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연금법 제정 서둘러라
  • 이성규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한국장애인복지학? ()
  • 승인 2009.04.2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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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한국장애인복지학회 회장)
4월은 잔인한 달인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야 하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어야 하는 4월에 장애인들의 삶은 어둡고도 무거웠다. 몇 푼 되지 않는 보조금과 지원금을 가로채가는 못된 공무원들이 여럿 드러났다.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은 경기가 안 좋다는 이유로 꿈도 못 꿀 상황이다. 노동 관련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취업자는 8% 정도 줄었다. 장애인 가구의 평균 소득도 비장애인의 45%에 미치지 못한다. 장애인들은 매 순간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대선·총선에 휩쓸려 법안 폐기돼  

소득 보장, 취업, 이동권 확립 등 해묵은 과제들이 먼지도 다 털지 못하고 자꾸 미해결 파일로 쌓여간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를 알고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총체적으로 사회는 장애인들에게 문을 닫고 있으며, 장애인의 생을 좌우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 국회는 장애인들을 향한 눈과 귀를 닫아버린 형국이다. 지난 국회에 상정되었고 이번에 다시 상정된 장애인연금법안만 해도 그렇다. 장애인들의 욕구 중 가장 치열한 것이 바로 먹고사는 문제 즉, 소득 보장 욕구란 것을 오래전에 파악하고 추진했던 것이 바로 장애인들에게 현재의 수당 체계를 넘어서는 연금을 지급하자는 결론이었다. 몇 명의 의원들이 발의하고 장애인계가 열렬히 염원했건만 대선과 총선에 휩쓸려 폐기되고 말았다.

국민연금 시대가 열린 지 10년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실질적인 소득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을 가입에서부터 원천 배제하고 있으며, 생활 안정을 위한 소득 보장 제도라는 당초 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있지 못하다. 현실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는 장애인은 20.8%에 불과하며, 특히 전체 장애인의 66.3%에 이르는 1백38만명의 장애인이 연금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어 각종 위험이나 노후에 대비한 어떠한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지급되는 장애수당도 조사된 월평균 초과 비용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장애인들의 각종 경제적인 부담을 가벼이 해주는 정책들 역시 체감도와 인정도가 낮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키고, 장애인이 권리의 주체로서 보편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무기여 방식의 장애인연금을 도입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배려이다. 별도의 연금 체계를 갖추든, 아니면 국민연금 체계 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령을 바꾸든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꼭 나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라서가 아니고 경제가 더 어려워서도 아니다. 그동안 사회가 방해해 못 이루었던 장애인들과의 소통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서의 ‘어루만짐(stroking)’은 장애인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도 힘든 장애인의 가장 큰 소망을 국회와 정부가 풀어준다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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