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지 말고 차분히 살펴보자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1.18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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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 혈뇨 나온다고 해도 요로계 감염·결석인 경우 많아…항암 화학 요법이 기본 치료

▲ 방광암 진단의 기본은 내시경 검사(위)이다. 표재성 방광암 일부는 방광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방광암의 흔한 증상은 혈뇨이다. 간장색에서 선홍색까지 소변 색깔은 다양하다. 혈뇨를 육안으로 볼 수 있지만 현미경으로 확인하기도 한다. 혈뇨의 양은 암의 진행 정도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혈뇨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병이 없어진 것은 아니므로 진찰을 받아야 한다. 물론 혈뇨가 나온다 해서 반드시 방광암을 비롯해 요로계에 암이 생겼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감염이나 결석이 혈뇨의 더 흔한 원인이다. 

종양 세포가 방광벽을 얼마나 침범했는지에 따라 표재성과 침윤성 방광암으로 구분된다. 전이성 방광암은 임파선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이다. 암세포의 침윤 정도와 전이 여부에 따라 병기를 결정하는 TNM 분류법이 국제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암세포가 근육층까지 침범하지 않은 표재성 방광암은 방광벽 속으로 얼마나 뿌리를 내렸는지에 따라 상피내암(carcinoma in situ), 점막층 침범(Ta), 점막하층 침범(T1)으로 구분한다. 방광암 중에서 가장 흔한 표재성 방광암은 방광 내부에 양배추 혹은 말미잘 모양을 하고 있다. 표재성 방광암은 쉽게 전이하지 않지만 수술 후 흔히 재발하고 침윤성 방광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일반적인 표재성 방광암과 다르게 방광의 표면에 튀어나온 혹이 없으면서 악성도가 높은 암을 상피내암이라고 한다. 상피내암은 표재성 방광암의 한 종류이지만 침윤성 방광암으로 진행하기 쉽기 때문에 다른 표재성 방광암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표재성 방광암은 재발 가능성 커

표재성 방광암의 치료법으로는 경요도 방광종양절제술, BCG(생결핵균) 주입법, 근치적 방광적출술 등이 있다. 상피내암을 제외한 표재성 방광암은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고 종양을 제거하는 경요도 방광종양절제술로 치료한다. 상피내암이거나 점막하층 침범 정도가 깊은 경우, 분화도가 나쁜(high grade) 경우에는 경요도 방광종양절제술 후에도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재발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군의 표재성 방광암은 BCG를 주 1회씩 6주간 주입하는 면역 요법으로 치료한다. 재발과 진행의 위험성이 크거나 전이 가능성도 있는 표재성 방광암이나 면역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상피내암은 방광을 제거하는 근치적 방광적출술로 치료한다.

남성의 경우 방광·전립선·정낭을, 여성의 경우 방광·자궁·난소·난관을 제거한다. 소변을 저장하는 방광이 없어지므로 요로전환술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대장·소장·회장으로 인공 방광을 만드는 요로전환술로 자연 배뇨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암 세포가 방광 근육층까지 침범한 침윤성 방광암은 침윤 정도에 따라 근육층 침범(T2), 방광 주위 지방 조직 침범(T3), 방광 인접 장기 침범(T4)으로 나눈다. 침윤성 방광암은 근육층을 뚫고 자라고 주위 조직으로 침범하기 쉬우며 잘 전이하는 특징이 있다.

치료법으로는 근치적 방광적출술, 방광 보존 치료, 방사선 치료가 있다. 표준 치료법은 방광과 주변 조직을 제거하는 근치적 방광적출술이다. 상피내암을 동반하지 않은 일부 침윤성 방광암은 경요도 방광종양절제술과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방광을 보존하는 치료이지만 재발 가능성은 큰 편이다. 근치적 방광적출술이 어렵거나 환자가 수술을 원하지 않을 때에는 방사선 치료를 한다. 그러나 적극적인 치료 방법은 아니다.


전이성 방광암은 임파선 또는 원위 장기 침범(N+, M+)에 따라 분류된다. 전이성 방광암은 기본적으로 원발암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방광암이 폐로 전이되면 폐암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방광암의 폐 전이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방광암이 폐로 전이된 경우는 방광암을 다스리는 항암제로 치료한다.

전이성 방광암 치료에는 항암 화학 요법이 기본이다. 국소 침윤성 방광암의 5년 생존율은 평균 49%인 데 비해 전이성 방광암의 5년 생존율은 10% 미만이다. 항암 치료는 여러 약물을 병용하는 요법이 단일 약물을 사용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창선씨는 아침저녁으로 등산하며 뱃살을 빼 방광을 보전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경기도 부평에 있는 부평동초등학교에서 기능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창선씨(가명·55)는 겉으로 보아서는 정상인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방광이 없다. 방광암에 걸려 방광 제거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2003년 초 소변을 보다가 아랫배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동네 비뇨기과에서 진찰을 받고 방사선 촬영을 마치자 의사가 방광암이라면서 큰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방광암이라는 말에 섬뜩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인천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CT 촬영 등 정밀 검사를 받았지만 방광암이라는 진단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5년도 살기 힘들다는 날벼락 같은 판정을 받았다. 그는 죽을 때 죽더라도 치료는 받아보자는 심산에 비뇨기질환 치료의 최고 권위자를 찾기 시작했다. 이씨는 “수소문 끝에 방광암 분야의 명의라는 삼성서울병원의 최한용 교수를 찾았다. 어차피 몇 년밖에 살지 못할 운명이라면 실험 대상이라도 되어보자는 심정에서였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교수의 진찰 결과는 뜻밖이었다. 방광암 초기니까 큰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이때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 희망을 찾는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그렇지만 방광암은 끈질겼다. 이씨의 암은 비교적 조기에 발견된 경우여서 방광을 제거하지 않는 치료법을 우선 고려하게 되었다. 암 조직을 긁어내는 수술을 7차례 받았고, 항암 치료도 병행했다. 하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2005년 방광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12시간 수술을 받았다. 대장 90cm를 잘라내서 인공 방광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10분마다 소변을 보아야 했다. 소변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더니 지금은 2~3시간 동안 참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수술 후, 그에게는 예전에 없던 버릇이 생겼다. 아침과 저녁마다 등산을 하고 있다. 이씨는 “의사가 수술 전에 뱃살을 빼라고 주문했다. 수술 후에도 배에 지방이 많으면 수술 부위가 터지는 경우가 있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꾸준히 운동했는데 이제는 등산이 몸에 붙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밤에 자다가도 2~3시간마다 화장실을 찾는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불편할 일이겠지만 이씨는 이를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이씨는 “(내가)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에 5명의 방광암 환자가 있었다. 그중 2명은 유명을 달리했다. 방광암 환자들 중에 창자로 방광을 만들 수 없는 사람은 평생 소변 주머니를 달고 살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행운아이다. 무엇보다 증세가 나타났을 때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서 조기에 발견했기 때문이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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