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유혹’을 첨가하는 식품 첨가물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0.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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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파동으로 시끄럽지만 전문가들은 식품 첨가물이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특히 당류는 과잉 섭취하면 비만과 암·당뇨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 식품이 멜라민보다 더 건강에 해롭다.” 멜라민 공포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일반 식품 전반에 걸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거의 모든 가공 식품에 들어 있는 식품 첨가물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식품 첨가물이 멜라민보다 건강에 더 위협적이라고 주장한다. 식품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멜라민이 들어 있는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지만 일반 식품에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식품 첨가물의 위해성에 대해 둔감하다. 적어도 합법적으로 사용이 허가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비록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에 그 증세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식품 첨가물의 위해성을 증명할 방법도 요원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식품 첨가물이 흡연처럼 서서히 건강을 좀먹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선환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 차장은 “식품 첨가물은 합법적으로 허가된 것이지만 안정성 또는 위해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논란이 있다는 것은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 섭취하는 식품 첨가물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라고 지적했다.

식품위생법에 식품 첨가물은 ‘식품을 제조, 가공 또는 보존하기 위해 식품에 첨가, 혼합, 침윤, 기타의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또, 식품 첨가물은 식품으로 매일 섭취하므로 해롭지 않을 것은 물론 장기간에 걸쳐 섭취해도 만성적인 독성이나 발암성의 위험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사용이 허가된 식품 첨가물은 보존료, 살균제, 산화방지제, 착색제, 조미료, 감미료, 향료 등 약 6백여 종에 달한다.

▲ 한 폐기물처리업체에 쌓여 있는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를 식약청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대표적인 식품 첨가물이 당류(糖類)이다. 당류는 설탕이나 물엿과 같은 식품 원료부터 아스파탐(aspartame)이나 스테비오사이드(stevioside)와 같은 감미료까지 다양하다. 당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밥을 먹으면 소화 과정에서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으로 흡수된다. 이것이 혈당이다. 혈당이 증가하면 뇌의 시상하부는 췌장에 신호를 보내 인슐린을 분비시킨다. 인슐린은 혈당을 신체 각 세포로 운반해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물엿 섭취량과 비만율 증가 곡선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그러나 당을 과잉 복용하면 그 자체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전략회의에 모인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당을 과잉 섭취할 경우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류의 대표 격인 설탕은 이미 많은 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사카린이라고 불리는 사카린나트륨으로 단맛을 냈는데, 지금도 ‘뉴 슈가’로 명칭만 바꾸어 시판되고 있다. 신장결석 유발 등 인체 유해성 논란으로 점점 자취를 감추면서 그 자리를 설탕이 대신했다. 설탕은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과 달리 사탕수수나 사탕무와 같은 식물에서 추출했다는 점 때문에 천연 감미료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엄밀히 살펴보면 설탕은 인공 감미료에 가깝다. 사탕수수에서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 소금 등 90%의 성분을 제외한 10%의 설탕만 정제해내기 때문이다. 단맛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정제된 설탕은 혈당을 갑자기 올려 인슐린 분비량도 급격히 늘리면서 당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면 지방 분해를 억제한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것이 비만이다. 과잉 섭취된 당은 몸에 축적되어 비만을 가속시킨다. 비만이 각종 질병과 암의 원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어린이가 당을 과잉 복용하면 비만 외에도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뇌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어려워진다. 당이 성격을 난폭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보고된 바 있다. 황설탕이나 흑설탕도 색상만 다를 뿐 백설탕과 같은 정제 설탕이다. 백설탕을 더욱 가열하면 황설탕이 되고, 카라멜 등을 첨가하면 흑설탕을 만들 수 있다.

