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결혼식에 하객이 수천 명?
  • 김지혜 (karam1117@sisapress.com)
  • 승인 2009.06.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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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순자 최고위원 딸 결혼식에 뒷말 무성

▲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운데)가 소속 의원들과 함께 박순자 최고위원(작은 사진)의 큰딸 결혼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7일 일요일 한양대 안산캠퍼스 게스트하우스에서 있었던 한나라당 박순자 최고위원의 딸 결혼식이 연일 뒷말을 낳고 있다. 국내외 상황이 혼돈스러운데 여당의 최고위원이 신중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해서이다. 정치인들이 대거 출동해 마치 정당 행사를 방불케 했고, 수천 명의 하객이 축의금을 내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섰으며 이들이 타고 온 고급 승용차들로 예식장 주변이 넘쳐난 것은 논란을 부를 소지가 충분했다.

한 의원 보좌관 “친분 관계 없는데 청첩장 보내와”

‘호화 결혼식’이라는 지적이 있자 박의원은 ‘언론 보도에 오해가 있어서 바로잡는다’라며 조목조목 반박한 자료를 배포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여당 최고위원으로서 신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 대신 ‘억울하다’라는 입장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해명한 내용도 신빙성이 의문시된다. 박의원측은 ‘소박하게 치르려고 했다’라거나 ‘(언론에서 보도된 1천명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온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현장에서 일했던 직원은 “결혼식 하기 전에 손님은 대략 3천~4천명 정도, 화환은 1백40여 개 정도 올 것이라고 들었다. 여기에 맞추어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하객 수는 적어도 1천명은 넘은 것으로 보이며 주변 웨딩홀측은 “2천3백명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의원이 내놓은 ‘청첩장도 평소 애경사를 나누는 친한 지인에게만 돌렸고, 문자도 열 명 정도에게만 보냈다’라는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정치인은 “간혹 만나면 인사하는 사이인데 청첩장을 보내왔다. 약간 의아하기도 했고, 친분도 없는데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당일 결혼식에 국회의원을 대신해 참가한 한 보좌관은 “평소에 친분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청첩장을 보내왔기에 의원님 대신 인사차 다녀왔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친한 지인에게만 최소한의 청첩장을 돌렸다’라는 해명이나 ‘소박하게 하려고 했다’라는 말만큼은 진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정가에서는 “딸자식을 서울의 고급 호텔에서 결혼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사정을 감안해서 지역에서 치렀는데 억울하다”라는 박순자 최고위원의 태도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완구 충남도지사의 경우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반총장은 지난 5월, “거창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공직자로서 적절하지 않다”라며 축의금과 화환을 거절한 채 자녀의 결혼식을 조용히 치렀다. 이지사는 2006년 자녀 결혼식 때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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