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도 잠든 날 저 홀로 분주한 숲지기
  • 김연수 (생태사진가) ()
  • 승인 2009.03.1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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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공원이나 북한산을 산책하다가 잠시 멈추고 나뭇가지를 살펴보면 청설모를 우연히 만날 수 있다. 녹음이 짙어진 여름철에는 쉽게 발견할 수 없지만, 나뭇잎이 떨어지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겨울철에는 흑갈색 빛깔의 청설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람쥐는 겨울철에 간간히 겨울잠을 자며 활동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겨울철의 나무 위는 청설모의 독무대이다. 이 가지 저 가지를 넘나들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녀석은 사람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숲이 끊어진 산길에서 겁 없이 도로를 건너다가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람쥐보다 몸집이 조금 더 큰 청설모는 나무 위에 살도록 앞다리는 비교적 긴데, 뒷다리보다는 짧다. 몸은 가늘고 길며 꼬리가 몸길이의 절반 이상이다. 긴 꼬리는 나뭇가지를 뛰어다닐 때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큰 귓바퀴는 주변의 작은 소리도 감지하는 뛰어난 청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람쥐 같은 얼룩무늬 위장색 대신에 청회색·갈회색·흑갈색 등의 나무줄기와 비슷한 털빛을 가졌다. 청설모의 활동 무대가 나무 위이기 때문에 비슷한 위장색을 띈다. 반면에 다람쥐는 나무보다는 숲 속의 바위틈, 풀 섶 등 땅이 주 생활 공간이라 얼룩무늬 위장색을 선택한 것이다.

청설모의 번식기는 2월 초순이고, 임신 기간은 약 35일이며 한 번에 약 5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신록이 돋아나는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젖을 뗀 귀여운 새끼들이 엄마 몰래 나무 구멍에서 나왔다가 인기척에 놀라 줄행랑치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우리 숲이 건강하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청설모는 새끼 때 주로 희생되는데 천적은 올빼미, 담비 등이다. 그러나 이들 천적이 귀해지자 최근 그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일본, 시베리아, 유럽, 중국 북부, 몽골 등 유라시아 대륙 북부에 분포한다.

호두 농가로 유명한 충남 청양에서는 해마다 호두를 훔쳐가는 청설모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괘씸한 청설모를 총으로 쏘아 죽이는 농부도 있지만, 현명한 농부는 호두나무 둘레를 미끄러운 양철로 감싸 청설모의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어사전에서는 청설모를 ‘날다람쥐의 털’이라고 단순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한자로 청서(靑鼠)로 표기하는 청설모는 뜻대로 풀이하면 ‘청서털’이다. 예로부터 좋은 붓의 소재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다람쥐는 잘못된 표현이다. 우리나라에는 날다람쥐가 없고 대신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가 있다. ‘호두·밤 농가의 훼방꾼 날다람쥐 피해 극심, 사냥 허가 절실’ 같은 제목을 단 기사를 신문에서 여러 번 보았다. 자칫하면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를 마구 죽이라는 말로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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