정제된 설탕의 위해성이 부각되면서 일본에는 비정제 설탕(unrefined sugar)이 등장했다. 단맛은 덜하지만 사탕수수 성분을 그대로 유지한 설탕이라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비정제 설탕이 우리나라에서는 생산되지 않으므로 물엿을 설탕 대신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거의 모든 가공 식품에도 물엿이 사용된다. 외국에서는 고과당옥수수시럽(HFCS)이라고 부르는 물엿은 혈당을 높이지도 않으면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기 때문에 소비자의 경계심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물엿 섭취량과 비만율이 거의 동일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04년 발행된 미국 임상영양학회지(AJCN)에서는 HFCS가 비만을 일으키고 암의 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85년 64.7g이던 당 1일 섭취량은 2000년 91.6g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비만 인구는 15%에서 23%로 증가했다. 김미경 국립암센터 발암원연구과 책임연구원은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1966년부터 2000년까지 HFCS 섭취량은 거의 100% 증가했다. 이는 비만 증가율과 비슷한 증가 수치이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테네시 대학 메디컬센터도 지난 6월 “HFCS가 인슐린, 렙틴(식용억제호르몬), 그렐린(식욕촉진호르몬)의 수치에 영향을 미쳐 과식을 하게 함으로써 비만을 초래한다”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HFCS가 포함된 가공 식품의 판매를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들어서는 스위트너(sweetner)라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칼로리가 0%라고 하니 소비자로서는 눈길이갈 만하다. 그러나 스위트너는 이스파탐이나 스테비오사이드로 만드는 인공 감미료이다.

아미노산계 감미료인 아스파탐은 설탕과 열량은 같으면 서도 단맛은 2백 배 정도 강해 설탕 과다 섭취에 따른 문제를 해소해줄 것으로 알려져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유럽의 체자레 말토니 암연구소는 최근 아스파 탐에 발암성이 있으므로 안전성 승인을 재고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후 8주 이상의 쥐 1천8백 마리에게 자연사할 때까지 매일 일정량의 아스파탐을 먹이에 섞어서 주고, 죽은 후 조직 검사 등으로 암세포 발생 여부를 확인했다. 죽은 쥐들을 검사한 결과 콩팥의 신우와 림프, 자궁, 신경계 등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다.

국화과 다년생 식물인 스테비아에서 추출한 감미료 스테비오사이드도 있다. 식물성 감미료이므로 아스파탐보다 안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설탕보다 3백 배 단맛을 낸다. 아이스크림이나 빙과류에 설탕 대신 스테비오사이드를 사용하면 칼로리를 줄일 수 있고 청량감도 높일 수 있다. 어묵이나 소시지, 건어물에 사용하고 청량 음료, 커피, 홍차에도 사용한다. 간장에도 구수한 맛을 상승시키기 위해 쓰인다.

그러나 마른 스테비아 잎에 3~8% 함유되어 있는 스테비오사이드는 알코올 등으로 추출한다. 또, 고유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합성 효소인당 전이 효소와 글루코오스(포도당)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과 화학 반응해 유독성 물질을 생성한다는 보고가 있어서 선진국에서는 주류에 첨가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주에 감미료로 사용되고 있다.

당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아예 당이 없다는 무가당이나 무설탕 제품도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무가당 주스 제품인데, 이 말대로라면 식품 첨가물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100% 오렌지 주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외국 공장에서 과일을 짜서 살균한 과즙을 보통 5분의 1 정도로 농축시킨다. 수입할 때 제품의 부피를 줄이고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수입 후 국내 공장에서 물로 희석해 소비자가 시중에서 마실 수 있는 주스 제품을 만든다. 농축 주스를 희석하기 때문에 본래 천연 과즙의 모습이 남아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색소, 향료, 감미료 등이 첨가된다. 즉, 설탕을 넣지 않은 무가당이라고 해서 식품 첨가물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위해성 논란이 있는 식품 첨가물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안식항산나트륨(sodium benzoate)이다. 식품의 부패를 방지하는 보존제, 즉 방부제이다. 피로회복제 등에 사용되는 이 물질은 DNA를 손상시켜 간경변이나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C와 결합하면 발암물질인 벤젠이 생성된다. 다른 성분과 결합해 독성을 띠는, 이른바 칵테일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제조사도 알고 있지만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한 피로회복제 제조회사 관계자는 “피로회복제는 의약품이고, 안식항산나트륨은 허가된 함량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라면서 별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햄이나 소시지 등 육가공품에는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이 들어 있다. 육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홍색에서 갈색으로 변한다. 이를 방지하고 박테리아 등 미생물의 번식을 막기 위해 이 물질이 사용된다. 육가공품을 냉동시키지 않고 유통·보관할 수 있는 것도 이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은 체내에서 방향족 아민류와 결합해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을 생성한다. 캐나다 정부는 이 물질을 식품 첨가물에서 제외시켰고, 미국도 이 물질이 첨가된 제품에는 건강을 해칠 수있다는 문구를 표시하도록 했다.

