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에 가린 일그러진 잔상들
  • 전남식 편집국장 (niceshot@sisapress.com)
  • 승인 2008.11.18 06: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운동의 대부’ 최열 환경재단 대표. 그의 인생 궤적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입지전적이다. 지방대 출신의 변변치 않은 학력에 학생운동 전력까지 안고 입신하려다 보니 출발 자체가 순탄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환경 문제에 몸을 던져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이름을 날렸고, 당당하게 우리 사회의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 최대표가 누린 명성과 영예는 실로 찬란하다. ‘최열’하면 누구나 환경을 떠올릴 만큼 그는 환경운동사에 상징적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그의 피와 땀이 녹아 있음은 물론이다. 국민 모두에게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일깨워 생활의 질을 끌어올린 그의 공로는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에서 잘못된 것일까? 최대표가 공금을 유용했다 해서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렀다. 그는 개발 경제 시절 험난한 산업 현장을 휘젓고 다니며 기업들과 외롭게 맞서 싸웠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다 보니 항상 금전적으로 쪼들리고 주변의 손길에 목이 말랐을 것이다. 최대표는 갈증을 풀겠다고 기업들에게 후원을 받았고, 이런 거래는 결국 환경운동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는 오점으로 남고 말았다. 언제부터인가 기업 후원 없는 환경 사업은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었고, 심지어 환경운동이 재벌 기업과 결탁했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최대표의 후배들이 눈먼 돈을 멋대로 탕진하며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던 현실은 그에게서 비롯된 굴절의 운동사가 남긴 유산이나 다름없다.

  최대표는 단순한 환경운동가가 아니었다. 환경을 매개로 한 하나의 거대한 권력이었다. 그는 국보법 폐지나 대통령 탄핵, 이라크 파병, 낙선 운동 등 현안이 터질 때마다 이른바 각종 ‘연대’를 이끌며 전면에 나섰다. 그가 환경운동단체의 대표인지 아니면 대중 정치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가 좌파 정권에서 득세한 최대표를 손 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그가 시민을 위한 진정한 환경운동가로 자신의 소임에 충실했다면 이런 불상사를 당할 이유가 없다. 최대표 역시 시민을 팔아 권력과 부를 누리려다 몰락한 다른 시민단체 대표들의 길을 걷고 있다면 불행한 일이다.

<시사저널>은 최대표의 지난 행적을 들여다보았다. 개인사를 다루는 일이라 각별히 조심하며 접근하고자 했다. 무엇이든 수평적인 나눔을 중시하는 오늘날에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민주주의 가치를 신봉하고 대의제를 따라야 한다. 이런 시기에 권력을 감시하며 합리적 대안을 내놓아야 할 시민단체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하지만 탐욕과 권력의 맛에 빠져 만신창이가 되곤 하는 시민단체 대표들을 접할 때면 씁쓸하다. 최대표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떤 식으로 결론날지는 우리에게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다만, 이런 사건을 계기로 시민단체들이 깊이 성찰하고 진정으로 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