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도 가세 사람 잡는 ‘지옥철’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8.09.3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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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역사 실내 공기질 측정 결과 ‘지상’보다 2배 오염

▲ 지하철 3호선 역사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지하철은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6백50만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이다. 하지만 자연환기가 어렵고 밀폐된 좁은 공간에 다수의 이용객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공기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중 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을 살펴봐도 지하 역사는 17개 업종 군에서 오염물질 기준치가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다.

지하 역사의 공기 속에 있는 여러 유해 물질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미세먼지(PM10)이다. 호흡기와 심장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진 미세먼지는 특히 실내 공기질 평가의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실시한 2007년 지하 역사 실내 공기질 측정 결과(지상 역사 제외)를 살펴보면 서울 지역 지하 역사의 미세먼지 농도 평균은 1백10.8㎍/㎥이다. 이것은 철도, 버스의 대합실 등 다른 다중 이용시설(40~70㎍/㎥)에 비해 약 2배에 달하는 것이다. 법에서 정한 유지 기준(1백50㎍/㎥)을 넘지는 않았지만, 다른 오염물질에 비해 기준에 가장 근접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지하철 차량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 역시 1백47㎍/㎥으로 기준치 아래이지만 열차나 버스(72㎍/㎥)의 약 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른 대중교통 수단보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 미세먼지에 노출될 여지가 더 큰 것이다.

노선별로는 1호선(1백20.5㎍/㎥)과 3호선(1백21.3㎍/㎥)이 가장 높았고, 4호선(1백3.1㎍/㎥)이 가장 적었다. 운행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5~8호선은 6호선(1백15.3㎍/㎥)을 제외하고는 4호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미세먼지 농도, 1ᆞ3호선 높고 4ᆞ5ᆞ7ᆞ8호선 낮아

역사별로 살펴보면 3호선 연신내역이 1백46.7(㎍/㎥)로 가장 높았고, 1호선의 동대문역(1백42.6㎍/㎥)과 3호선의 경복궁역(1백46.0㎍/㎥), 4호선의 남태령역(1백45.1㎍/㎥), 8호선의 천호역(1백44.9㎍/㎥) 등이 공기 중 미세먼지 함유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호선의 서울대입구역은 75.4㎍/㎥로 최소치를 나타냈다.

실내 공기질이 이용자 수, 계절 등 여러 변수에 의해 달라지기 때문에 이 결과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1, 3호선을 이용하면서 동대문역, 경복궁역, 연신내역에서 승·하차하는 사람이 미세먼지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9월5일 ‘지하 역사 공기질 개선 5개년 대책’을 내놓았다. 미세먼지를 비롯해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석면, 라돈 등을 중점 관리하고 오염원 사전 차단 등 통합적 오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대책’과 ‘실효’ 사이에는 언제든 차이가 있었던 만큼 추진 과정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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