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던 점 생기면 무시 말고 검사받아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1.04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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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현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피부암은 흔한 병 아니지만 환자가 고령이면 치료 어려워”

ⓒ시사저널 유장훈


조광현 교수는 누구?

197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0년과 1982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피부과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88~89년 미국 웨인 주립대 의대 피부과에서 연수 과정을 밟았다. 1983년에는 일본 도쿄대 의대 피부과에서, 1997년에는 네덜란드 라이덴 의대 피부과에서 연수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수십 편의 연구 논문 외에 <피부악성종양> <피부병리학>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냈다.



평소 없었던 점이 갑자기 생겼다면 한 번쯤 피부과를 찾아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 피부암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피부암은 다른 암에 비해 발병률이 높지 않고 치료도 잘 되는 질환이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하는 피부암도 있는 만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특히 피부암은 점이나 검버섯처럼 보이기 때문에 발병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부암은 인종에 따라 발생 빈도가 다르다. 피부암 연구와 치료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인 조광현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암이 우려할 만큼 위협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조교수는 최근 피부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를 만나 최신 치료법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피부암 발생 빈도가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

피부암은 레이건·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치료를 받을 만큼 백인에게 흔한 암이다. 미국에서만 매년 100만명 이상이 이 질환으로 고생한다. 백인에게는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가 유색 인종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외신이나 국제 의학 저널에 피부암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도 어디까지나 백인들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피부암이 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의 경우 관심이 없었던 피부암이 최근 비교적 많이 발견될 뿐이지 과거보다 피부암 발생이 절대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피부암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발병률이 낮고 치료도 잘 되므로 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다른 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암 종류도 있으므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피부암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종류도 상당히 많다. 대표적으로 기저세포암(basal cell), 편평상피세포암, 악성 흑색종이 있다. 악성 흑색종을 제외한 나머지를 비흑색종이라고도 한다. 비흑색종은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잘 되지 않으며 치료도 잘 되는 암이다.

그러나 악성 흑색종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악화되기까지 10년 정도 걸리므로 진행이 빠른 편은 아니다. 서울대병원에서 1년에 약 25건 정도 발견되므로 흔한 암은 아니지만 임파선, 간, 폐 등으로 전이되기도 한다. 환자가 고령이면 치료가 쉽지 않으므로 다른 암처럼 조기에 발견해야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다.

비흑색종은 말기라도 완치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피부암 중에 가장 흔한 암이 비흑색종 중에서도 기저세포암이다. 이 암은 전이가 잘 되지 않으며 말기라도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서양인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에게 생기는 기저세포암은 피부 깊숙이 뿌리를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가끔 있다. 암세포가 피부를 지나 뼈까지 번져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도 국내에 있었다.

피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인가?

주 원인은 태양 광선이다. 자외선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피부가 잘 타지 않는 백인은 자외선 영향을 잘 받는다. 대부분 햇볕에 노출되는 신체 부위에 잘 생기는 기저세포암이 눈꺼풀이나 코주름에도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피부가 접히는 부분인 (nasolabial fold)와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다.

타르(tar)나 비소(arsenic), 방사선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편평상피세포암이 발생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으로 성기, 구강, 손가락에 편평상피세포암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HPV 중에서도 특히 HPV16의 발현 빈도가 높다.

사마귀, 점, 주근깨와 같은 모반(母斑)은 악성 흑색종과 연관이 있다. 모반의 수가 많거나 모양새가 고르지 않은 이형(異形) 모반이 있을 경우 악성 흑색종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기 때문에 가족 중에 악성 흑색종이 발생한 경우라면 다른 가족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자외선 차단제가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가?

자외선이 피부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게 피부 노화와 피부암 유발로 나눌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가 피부 노화를 다소 예방할 수 있겠지만 피부암 예방 효과는 없다.

바이러스가 한 원인이라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지 않나?

자궁경부암 예방에 사용하는 HPV 백신이 편평상피세포암도 예방하는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명확한 답을 하기 어렵다.

오존층 파괴로 피부암이 늘지는 않는가?

오존층 두께가 1% 얇아질수록 피부암 발생률이 3% 증가한다는 미국 연구 결과가 있다. 공기 중에 흡수되지 않고 땅으로 내려오는 자외선 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기가 깨끗한 호주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존층 파괴로 피부암이 당장 늘지는 않더라도 서서히 증가할 소지는 있다.

대기오염과 관계가 있나?

피부암과 대기오염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피부암이 잘 발생하는 부위는 어디인가?

모든 피부에 생기지만 비흑색종은 대체로 얼굴과 팔 등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에 많이 생긴다. 흑색종은 손톱이나 발바닥 등 신체 말단 부위에 주로 생기며 드물게는 등에도 생긴다.

어떤 경우에 병원을 찾아서 진단을 받아야 하는가?

중년 이후 손톱, 발바닥, 얼굴 등에 없던 점이 생기거나 피부색이 까맣게 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ABCD법을 적용시켜볼 필요가 있다. Asymmetry(비대칭성), Border irregularity (불규칙한 경계), Color variegation(다양한 색깔), Diameter(직경 0.6cm 이상)를 말한다. 모반이 좌우 비대칭이고,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하고, 색깔이 두 가지 이상 다양하고, 직경이 0.6cm 이상이면 악성 흑색종을 의심해야 한다.

병원에서 진단은 어떻게 하나?

사실 진단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병원에서도 일단 ABCD법에 따라 병변을 확인한다. ABCD 조건에 다 부합해도 암이 아닌 경우가 있다. 반대로 점이나 검버섯처럼 보이지만 암인 경우도 있다. 이상 소견이 보이면 조직 검사를 해서 확진한다. 최근 비디오 마이크로스코프라는 일종의 확대경을 통한 진단법을 개발 중이다. 종양의 모양을 정밀하게 분석해 진단하는 방법이다.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피부암 치료법은 무엇인가?

대부분 절제 수술로 치료한다. 기저세포암 등 비흑색종은 적기에 수술하면 95% 이상 완치된다. 특히 모스 미세현미경 수술은 종양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재발한 기저세포암에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제거한 조직에서 암세포의 존재를 확인해가면서 암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그 외의 치료법으로는 전기로 암을 태우는 전기소작술과 액체 질소로 암을 냉동·괴사시키는 냉동 요법 등이 있다.

환부에 붙이는 패치도 있던데.

피부에 붙이는 방사선 패치가 개발되었지만 상용화는 되지 않았다. 그보다 간단한 치료법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광역동 치료(photodynamic therapy)가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피부에 약물을 바르고 가시광선을 조사해 암세포만 파괴하는 광화학 요법이다. 얼굴에 여러 개의 암이 생겼던 환자가 12주간 광역동 치료를 받고 완치한 사례도 있다.

약물 치료도 가능한가?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약물로 치료한다. 입에 암이 생긴 경우 수술을 하면 입술이 거의 없어지므로 약물 치료를 우선 고려한다. 이처럼 앞으로는 비수술 치료법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암이 피부 깊숙이 뿌리를 내린 경우에는 수술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치료 후 재발 가능성은 큰가?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암은 거의 재발하지 않는다. 다만 바이러스, 화상, 골수염, 만성 염증 등으로 인한 경우 재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예후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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