 1천3백만 주민들은 지역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북아 제2 허브공항이 하루빨리 건설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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