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정보 좋아하다 애먼 병 날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2.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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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처방보다 검색 자료에 의존하는 경우 많아 민간요법·유사 의약품에 현혹돼 병세 악화되기도

최근 한 중학생이 아토피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아토피로 입원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 학생은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였다. 학생의 부모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민간요법을 쓴 것이 화근이었다. 몸에 열을 내서 아토피를 치료해야 한다는 뜬소문만 믿고 장시간 사우나를 시켰던 것이다. 결국, 염증이 곪아 터져 얼굴은 물론 온몸이 새카맣게 타버렸고 몇 차례 기절까지 한 뒤에야 입원 치료를 받았다. 

몸에 이상을 느끼면 병원을 찾는 대신 인터넷부터 뒤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의 증세에 해당하는 질병을 확인하려는 본능과도 같은 행동이다. 관련 내용을 참고로 삼아 어떤 진료를 받아야 할지 파악하는 등 질병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는 역할을 인터넷이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환자 스스로 처방까지 내리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자신의 증세와 비슷한 사람의 글을 읽고 병원 진료를 받을지 여부를 결정해버리기도 한다. 심지어 근거가 없는 치료법을 맹신하고 아예 병원을 찾지 않은 경우도 있다.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아 병세가 악화되고, 치료 시기를 놓쳐 이중 삼중으로 진료비만 낭비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인터넷 의료정보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에 종합병원 대기실마다 환자들에게 용하다며 민간 요법을 권장하거나 유사 의약품을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있었다. 신빙성이 있든 없든 다급한 환자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불안한 환자의 심리를 이용한 유객 행위가 최근에는 인터넷에 번지고 있다. 근거도 없는 의료정보를 내세워 환자를 현혹시키는 행위가 도를 넘어섰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인터넷 의료정보의 순기능도 있다. 운동, 식이요법, 스트레스 관리 등에 대한 정보는 전반적인 국민 건강 증진에 보탬이 되고 있다. 또, 인터넷 의료정보를 통해 환자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려는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의료정보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인터넷 의료정보 중에는 의사가 작성한 글, 언론 보도 기사, 상업적 목적의 글, 개인이 경험한 글 등이 혼재되어 있다. 심지어 ‘카더라’식의 무책임한 글도 적지 않다. 출처가 분명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제공한 의료정보라도 여러 홈페이지나 블로그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임의로 가공되어 결국, 신뢰할 수 없는 정보로 둔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료정보를 취사 선택할 능력이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무방비 상태로 잘못된 의료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장병철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연세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특정 개인과 단체의 상업적 목적으로 의료정보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왜곡된 의료정보가 생겨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게 변질되므로 향후 심각한 의료 사고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개인 의원이나 상업적 목적 사이트가 상위에 노출되는 것도 문제

실제 기자가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폐암 치료’를 입력하고 정보를 검색해보았다. 가장 상단에 노출된 결과물은 생명회사의 홈페이지였다. 한의원 등 개인 의원 사이트와 러시아산 차가버섯을 알리는 상업적 목적의 사이트가 그 뒤를 이었다.

국립암센터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먼저 검색될 것이라는 기대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의사들이 포털 사이트 검색 기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내 주요 검색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은 자사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홈페이지, 블로그, 카페 등을 우선적으로 검색한 결과를 보여준다. 게다가 검색 사이트는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스폰서 링크’나 ‘파워 링크’라는 이름을 달아 검색 결과 화면의 상위에 노출시키고 있다.

정작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찾기 힘든 구조이다. 구글(google)이라는 검색 사이트를 통해 ‘lung cancer treatment(폐암 치료)’로 검색하면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가장 먼저 노출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우리나라 검색 사이트는 국민에게 왜곡된 정보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어서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 같은 의료정보를 검색해도 각 검색 사이트마다 결과가 다르다. 그러나 정작 환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의료정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의사보다 인터넷 정보 더 신뢰하기도…의료정보 ‘공인’ 제도 필요

정부나 공공 기관은 아니지만 개인 의원이나 한의원, 제약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의료정보는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박교수는 “질병에 관한 정보는 비교적 객관적이지만 치료법을 소개할 때는 특정 병원이나 기업의 상업성이 가미된 경우가 많다. 또, 개인 의원과 한의원 등의 일간지, 인터넷 광고에도 문제가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각각 의료 기관 광고에 대해 심의한다. 어느 정도 과장된 부분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가 지적해도 개선되지 않는다. 결국, 환자만 골탕을 먹는 셈이다. 의료 기관의 광고가 왜곡되지 않도록 심의하는 통합된 기관이 필요하다”라며 단일 광고심의 제도를 제안했다.

인터넷 의료정보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2006년 ‘소비자의 의료정보 요구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터넷 의료정보 중에서 신뢰성과 책임성이 불분명한 자료가 78.6%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의료정보를 신뢰하는 응답자는 92.4%로 나타났다.

김정은 서울대 간호대 교수가 올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인터넷 의료정보를 토대로 의사와 상담한 다음 만족스럽지 않아 의사와 병원을 바꾼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38.9%에 달했다. 이들은 의사보다 인터넷 정보를 더욱 신뢰했다는 이야기이다.

