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2% “개헌 찬성”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7.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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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 공동 국민 여론조사 /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전후” 33%

▲ 김형오 국회의장이 7월1일 국회의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시사저널 유장훈

‘전환’이 꿈틀대고 있다. 정국의 대반전을 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도 강화론’을 꺼내들고 친(親)서민 행보에 나섰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개헌론’에 본격적인 불을 지피겠다고 벼르고 있다. 곧 중폭 이상의 개각이 뒤따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하반기 정국이 급박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시점에서 국민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시사저널>이 7월8일 여론조사 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62.1%가 “개헌에 찬성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 시기 또한 지금 당장이나 내년 등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적극적 응답자가 55.7%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한나라당 지지도는 각각 37.4%와 30.7%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의 ‘중도 강화론’ 표방과 ‘법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각각 56.3%와 65.0%로 과반수를 훌쩍 넘겼다. 특히 현재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디어법 개정 논란에 대해 전체 75.0%가 여당의 강행 처리 움직임에 비판적 견해를 나타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16개 광역시·도별 인구 비례에 따라 표본 수를 추출, 전국 1천명의 국민을 상대로 전화 면접조사로 이루어졌다. 표본 오차는 ±3.1%로, 신뢰 수준 95%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며칠 전 사석에서 “내 임기 중에 개헌 문제만큼은 반드시 처리하겠다”라고 말했다. 강한 의지였다. ‘청와대가 다소 부정적인데 가능하겠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개헌은 국회가 하는 것이지, 청와대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앞으로 눈여겨보라. 제헌절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불을 지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흔히 개헌 정국을 ‘블랙홀’에 비유한다. 한 번 빨려 들어가면 걷잡을 수 없이 모든 것이 빠져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개헌론이 등장하는 시점은 항상 정국의 위기 내지는 불안정함을 동반한다. 집권자는 그 위기의 돌파구로 개헌 카드를 곧잘 꺼내들었다.

개헌 정국을 주도할 주체는 다양하다. 국회가 될 수도 있고, 청와대가 될 수도 있다. 학계에서 먼저 활발하게 들고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여론이다.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는 개헌론은 힘을 받기가 어렵다. 2007년 1월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먼저 ‘원포인트 개헌론’을 들고 나왔지만 국민들의 외면으로 좌절되었다. 지금 국회에서 여론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학계에서도 지금의 개헌 정국에 대해 “여론이 뒷받침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하고 있다(20쪽 기사 참조). <시사저널>이 국민들의 개헌에 관한 입장을 살펴보기 위해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분위기는 좋아 보인다. 국민들의 개헌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점 더 높아지는 흐름이 확인되었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62.1%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매우 필요하다’라는 적극적인 반응을 나타낸 이도 19.0%나 되었다. 반면, ‘필요하지 않다’라는 부정적 반응은 통틀어 25.4%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혀 필요하지 않다’라는 응답은 4.7%에 불과했다.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연령층은 20대에서 50대까지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20대층(69.1%)에서 좀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60대 이상은 43.9%만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정당 지지자별로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 지지자들이 개헌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등 ‘범여권’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지역별로는 충청권(71.0%)과 호남권(70.2%)에서 개헌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대구·경북 지역(55.9%)과 강원·제주 지역(48.8%)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층(72.3%)에서 찬성률이 높았고, 블루칼라층(58.7%)은 낮았다.

국민들은 개헌 시기에 대해서도 가급적 빠른 시기 안에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이 필요하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적당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33.1%가 ‘내년 지방선거 전후가 적당하다’라고 답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라는 대답도 22.6%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서 ‘다음 정권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15.9%), ‘현 정부 임기 말기가 적당하다’(15.3%)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20~30대 등 저연령층에서는 개헌을 빨리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50대 이상으로 갈수록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었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국민들은 개헌에 있어 정부 권력 구조보다는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 보호 등에 더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과 학계에서 연일 정부 형태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것과는 상반된 시각인 셈이다. ‘개헌 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 및 정보 보호’라고 답한 이가 45.7%로 가장 많았다. ‘권력 구조 형태’라고 답한 이는 20.4%에 그쳤다. 이외에도 ‘행정구역 및 지방분권 문제’는 16.6%, ‘선거구제 및 선거 제도’는 8.9%로 각각 나타났다.

20대층(65.0%)에서는 국민의 기본권 및 정보 보호가 중요하다고 주로 답한 반면, 50대층(27.2%)에서는 권력 구조 형태를 상대적으로 높게 꼽았다. 직업별로 보면, 학생(62.6%)과 블루칼라층(58.0%)이 기본권에, 자영업자(32.6%)가 정부 형태에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 나경원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가 7월1일 국회 문방위 회의실 앞에서 농성 중인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원포인트 개헌’과 ‘대통령 4년 중임제’에도 찬성 더 많아

‘대통령의 임기를 줄여서라도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같이 가야 한다는 소위 ‘원포인트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51.8%가 ‘필요하다’라고 답했고, 44.0%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필요하다’고 응답한 이들 중에서는 22.0%가 ‘매우 필요하다’라고 답한 반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 중에는 9.4%만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즉, 전체의 과반수 이상이 개헌을 위해서라면 현 대통령의 임기가 조금 줄어들어도 상관없다고 대답한 셈이다. 이런 대답은 특히 50대층(61.6%)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반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 중에서도 30대 연령층(52.3%)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충청권(60.5%)과 호남권(62.1%)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은 반면, 서울(51.0%)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실정에서 가장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권력 구조 형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예상대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44.9%가 이렇게 응답했다. 현행 ‘5년 단임제’도 34.5%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직까지 우리 국민은 대통령제에 더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원내각제’는 10.0%, ‘이원집정부제’는 5.7%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40대(50.4%)와 50대(58.1%)에서 주로 ‘4년 중임제’를 선호했고, 60대 이상(44.2%)에서는 ‘5년 단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호남권(50.5%)에서 ‘4년 중임제’가 높게 나타난 반면, 대구·경북 지역(40.2%)과 부산·경남(40.7%) 지역 등 영남권에서는 ‘5년 단임제’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62.4%)와 화이트칼라층(50.2%)은 ‘4년 중임제’를, 농·임·어업 종사자(52.9%)와 가정주부층(41.3%)은 ‘5년 단임제’를 각각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개헌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의 68.0%가 ‘개헌 문제는 국회에 맡겨야 한다’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라고 답한 이는 24.8%에 그쳤다. 한나라당 지지층(30.4%)에서는 이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답한 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야당 지지층은 대부분 국회에 맡겨야 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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