거의 모든 가공 식품에 첨가되는 향료와 색소도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딸기 맛 식품에는 딸기 맛과 향을 내는 향료를 사용한다. 원가도 차이가 나지만 실제 딸기를 쓰면 맛과 향을 내는 것이 약하기 때문에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적게는 수십 가지에서 많게는 수백 가지 화학물질을 섞어 딸기 맛을 만들거나 바나나 맛을 가공해내는 것이다. 초콜릿 우유에 사용되는 코코아 분말의 침전을 막기 위해서는 카라기난이라는 안정제를 사용하는데 발암 논란이 있는 물질이다.

식품의 색을 내기 위해서는 인공 색소를 사용한다. 특히 타르 색소는 인체에 간독성, 혈소판 감소증, 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석탄의 영문자인 콜타르(coaltar)에서 유래한 타르 색소는 일반적으로 공업용 타르와는 다르다. 타르 색소는 합성 첨가물이라는 의미로 국내 식품 위생법상 식품 첨가물공전에 식용 색소로 허용되어 있다. 녹색 3호, 적색 2호, 적색 3호, 청색 1호, 청색 2호, 황색 4호, 황색 5호가 허가된 식용 색소이며 면류, 겨자, 단무지, 과일주스, 젓갈류, 천연식품, 고춧가루, 소스, 잼, 케첩, 식육제품, 버터, 마가린 등에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향료·색소 가운데도 위험한 것 많아

▲ 지난 9월30일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환경운동연합이 멜라민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늑장 대응과 부실 대책을 규탄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에는 천연 색소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널리 사용되는 식용 색소는 100% 화학물질이다. 15년 이상 유명 제과회사 신제품 개발팀에서 근무 했던 안병수 후델식품건강연구소장은 인공 첨가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맛과 향은 화학물질로 만들어낼 수 있다. 또, 본래의 맛과 향보다 더욱 좋은 품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식품에 화학물질로 만든 향료가 사용된다. 가짓수만 2천2백개가 넘는다. 물론 천연 향료도 있다. 그러나 맛과 향을 진하게 하기 위해 고농도 제품으로 가공한다. 즉 합성 제품이 되는 것이다. 이 역시 건강에 무해하다는 증거는 없다.

또, 식용 색소 적색 2호는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천식, 체중 감소, 과잉행동 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심지어 발암 논란까지 겹치면서 올해 5월부터 어린이 기호 식품에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식품 첨가물이다. 미국은 1976년 발암 가능성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적색 2호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황색 4호나 황색 5호도 과격한 행동을 일으키거나 두드러기와 혈관성 부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콜라 등에 사용하는 천연 색소인 카라멜 색소도 있다. 전분이 원료이지만 색깔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 알카리산이나 이산화황 등을 첨가하므로 천연 색소로 볼 수 없다.”

지난해 7월 시민단체 환경정의가 유명 식음료 업체의 음료 제품 43종 79개 품목의 첨가물을 조사한 결과 11종 17개 품목에서 안식향산나트륨을 사용했다. 10종 21개 품목의 제품은 황색 4호, 황색 5호, 청색 1호, 적색 40호 등 타르 색소를 첨가했다. 안식향산나트륨과 타르 색소를 모두 사용한 제품은 6종 12개 제품이었다. 임영수 환경정의 간사는 “올해에도 6개 사의 20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안식향산나트륨은 제거되는 추세를 보였으나 타르 색소는 여전히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7개사 2백21개 음료 제품과 1백16개 빙과 제품을 조사한 결과 43개 음료 제품과 12개 빙과 제품이 원재료를 1% 안팎의 적은 양으로 사용하거나 심지어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과일 이름과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외국에서는 소비자 오인을 방지하기 위해 원재료에 포함되지 않은 재료를 상표명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과일로 만든 것이 아닌 인공 첨가물로 딸기 맛을 낸 요구르트는 용기에 딸기 그림을 넣을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런 규정이 없어 소비자가 오인할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에 리올넬 푸알란이라는 제빵 기술자가 만든 빵이 있다. 다른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통밀, 소금, 효모, 물만으로 만든 빵이지만 다른 빵보다 맛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식품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훌륭한 식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다만 원재료만으로 맛을 내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 없이 손쉽게 식품 첨가물을 사용하면 당장 혀를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 건강을 속일 수는 없다.

소비자도 설탕보다는 조청이나 꿀을, 청량 음료 대신 물을 섭취해서 인공 첨가물로부터 건강을 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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