의료계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의료정보를 걸러내기 위해 인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뢰할 수 있는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공인하는 마크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 ‘1시간 대기 5분 진료’라는 현재 병원의 의료 체계는 환자가 인터넷 의료정보를 참고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박래웅 아주대 의대 의료정보학과 교수는 “앞으로 고령 인구, 소득, 인터넷 활용 인구, 건강에 대한 관심 등이 증가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인터넷 의료정보를 활용할 전망이다. 예방의학학회지에 따르면 일반인 1천명 중 38.9%가 최근 1년 동안 인터넷 의료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동안 입원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는 무려 52.6%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질병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수많은 인터넷 의료정보 중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걸러주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여러 전문가와 얘기를 나누어보면 정부나 제3 기관이 인터넷 의료정보를 감수한 후 정확하고 객관적인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공인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터넷 의료정보 인증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재국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의료정보과장은 “의료계의 의견에 따라 의료정보 제공 기관의 정보를 감수한 후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2007년부터 올 7월까지 대한의학회를 통해 50개 질병에 대한 의료정보를 만들었다. 10월부터 공공 보건 사이트를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2차로 2백개 질병에 대한 정보도 개발 중이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립암센터 등 공공 의료정보 제공 기관은 이미 자체적으로 온라인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대국민 홍보나 의료정보 공급 능력 등의 부족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한다. 양광모 코리안헬스로그 편집장은 “현재 국가 기관이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은 단순하다. 보건복지가족부, 국립암센터, 질병관리본부, 식약청 등은 보건소나 교육 기관에 협조 공문을 보내거나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소극적인 의료정보 제공 역할만 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종합적인 의료정보 제공 사이트를 만들어 의료정보를 직접 배포하는 등 의료정보 제공 채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정보 처방’도 의사의 몫…주치의 제도도 활성화해야

공공 의료정보 제공 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정보가 신속하게 업데이트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 번 이들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의료정보는 좀처럼 바뀌지 않으므로 국내외의 새로운 진료법, 신약 개발 등과 같은 새로운 소식에 목말라하는 환자의 갈증을 풀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사들이 인터넷 의료정보를 좀더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정보 전문 사이트 코메디닷컴 이성주 대표는 “양(陽)이 음(陰)을 지배하도록 의사가 많은 의료정보를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 인터넷을 잘 모르거나 의료정보를 제공하려는 의지가 없는 의사도 있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의사가 의료정보를 적극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인터넷 의료정보를 무시하는 의사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인터넷 의료정보가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 한 그 정보를 참고하는 일반인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올바른 인터넷 의료정보로 유도하는 이른바 ‘정보 처방’도 의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김병수 고려대 의대 혈액종양내과장은 “환자가 인터넷 의료정보에 대해 의사와 상담하면 일부 의사는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태도는 결국,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환자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환자에게 혈액암협회 등 믿을 만한 사이트를 알려주고 환자와의 소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인터넷 의료정보의 근본적인 문제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충분한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므로 현재의 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의료정보를 생산해서 널리 전파하는 별도의 체계를 국가가 개발해서 지원해야 한다. 사실 일반인이 인터넷 의료정보에 매달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런 욕구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현재 3차 병원 중심의 의료 체계를 1차 개원의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즉 ‘주치의’ 제도를 활성화해서 환자와 의사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환자가 인터넷으로 의료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의사가 ‘불신’하는 인터넷 의료정보, 환자는 ‘맹신’
환자들이 인터넷 의료정보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병원으로부터 충분한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건강 정보를 스스로 찾아 해결하는 상황에 이르다 보니 인터넷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2003년 펴낸 의료정책포럼 자료에 따르면 일반인의 56%는 건강 증진, 질병 예방 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의료정보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13%는 건강 상담, 6.9%는 교육·연구·학습, 3.6%는 식품이나 의료기기 구입을 위해 인터넷 의료정보를 이용했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료정보에 대한 일반인의 욕구는 그 내용의 구체성이나 양적인 면에서 급속히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1시간 대기하고 5분 진료받는 현재의 의료 체계에서 환자가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인터넷 공간이 해결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상업적으로 포장된 의료정보가 혼재되면서 인터넷 의료정보의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인터넷 의료정보는 하루 24시간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 다양한 정보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업데이트된다는 점도 기대할 수 있다.

인터넷 의료정보 검색 건수 급증해 ‘사회 문제’로

의료정보에 대한 일반인의 욕구와 인터넷의 장점이 맞물리면서 인터넷 의료정보 수요는 걷잡을 수 없이 팽창했다. 매년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료정보가 얼마나 급증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가 있다. 2003년 의료정책포럼에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의료정보는 2001년 4월 4만건에서 2002년 10월 50만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건강정보도 34만건에서 2백만건으로 급증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인터넷 의료정보를 더 많이 활용할 전망이다. 예방의학학회지에 따르면 일반인 1천명 중 38.9%가 최근 1년 동안 인터넷 의료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터넷 의료정보에 대한 의사와 일반인의 시각은 정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의료정보에 대해 의사의 대부분은 불신하지만 일반인의 대부분은 신뢰하는 편이다. 2003년 의료정책포럼 자료에 따르면 의사들은 인터넷 의료정보의 정확성을 20~30% 정도로 보고 있다. 소아 설사에 대한 의료정보 정확성은 20%, 혈관 수술 33%, 유방암 63%, 소아천식 36%로 평가했다.

반면, 일반인의 절반은 인터넷 의료정보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정은 서울대 간호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의료정보가 정확하다고 믿는 사람은 전체의 50.4%를 차지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사람도 32.4%나 되므로 상당수가 인터넷 의료정보를 믿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래웅 아주대 의대 의료정보학과 교수는 “의사와 일반인이 보는 인터넷 의료정보에 대한 시각이 정반대로 나타나는 현실은 관련 정보를 다루는 데 심각하게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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