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붉으면 병원 찾으세요”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1.1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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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 전문의 최한용 삼성서울병원장 / “담배 피우는 사람 특히 조심해야”

▲ 최한용 원장. ⓒ시사저널 박은숙

신장에서 보내는 소변을 저장했다가 일정량이 되면 배출시키는 방광은 소변과 함께 섞여 있는 발암물질의 자극을 수시로 받는다. 점막·점막하층·근육층으로 이루어진 방광벽은 이행상피세포로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자극을 받아 생기는 이행상피세포암이 전체 방광암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점막이나 점막하층에 국한된 암을 표재성 방광암이라고 하며 근육층까지 뿌리를 내린 암을 침윤성 방광암이라고 한다. 방광암의 대부분은 표재성 암이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결코 쉽게 넘길 수 있는 병이 아니다. 방광암 치료 전문의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지닌 최한용 삼성서울병원장은 “표재성 방광암이라도 재발할 가능성이 크고, 심지어 악성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방광암은 재발과 전이가 잘되는 암이어서  치료 후에도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 최원장으로부터 최신 방광암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최선의 치료법은 무엇인가?

방광암은 암세포가 방광벽에 얼마나 침범했느냐에 따라 표재성과 침윤성으로 나눌 수 있다. 세포가 근육층까지 퍼지지 않은 표재성이 80~9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표재성 방광암은 우선 내시경으로 치료한다. 쉽게 설명하면 내시경으로 보면서 암세포 부위를 긁어내는 것이다.

방광암은 재발률이 70~80%로 높은 편이다. 재발하더라도 뿌리가 깊지 않고 악성도도 1~2 정도로 낮으면 치료에 큰 무리는 없다. 문제는 재발한 표재성 암이 근육층까지 뿌리를 내리고 악성도가 3으로 높아지는 경우이다. 이를 T1G3 방광암이라고 하는데, 재발하는 암 중에서 20~30% 정도를 차지하고 예후가 나쁘다. 이 경우 과거에는 버틸 때까지 버틴 후에 제거했지만 최근에는 더 늦기 전에 제거한다. 임파선이나 뼈로 전이되면 더욱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방광을 제거하면 성생활에 지장을 받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기지 않는가?

정낭과 전립선까지 적출하기 때문에 정액이 만들어지지 않고 발기부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신경을 살려놓아 발기가 가능하다. 결국 성생활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20~30년 전에는 방광을 제거한 후 요관을 몸 밖으로 빼낸 다음 플라스틱 주머니로 연결해서 소변을 보게 했다. 신장에서 방광으로 연결된 요관의 굵기는 얇기 때문에 협착이 잘 생긴다. 따라서 회장(回腸)의 일부를 잘라내서 몸 밖으로 내고 여기에 요관을 연결하는 회장도관술이 한때 유행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불편한 점이 적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회장·소장·대장의 일부를 잘라서 방광을 만드는 수술(ileal neobladder)을 많이 하고 있다.

물론 소변이 마렵다는 느낌을 방광처럼 받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할 수 있다. 겉으로 봐서는 정상인과 다름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수술 기법이 날로 발전하고 있어 방광암이 더 악화되기 전에 방광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 성적은 어떤가?

환자가 방광 제거를 거부할 때는 암세포를 포함한 방광 조직을 깊게 긁어낸다. 그 다음 항암 또는 방사선 치료를 한다. 이른바 방광 보존 요법인데, 재발이나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 방광을 제거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아예 수술을 거부하고 방사선이나 약물로만 치료받겠다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재발하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 않다.

방사선이나 항암제는 방광 점막에 자극을 주어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자궁경부암과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방사선을 조사하는 경우에 후유증으로 방광암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방사선과 항암 치료는 부득이할 때 선택하는 치료법이다.

초음파 치료는 어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초음파 치료는 방광암에 적합하지 않다. 특히 초음파 치료는 고정되어 있는 장기에 효과적이므로 소변 등으로 수축과 이완이 계속되는 방광에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미래의 방광암 치료술을 전망한다면?

무엇보다 로봇이나 복강경 등으로 피부 절개를 적게 해서 수술하는 비침습적인(less invasive) 치료법이 많이 개발될 것으로 본다. 레이저를 이용한 광역동 치료(photodynamic therapy)의 개발도 기대된다. 암세포가 잘 흡수하는 약물을 주사하면 약물이 암세포에 모이는데, 이때 특정 파장의 레이저를 암세포에 조사하면 약물이 활성화하면서 암세포를 죽인다.

재발과 전이가 잘 되므로 ‘치료 후 관찰’이 중요할 것 같다. 

