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물살 타고 박태환 ‘급피치’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08.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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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2위 안착…박지성은 이승엽 밀어내고 1위로 피겨 요정 김연아 4위…신지애, 10위권 첫 진입

스포츠 스타의 순위를 크게 정리해보면 이렇다. 일단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에서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올라선 ‘국민 동생’ 박태환과 김연아는 여전히 상위권이다. 국내 선수보다는 해외파가 여전히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해볼 때 응답자들이 생각한 스포츠 선수의 영향력은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력과 비례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골프 선수가 세 명이나 상위권에 있는 것도 글로벌한 경쟁력 때문이다. 인기 스포츠인 국내 프로야구 선수가 10위권 내에 한 명도 들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올림픽이 끝난 뒤라면 1위와 2위의 순위가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마린보이’ 박태환(19)은 지난해 조사에서 14.5%의 지지를 얻어 5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39.6%로 2위를 차지했다. 44.5%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한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 수영 자유형 400m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탄탄한 몸매와 귀여운 외모 덕에 CF 스타로도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겉모습만 매력적인 것이 아니다. 박태환이 등장하기 이전 자유형 400m의 한국 기록은 3분53초55. 하지만 이 수영 신동은 지난 2005년 3월 동아수영대회에서 처음으로 한국 기록을 깬 이후 기록 단축 행진을 거듭했다. 그리고 결국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3분41초86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신체적으로 서양 선수에게 뒤지는 아시아 선수가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박태환은 1백81cm, 71kg의 신체 조건으로 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 섰다.

돌아온 박찬호, 부활투 앞세워 5위로

올림픽 축구의 졸전 때문일까. 여드름투성이의 외모와 겸손한 몸가짐, 하지만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순간 곳곳을 뛰어다니며 엄청난 공간을 커버하는 박지성이 그리웠던 베이징올림픽이다. 박지성은 지난해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 빼앗겼던 1위 자리를 이번에 되찾았다.

▲ 1위를 차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지성 선수. ⓒAP연합

지난해 나니의 등장으로 포지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더블’(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우승) 달성에 공헌하면서 박지성의 진가는 이미 입증되었다. 박지성은 리그 시작을 앞두고 “올해에는 골을 넣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자신이 공언한 다짐을 지켜온 것으로 유명하다. 주말마다 국내 축구팬들은 박지성의 골 소식을 기다리며 텔레비전 앞에 모일 것 같다.

지난해 1위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은 29.8%의 지지를 얻어 3위로 밀려났다. 부진한 경기력 때문에 2군으로 떨어진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올림픽 대표팀 승선 직전 1군으로 올라와 홈런포를 가동해 타격감을 조율했다. 지금은 올림픽 대표팀의 4번 타자를 맡아 메달을 노리고 있다. 야구팬들은 “이승엽이 있으니 대표팀 라인업에 무게감이 생긴다”라며 그의 합류를 반기고 있다.

아마 겨울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면 1위도 가능했을지 모를 피겨 요정 김연아(18)가 27.6%의 지지를 얻어 4위를 차지했다. 최근 “베이징올림픽에 저는 안 나가요”라며 미니홈피에 해명성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태환과 함께 출연한 CF 때문에 많은 팬들이 베이징올림픽에 나가는 것으로 착각해 생긴 해프닝이다. 김연아의 팬들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어쨌든 박태환, 김연아 등 한국인이 넘볼 수 없었던 분야에서 활약을 보이고 있는 10대들의 반란은 올해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눈부신 재기로 많은 감동을 주고 있는 박찬호(LA 다저스)가 23.5%로 5위를 차지했다. 마이너리그 계약, 선발이 아닌 구원투수로의 등판 등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실력 하나로 극복하고 있다. 여전히 95마일(1백53km)의 직구를 던지고 있다. 게다가 오랜 빅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타자와의 수싸움에도 능한 베테랑으로 변신했다. 박찬호는 2008 시즌 현재 36게임에 등판해 4승3패 방어율 2.62를 기록 중이다.

▲ 2008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한 후 우승컵을 들어보이는 골프 선수 신지애. ⓒAP연합

해외파 골프 선수들이 6~8위 석권

박찬호 뒤로는 줄줄이 해외파 골프 선수가 차지했다. 박세리가 6위, 최경주가 7위, 신지애가 8위를 차지했다. 특히 2005년 11월 KLPGA에 첫발을 내디딘 신지애는 2006년 15개 대회에 출전해 3승을 거두었지만 2007년에는 18개 대회 중 9승을 차지해 KLPGA 한 시즌 최다승 기록(종전 5승)을 깼고, 총 상금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여 통산 상금 1위 기록도 새로 썼다. 게다가 LPGA 진출 후 첫 승을 메이저 대회인 지난 8월3일 브리티시 오픈 우승으로 장식하며 화려하게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지난 해 순위권에 없었던 신지애가 올해 8위에 오른 결과에서 그녀에게 갖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순위표에 단골로 오르던 이영표, 설기현, 안정환, 이천수, 미셀위 등은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선수의 인기는 실력과 그 선수가 성취한 업적에 뒤따라오는 법이다. 10위권 밖에서는 홍명보(11위), 선동열(12위), 허정무(17위) 등 현재 코칭스태프로 활동하고 있는 왕년의 스타들을 볼 수 있다.

이종격투기 선수인 추성훈이 13위에 오른 것이 흥미롭다. 유도 선수로 한 획을 그었던 추성훈은 일반인들에게 이종격투기 선수로 더 알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일동포 선수라는 이유로 설움을 당해야 했던 유도 선수 시절 이야기 등이 알려지고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지닌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약 ‘훈남’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여러 편의 CF에도 출연하는 등 인기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물론 파이터로서의 추성훈도 여전히 강하다. 최근에는 한때 효도르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불리던 크로캅과의 대결을 추진 중이다.

국내파 야구 선수들도 10위권 밖에 자리했다. 이제는 노장이 된 야구 천재 이종범(KIA 타이거즈)이 16위를 차지했고, 향후 한국 프로야구의 중심이 될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20위에 턱걸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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