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차이’, 왜 생겼을까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9.04.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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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전학자, 성의 구분을 뇌 형성 과정과 뇌 구조의 차이로 설명해

남자는 다 똑같아, 똑같아!” 남편이 길을 걸으며 다른 여자의 몸매를 힐긋거리는 모습을 두고 옆에서 같이 걷던 아내가 참다못해 하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남자들은 발끈하며 “여자들은 안 그래?”라고 반문한다. 그런데 여성은 길을 가면서 이 남자 저 남자 힐긋거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니 여자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남녀가 본능에서 다른 것은 뇌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전학을 전공한 박사로서, BBC 방송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남녀 뇌의 유전학적 차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명성을 얻은 앤 무어이다.

남자가 여러 여자를 기웃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자의 직관이 왜 거의 정확한가? 왜 남자는 지도를 잘 읽고, 여자는 사람을 더 잘 읽는가? 왜 남자는 공격 지향적이고, 여자는 관계 지향적인가? 이런 차이에 대한 궁금증은 심리학 서적에서 이미 해소되었을 수 있다. 또 사회화의 차이로 인해, 또 역사적 강요에 의해 남녀의 차이가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먹혀들었다. 하지만 앤 무어는 남녀 차이를 차별로 보는 시대에 ‘용감히’ 나서서, 남녀 차이가 뇌 차이에 있으며 좀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뇌가 남녀의 성을 결정하며 뇌 구조가 남녀의 성 역할을 구분짓는다는 내용을 담은 <브레인 섹스>는, 지난 세기를 주도해온 사회적 조건화에 입각한 남녀 차이의 해석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부모와 사회가 남자와 여자에게 각각 다른 역할을 기대함으로써 남녀가 서로 다른 행동방식을 학습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은 21세기를 전후해 속속 등장한 생물학적 증거들에 의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만드는 사회적 영향력은 우리 내부에 이미 흐르고 있는 호르몬의 영향력에 비하면 너무도 보잘 것 없다는 것이 그 증거들의 핵심이다.

이 책에 따르면 몸속을 흐르는 호르몬의 메커니즘이 아주 다르고, 서로 다른 이 호르몬의 메커니즘은 남자와 여자의 뇌를 극단적으로 다르게 발달시킨다. 그래서 남자 뇌와 여자 뇌는 동일한 환경,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도 다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그쪽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 남자는 여자보다 좌뇌와 우뇌 간의 정보 교환이 원활하지 못한 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북스넷 제공


또, 이 책은 연구 결과 태아의 성별이 결정될 때 남아의 경우 남성 호르몬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반면, 여아에게는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담았다. 예전에는 호르몬이 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고, 모호하게 정의된 ‘기질’이 신경계에 들어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등의 주장이 많았다. 이 책에서 ‘기질’은 ‘호르몬’으로 바뀐다. 호르몬의 흐름이 뇌의 시상하부에 의해 조절되는데, 성별에 따라 호르몬을 다르게 구성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에 성 호르몬이 흐르는 밸브를 열거나 닫으라고 지시하는데, 이 체계가 남녀에게서 각각 확연한 차이를 보여 남녀가 다른 뇌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녀의 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최선’

뇌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행동방식도 남녀 간에 차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테면, 여성은 더 잘 듣고 남성은 더 잘 본다. 여성은 실용적 문제와 개인적 과제에 집중하지만, 남성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생각에 집중한다.

이렇게 남성과 여성이 같은 일에서 능력의 차이를 보이는 것도 사회화 때문이 아니라, 생물학적 특성인 뇌의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차이에서 연유한다. 좌뇌와 우뇌 사이의 원활한 소통으로 여성은 커뮤니케이션에 우월함을 보이는데, 남성은 좌뇌와 우뇌 간의 정보 교환이 상대적으로 덜 원활하기 때문에 공간지각 능력에서 앞선다. 다시 말해 여성은 공간지각 능력을 담당하는 영역과 언어 영역의 연결이 더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시각적 상상을 쉽게 어휘와 연관시킬 수 있다. 반면에 남성은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의 간섭을 덜 받아 사물의 이미지 쪽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분명한 남녀의 차이를 외면하지 마라’라는 이 책의 메시지가 귀 기울여 들을 만한 것은 여러가지로 다른 남자와 여자가 함께 일을 하면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어쩌다 남성 호르몬에 노출된 태아가 여아일 경우 남성적인 면을 보이고, 남성 호르몬에 덜 노출된 남아가 또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심하게’ 받아 여성적인 면을 보이는 경우가 그렇다. 뇌의 구조가 호르몬의 영향을 달리 받아 그런 것일진대 동성애자나 여성적인 남자, 남성적인 여자를 이상하게 볼 것이 아님을 이 책에서 깨우칠 수도 있겠다. 앤 무어는 “어두운 자궁 속에서 결정적 시기에 일어나는 일들이 뇌의 구조 및 조직을 형성하면서 차례로 마음의 본성을 규정짓는다. 이것은 탄생과 삶에 대한 가장 놀라운 사실 중의 하나로,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많다”라며 이론의 여지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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