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MB는‘너무 먼 당신’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7.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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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도 없이 남북 문제 등 이견 못 좁혀 양측, 강한 불신감과 피해의식 드러내

▲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앞줄에 선 전·현직 대통령들. ⓒ연합뉴스

전·현직 국가원수 치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처럼 인연이 없는 관계도 드물다. 두 사람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만난 적도 거의 없다. 지난 5월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잠깐 조우한 적은 있지만, 인사말조차 나누지 않았다.

두 사람의 대화가 언론지상에 소개된 것은 2007년 8월29일의 만남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 이날 만남은 이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직후 인사차 전직 대통령들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덕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대선 정국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 달라’라고 요청했다. 김 전 대통령의 당시 여권 지지 표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내가 알아서잘 판단하겠다’라며 간단히 되받았다. 어색한 분위기였다.

이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7년 12월28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전직 대통령을 잘 예우하겠다”라는 말을 했다. 2008년 1월 전직대통령들을 만나 자문을 구할 계획도 내비쳤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지난해 5월24일 김영삼 전 대통령과 공식 회동을 가졌을 뿐,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촛불 정국으로 이대통령이 한껏 궁지에 몰리자 김 전 대통령은 우호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22일 김형오 국회의장이 방문한 자리에서 “이대통령이 지난번 국회 개원 연설 때 사전 보고를 받고도 본회의장에서 금강산 이야기를 안 한 것은 잘한 것이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간접적인 표현이었지만, 이대통령에 대해 솔직하고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칭찬도 했다. 12월에는 “이대통령이 원한다면 함께 무릎을 맞대고 남북 문제를 논의할 용의도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 시기에 검찰과 국세청 등사정 기관에서는 지난 10년 정부의 비리를 캐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결국, 국세청의 조사를 계기로 ‘박연차 게이트’가 불거졌지만, 사실은 검찰에서 DJ 정권의 비자금 의혹과 방산업체 비리 등을 먼저 만지작거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대통령, 오바마 정부가 김 전 대통령의 영향 받을까 노심초사

이대통령은 ‘서거 정국’이 있기 직전인 5월 중순 청와대 회의에서 “이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데 현 정부가 이를 책임지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 정책 특별대표가 5월9일 방한해서 김 전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만난 것을 두고도 ‘미국의 고위 인사가 김 전 대통령을 면담한 이유를 파악하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통령이 6월의 한·미 정상회담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은 여러경로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이대통령으로서는 자칫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대북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김 전 대통령의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대통령의 소심함의 정치가 연로한 전직 대통령까지 정적으로 몰고 있다”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연로한 전직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면서 정치의 전면에 다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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