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9일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배신자, 겁쟁이, 장사꾼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을 깨부수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주검의 세력과 싸울 줄 아는 대안 세력, 대안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얼핏 들으면 진보 인사의 발언 같지만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조갑제 닷컴’ 조갑제 대표가 힘주어 한 말이다.
‘대안 정당’ 얘기가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조대표를 비롯한 강경 보수 인사들의 ‘선명 우파 창당’ 발언은 한나라당의 행보가 불만스러울 때마다 되풀이되었다. 정치컨설팅 회사인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이번 발언도 이대통령이 보수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들의 생각이 밖으로 표출된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최근 이대통령이 중앙아시아를 순방할 때 황석영씨를 동행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 한나라당이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는 것을 본 강경 보수 진영의 배신감은 적지 않았다.
특히 대북 문제의 선명성은 이들에게 중요하다. 그들이 보기에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에 억류 중인 유씨 문제, 개성공단 자체의 존폐 문제’ 등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고 실망만 커졌다. 이런 과정에서 강경 보수 인사들의 ‘신당 창당’ 발언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에 보내는 일종의 압박이다. 황인상 P&C 정책개발원 대표는 “보수 세력의 우파 정당 창당 발언은 불만의 표현이다. 자신들의 영향력이 관철되는 정권이 나올 때까지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립서비스’가 아니라 실제로 창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현 정부와 한나라당에 실망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폭넓게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규합하면 실제 창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능구 대표는 “앞으로 지방선거와 총선 등 여러 선거가 남아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외곽 정당으로 자리 잡으려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