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의 진화는 계속된다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5.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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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촉감’이 즐거운 ‘쾌락’ 제공 수준까지 나아가…개성 표현 욕구도 충족

ⓒ연합뉴스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요즘 트렌드는 터치스크린이다. 이 안에는 시장의 유행을 선도하는 신세대의 욕구와 니즈가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는 터치스크린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가장 최근에 출시된 모델이자 반응도 좋은 삼성전자의 ‘햅틱POP’과 LG전자의 ‘쿠키폰’을 비교해보자. 둘 다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택했다. 2007년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촉감 마케팅’의 일환이다. 초기에는 기본적인 촉감에 의존한 마케팅이었다면 여기서 좀더 발전해 ‘촉감이 즐거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

 LG경제연구원 이현정 선임연구원은 “쾌락 가치를 극대화하는 마케팅 방식이다”라고 말한다. 쿠키폰이 ‘모션 센서 게임’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쿠키폰 광고를 보면 김태희가 휴대전화를 들고 뛰다가 허공을 향해 손을 아래위로 휘두른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무릎까지 꿇어가며 휴대전화를 좌우로도 흔든다. 그녀는 현재 ‘낚시 게임’을 하며 열심히 노는 중이다. 이에 비해 ‘햅틱POP’은 개성 표출에 좀더 치중했다. 배터리 커버 디자인을 11가지 내놓았고 진동의 세기와 주기까지 개인이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홍보팀 이승한씨는 “다른 휴대전화와 비교해 10대와 여성의 구매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다. 이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욕구와 디자인에 예민한 소비자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구매자가 직접 디자인하는 기능 등 사용자 맞춤 제품이 ‘대세’

개성 표출이라는 측면을 더욱 특화시켜 나온 휴대전화가 LG전자의 ‘롤리팝폰’이다. 10대들을 위한 휴대전화를 기획한 결과 자기 표현 기능이 강조되었다. 막대사탕을 의미하는 ‘롤리팝’을 제품 이름으로 내세운 것도 10대들은 자신이 먹는 막대사탕의 모양으로도 개성을 드러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폴더 외관에 2백20개의 발광다이오드를 배치하고 구매자가 직접 디자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자기 표현 기능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전화가 왔을 때 휴대전화를 뒤집으면 벨소리나 진동이 무음으로 전환되게끔 한 것도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는 한 방법이다. 윤과장은 “편의성을 위해 이 기능을 넣은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화를 받기 싫다는 의사 표현을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10대들의 행동양식을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롤리팝폰이 출시 한 달 반 만에 20만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얻자 휴대전화 업계에는 소비자층을 세분화한 ‘세그먼트(분할) 마케팅’이 정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김연아를 모델로 캐스팅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햅틱POP’ 후속 제품인 ‘햅틱미니’도 이 마케팅의 하나로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휴대전화의 트렌드는 소비자의 기호에 철저하게 맞춘 사용자 중심의 최적화 제품들이 주종이 이루었다는 점이다. 재작년 터치스크린 기술이 개발되고 난 뒤 올해에는 소비자를 배려한 기술 보완 작업으로 한 단계 성숙했다고 볼 수 있다. 하반기 휴대전화 시장의 형세는 또다시 기술력 싸움이라 할 수 있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이 선두에 나섰다.

삼성은 이르면 5월 말이나 6월 초에 ‘울트라터치폰’을 선보인다. 좀더 깨끗한 화질을 위해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AMOLED’ 액정을 달았다. 카메라 화소도 무려 8백만 화소이다. 디자인에서도 한 단계 진보한 ‘실키백 디자인’을 적용했다. 터치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를 위해 별도의 키패드를 장착하면서도 풀터치 스크린폰의 일자형을 유지했다. 

LG전자는 ‘울트라터치폰’의 대항마로 오는 6월 ‘아레나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메뉴 아이콘을 3D로 만들어 입체감을 살렸고, 돌비시스템을 적용해 음향 성능을 한 단계 올렸다. 터치에서도 수준을 높였다. 화면에 손가락 2개를 놓고 손가락 사이를 벌리면 화면이 확대되는 멀티 터치 기능을 넣었다. 아이폰에 적용했던 기능이다. ‘기술 발전’의 계단과 ‘소비자 감성 충족’의 계단을 한 단계 한 단계 오르는 동안 휴대전화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해나가고 있다.


▲ 구글의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I7500’.
"아이폰을 기다렸지만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T-옴니아를 샀다.” 프로그래머인 방인식씨는 6년 정도 PDA를 사용하다가 최근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휴대전화 하나로 통화는 물론 MP3, 노트북, 파워포인트 작업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걸음마 단계라는 표현도 무색할 만큼 미약하다. 업계에서는 휴대전화 시장 규모를 2천만대 수준으로 보는데 이 가운데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한 50만대 정도이다. 해외 스마트폰 시장이 11~12%인 것과 비교하면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전화업계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선도 업체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미래에셋 조승은 애널리스트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스마트폰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전략들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데이터 요금이 비싸다. 또한, 자신들이 개발한 네트워크망을 이용하도록 하는 폐쇄적인 태도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인터넷 환경이 너무 좋은 것도 스마트폰의 저변 확대를 막는다. 우리투자증권 이승혁 애널리스트는 “주변에서 쉽게 컴퓨터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스마트폰에 준하는 프리미엄폰들도 많이 나와 있어 소비자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요인이다”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의 수요가 크지 않은 탓에 아이폰의 국내 유입도 한없이 늦춰지고 있다. 이승혁 애널리스트는 “아이폰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덕분이었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물량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수요층이 너무 얇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구글이 아이폰의 대항마로 내놓은 안드로이드폰도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6월, 안드로이드폰의 운영체제를 따른 i7500을 출시하지만 해외용이다. LG전자도 올해 안에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이나 해외용일 뿐이다. 한국은 IT 강국답게 휴대전화 최신 기술을 선도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의 성장 속도는 더딘 양면성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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