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없는 세상 꿈이 아니다
  • 로스앤젤레스?진창욱 편집위원 ()
  • 승인 2009.02.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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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송전 가능한 ‘위트리시티’ 기술 등장

▲ 2009년 CES에서는 다양한 첨단 가전제품들과 기술들이 전시되었다. ⓒAP연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첫 과제 가운데 하나인 전력선 증강안이 흘러간 아이디어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오바마는 태양 및 바람 등을 활용한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해 미국 전역에 5천㎞에 달하는 전력선을 추가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9 가전제품박람회(소비자 전기제품 박람회 CES 2009)에는 전선 없이 송전하는 무선 송전기가 대거 출품되어 송전 기술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박람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출품작 가운데 하나는 파워매트 사의 송전 매트이다. 이 제품은 주방이나 거실 또는 사무용 책상 바닥에 넓게 코일을 깔아 전원에 연결해놓고 같은 방식으로 코일을 내장한 가전제품을 그 위에 올려놓으면 전선을 연결하지 않고도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기기를 작동시킨다. 송전 매트는 책상이나 거실 테이블의 면적에서 휴대전화 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로 만들 수 있다.

파워매트 사의 기기는 휴대전화나 믹서기, 라디오, TV는 물론 어떤 제품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집안 곳곳에 충전기를 늘어놓거나 사용할 때마다 전원 콘센트와 플러그로 전선을 통해 전기 에너지를 받아 기기를 움직이는 불편함을 덜 수 있게 된다. 파워매트 사는 이같은 근접 무선 송전뿐만 아니라 길게는 2m 거리에서도 무선 충전이 가능함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앞으로는 새 집을 지을 때 방마다 복잡한 전선을 깔 필요가 없고, 낡은 전선으로 인한 화재 발생 위험도 사라지게 된다.

2009 라스베이거스 가전제품 박람회에서 선보여

더 이상적인 것은 오바마의 정책처럼 장거리 송전을 위해 대형 철탑을 건설하고 고압선을 연결해 전기를 보내는 대신 무선 송전 기술을 이용해 고압선이 없어도 송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나아가 우주에서 태양 에너지로 발전한 전기를 무선으로 지구로 송전해 지구의 에너지난을 해결할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파워매트 사의 기술은 올해 새로 개발된 신기술이 아니다. 이미 2007년 애플 사가 무선 충전 기술을 이용한 기기를 개발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서민들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전동 칫솔의 경우 이미 무선 송전 기술을 이용해 충전되고 있다. 이에 앞서 1904년 최장 30m까지 무선 송전에 성공한 기록이 있다.

올해 CES에서 이 기술이 새로이 각광받은 이유는 기술의 다양한 활용과 실용화에 있다. 오는 가을이면 이들 무선충전기를 이용한 휴대전화나 라디오, TV 등이 대거 등장한다. 삼성, LG 등 한국 가전업체들이 플러그를 끌고 다녀야 하는 TV나 비디오를 생산하는 사이 이들은 무선 시장을 장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새 기술은 지난 2007년 미국 명문 대학 MIT의 연구진이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위트리시티(Witricity:Wireless Electricity)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술 개발을 위트리시티 혁명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위트리시티 기술은 매우 단순하다. 보통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형변압기 방식을 개선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쪽 코일을 전원에 연결하고 다른 코일을 사용 기기의 전선으로 연결한 일반 변압기 방식과 달리 사용 기기에 이르는 전선을 없앤 것이다. 그러나  발상 자체가 가전 혁명을 이끌만큼 획기적인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온 세상의 가전제품이 이렇게 전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위트리시티 개발 역사는 1749년 미국 벤자민 프랭클린에서 시작해 1864년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의 수학적 전자파 증명, 헤르츠의 전자파 이론 및 마르코니의 무선 전신 개발을 이은 기술 발전의 결과라는 것이 MIT 연구팀의 주장이다. 그러나 가장 근접한 기술은 마르코니와 동시대 인물인 니콜라 테슬라가 개발한 무선 에너지 전환 기술이라는 것이 관련 학계의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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