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공’을 높이 쏘아 올릴까
  • 이영미 (일요신문 기자) ()
  • 승인 2009.01.2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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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빛낼 주요 종목의 ‘새내기’들 / 화려한 경력 돋보여 선배 선수들 바짝 긴장
▲ 프로야구에서는 두산 성영훈(맨 왼쪽)이, 축구 대표팀에서는 김동찬(가운데)이, 프로축구에서는 강원FC 김영후(왼쪽)가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뉴시스/연합뉴스/연합뉴스
2009년을 빛낼 새내기 스포츠 스타는 누구일까. ‘새내기’란 고등학교나 대학 졸업 후 실업팀 또는 프로팀에 입단하는 신인 선수들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무명으로 있다 처음으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거나 은퇴 후 처음으로 감독으로 데뷔한 사람도 ‘새내기’에 포함된다. 각 종목별로 ‘올해만큼은 일 한 번 크게 내겠다’라고 벼르는 예비 스타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선배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만큼 이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이었다. 각 종목별로 주목할 만한 새내기 스타들을 만나보자.

2009년 프로야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이라고 한다면 덕수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성영훈(19)이다. 성영훈은 2008년 캐나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3승, 평균자책점 1.32의 눈부신 성적으로 최우수 선수(MVP)가 되었다. 최고 1백53km의 강속구와 명품 슬라이더로 고교 마운드를 지배해왔던 성영훈은 지난해 대통령배 MVP 등 국내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두산의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계약금 5억5천만원을 받고 프로에 첫발을 내딛은 만큼 입단 직후부터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현재 일본 미야자키에서 전지 훈련 중인 성영훈은 프로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고 고백한다. 지난해 청소년대표팀 시절 두산 2군과의 연습 경기에서 프로 선배들을 상대로 심하게 당했던 경험 때문.

“프로 선배들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가운데 몰리는 직구를 파울 홈런으로 때리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아무리 고교 최고의 투수라고 해도 프로로 올라간 첫해에 으레 슬럼프를 겪는 이유를 조금은 알겠더라. 해결책은 연습밖에 없다. 그리고 좀더 강심장이 되도록 마인드컨트롤을 해야겠다.”

‘새내기’라고 하기에는 다소 쑥스러운 감이 없지 않지만 올 시즌 새로운 팀에서 새 출발하는 선수도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지명할당된 지 이틀 만에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이적한 류제국(26)이다. 샌디에이고에는 류제국이 평소 친형처럼 따르는 백차승이 선발로 자리매김해 있다.

탬파베이에서 웨이버로 공시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월14일,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류제국을 지명한 LG트윈스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샌디에이고 이적이 발표되면서 국내 복귀는 수면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명품’ 성영훈과 ‘괴물’ 김영후에게 주목

지난 1월3일, 테니스 선수 출신 김혜미씨와 조용히 결혼식을 올린 새신랑 류제국은 “탬파베이에서 방출될지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실망은 하지 않았지만 샌디에이고에서 나를 원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기쁘고 설레었다. 차승이 형이 있는 곳인 데다 내셔널리그 팀이고 서부에 위치해 너무 기분이 좋다. 와이프가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 만큼 올 시즌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뛰어보겠다”라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12월26일. 축구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최종 예선 이란전 명단을 발표하면서 새 얼굴로 김동찬(22)을 포함시켰다. 축구 기자들은 김동찬의 이름을 들으면서 ‘아! 그 선수’가 아닌 ‘누구지?’ 하는 의문 부호를 날렸다. 한마디로 잘 몰랐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동찬은 지난 시즌만 해도 방출 선수 신세였다. 고교 시절(서귀포고) 각종 전국대회에서 50골을 터뜨리며 스트라이커로서의 명성을 날렸지만, 2006년 경남FC 입단 후 당시 박항서 감독의 스타일과 맞지 않아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결국, 방출자 명단에 올랐던 김동찬을 구해준 사람은 새로 부임한 조광래 감독. 조감독은 선이 굵은 축구보다는 짜임새 있고 머리 좋은 선수를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1백68cm의 작은 체구에도 적극적인 몸싸움과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 파워풀한 슈팅 감각을 지닌 김동찬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그를 주전으로 기용했다. 결국, FA컵에서 득점왕(6골)에 올랐고 이런 맹활약은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현재 제주에서 대표팀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대표팀 새내기 김동찬은 “꿈에도 소원했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처음 경험하는 대표팀 생활이라 모든 게 어리바리하지만 그래도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연습만 하다 그라운드는 밟지도 못하고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김동찬의 새해 소원은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서 남아공 월드컵 무대에 직접 뛰어 보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창단된 강원FC의 공격수 김영후(25)의 별명은 ‘괴물’이다. 그동안 내셔널리그에서 끝없는 득점 행진을 벌이며 존재감을 부각시켰지만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딛기까지는 실로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대학부 최우수 선수를 차지하며 숭실대를 졸업했지만 프로팀에서는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어쩔 수 없이 내셔널리그인 울산현대 미포조선에 입단한 김영후는 2007년 소속팀이 우승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고 소속팀이 우승 후 프로팀으로 승격할 것이라는 약속을 무참히 깨뜨리자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결국, 미포조선에서 감독과 선수로 만났던 최순호 감독이 강원FC 초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영후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김영후는 비록 창단팀이고 용병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천금같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에서 27경기에 출전해 30골 10어시스트를 기록했던 김영후는 올 시즌 목표가 “내셔널리그에서 올렸던 성적의 반이라도 해내는 것”이라고 수줍게 말한다. 그러나 최순호 감독은 김영후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크다. 용병들이 독식하는 K리그 득점왕에 김영후의 등장이 신선한 효과를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1970년대생이 프로축구 신임 감독에

▲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메이저리거’ 류제국 선수(맨 위)와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대행(위). ⓒ연합뉴스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신임 감독 신태용 감독대행은 1970년대생으로 국내 첫 프로 감독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성남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2005년 은퇴 후 호주 축구 퀸즐랜드 로어에서 잠시 코치 생활을 했을 뿐인데도 감독으로 발탁된 데는 구단 내부 사정에 누구보다 밝다는 점과 성남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감독대행으로 부임하자마자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면서 두두와 모따, 아르체 등 외국인 선수 3인방과 이동국·김동현·김상식 등 국내파 스타들을 방출해버렸다. 자신의 축구 철학에 맞는 선수들 위주로 팀을 재구성하겠다는 의도에서였지만 성남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라는 점에서 “아는 사람이 더한다”라는 비난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신대행은 “나와 선수들 모두를 위한 조치였다. 이것저것 다 고려했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거라는 판단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남 광양에서 전지훈련 중인 신대행은 비록 ‘초보 감독’이지만 자신만큼 우승하는 법을 아는 감독도 없을 것이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13년간 성남의 주전 멤버로 활약하며 6차례 우승한 경험이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는 데 큰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서른아홉 살 새내기 감독대행의 자신감은 확 젊어지고 달라진 성남의 전력과 더불어 우승을 향해 힘찬 출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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