당연하다. 그런데 방광암 치료를 받은 환자는 몇 개월 후 검사해보고 이상이 없다고 하면 병원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암이 재발되어 다시 병원을 찾아오곤 한다. 방광암은 사람의 체질이 변하지 않은 한 언제든지 생길 수 있어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방광을 완전히 제거해 재발의 위험성은 낮췄더라도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결핵예방백신(BCG)을 이용한 면역 요법의 치료 성적은 어떤가?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몸에 잔존하고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죽이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항암제를 주입했으나 치료율이 별로 좋지 않아 최근에는 BCG를 주 1회씩 6주간 주입한다. BCG는 방광벽에 흡수되어 점막과 점막하층에서 면역을 높이는 물질을 분비하도록 돕는다. 우리 몸이 암세포를 이물질로 인식하도록 해서 결국, 암 발생을 억제하게 되는 것이다.

이 치료법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의학계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의외로 치료율이 좋게 나타나고 있다. 악성도가 나쁜 암도 40~50%가량 억제한다는 연구가 있다.

BCG를 방광암 예방에 사용할 수는 없는가?

예방 효과는 있겠지만 생결핵균이므로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접종 환자의 10~20%에게서 전립선 등에 결핵염이 생길 수 있다.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는 환자에게는 BCG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가?

물론이다. 그래서 주입 전에 BCG를 사용해도 되는 환자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어떤 경우 방광암을 의심해야 하나?

우선 소변에 피가 섞인 혈뇨가 나타나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혈액이 많이 있다고 해서 방광암이 많이 진행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육안으로 혈뇨가 보이지 않아도 많이 진행된 경우가 있다. 
혈뇨는 아닌데 방광의 삼각부(trigone)라는 예민한 부분에 암이 생기면 소변이 자주 마려운 빈뇨 현상이 생긴다. 

어떻게 진단하는가?

과거에는 소변 도말 검사(현미경 검사)를 통해 암세포를 발견했다. 암세포가 발견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특히 초기 암은 세포가 잘 떨어지지 않아 소변에 섞여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DNA나 핵을 염색해서 암세포를 찾아내는 FISH 검사법을 사용한다.

BTA라는 검사를 통해 종양표지자(tumor marker)를 찾아내기도 한다. 암세포가 있으면 검사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문제는 암이 없는데도 이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때는 내시경을 통해 육안으로 확인한다. 내시경 검사는 방광암 진단의 기본이다.

암으로 확인되면 어떻게 하나?

CT 등으로 사진을 찍어 암의 위치와 병기 등을 확인한다. 방광에 암이 생긴 경우가 80~90%이지만 신우·요관·요도 일부에도 암이 생긴다. 이들 기관의 점막은 방광의 점막과 같은 이행상피세포로 되어 있다. 즉, 이들 기관에 암이 생겨도 방광에 암이 생겼을 때와 검사 반응이 동일하게 나온다.

암세포가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

최근에 그런 환자가 있었다. 소변에서 암세포도 검출했고 BTA 검사로 종양표지자까지 확인했지만 CT상으로는 깨끗했다. 이때는 식염수를 사용한다. 이 환자는 방광경과 카테터(catheter)를 이용해 양쪽 신장 쪽으로 식염수를 뿜어 씻어냈고, 그 식염수에서 암세포를 찾아내 오른쪽 신장에 암이 자라고 있음을 확인했다.

방광암을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인가?

가장 명백한 요인은 흡연이다. 담배의 발암물질이 소변에 섞여서 방광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화학 염료도 하나의 요인이다. 커피와 사카린도 방광암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금연이 최상의 예방법이다. 또,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 소변에 섞인 발암물질인 카시노젠(carcinogen)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신선한 야채를 많이 섭취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항암제나 진통제도 방광암을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던데.

항암제 중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가 방광암에 걸릴 확률을 9배나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오랜 기간 페나세틴(phenacetin)과 같은 진통제를 사용하면 방광암에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에는 이런 항암제와 진통제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최한용 원장은 누구?

197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0년과 1991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비뇨기과학)와 박사(미생물학) 학위를 받았다.

1985~92년까지 마산고려병원(현 마산삼성병원) 비뇨기과장으로 근무했다. 1992~94년까지 미국 듀크 대학 의대 비교기과 전임의로 근무했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로 있다. 2004~08년 7월까지 삼성서울병원 진료부원장을 역임했고, 올해 8월부터 삼성서울병원 원장직을 맡고 있다. 2002~06년까지 대한비뇨기과학회 수련이사와 학술이사를 역임했다. 2006~08년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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