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각’ 깨울 대화가 필요해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8.1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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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리스에 대한 의학적인 치료법
▲ 신체적 성기능 장애의 경우 신체 성형수술로 극복하기도 한다. ⓒ뉴시스

서울에 사는 30대 후반부부가 최근 경희대병원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요청했다. 이 부부는, 남편은 부부 관계를 요구하지만 아내가 거부해서 원만한 부부생활을 유지하기힘들다고 했다. 이서경 경희의료원정신과 교수는 “성관계보다 다른 문제로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데다 아내는 우울증까지 겹쳐 성욕저하증을 보였다.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원인으로 밝혀져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해서 현재는 정상을 되찾았다. 부부 모두 성관계에 흥미가 없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들 부부처럼 한쪽만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감정의 골이 깊어져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선택하는 부부도 있다”라며 부부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부의 사례는 원인이 명확하므로 해결책을 쉽게 찾은 경우다. 그러나 의학적인 시각에서 대부분의 섹스리스는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 있는 만큼 정형화된 치료법이 없다. 그렇다고 부부 관계가 뜸해지는 것을 무작정 방치하면 정신적·신체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성심리학자 홍성묵 한국건강성센터 소장은 “남성은 사정으로, 여성은 오르가즘으로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남성이나 여성이 직장 생활로 심신이 피곤하면 성욕보다 휴식을 취하고 싶어한다. 이를 피로 효과라고 하는데 장기간 지속될 경우 정신적·신체적 부작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남성의 경우 하루 수억 개의 정자를 생성하고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불안감 또는 긴장감이 생긴다. 더 오래 지속되면 성관계 회피증(sex avoidance)이 생길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 얽혀 정형화된 치료법 없어

부부가 섹스리스가 되는 가장 일반적인 배경은 ‘싫증’ 때문이다. 상대방, 시간, 장소, 체위가 동일하므로 관계 자체가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다양한 변화를 주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갑자기 일방적으로 변화를 주면 상대방이 오히려 심리적인 부담을 갖고 경계하기도 한다. 따라서 평소 부부 사이에 성에 관련된 대화를 꾸준히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건강성센터 홍소장은 “창피하다는 이유로 부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관계는 발전할 수 없다. 오죽하면 오누이 같은 부부라든가 의무적으로 부부 관계를 한다는 말이 생겼겠는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 원하는 부부 관계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부부 사이의 대화로 해답이 안 나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섹스리스 부부 중에는 신체적 이상 때문에 부부 관계를 멀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신경계, 혈관계,내분비계가 상호작용하며 성기능을 관장하는데 이런 부분에 이상이 생겨 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다. 신경계나 혈관계 질환뿐만 아니라 수술, 암치료, 약물 치료, 우울증 고령,호르몬 불균형, 갱년기, 권태기 등 다양한 원인으로 성기능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성기능 장애는 선천적일 수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남성의 기능 장애로는 음경왜소증, 조루, 발기 부전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의 기능 장애는 성욕구저하, 성각성 부실, 극치감 기피, 성교 통증 등이 있다. 대부분의 성기능 장애는 상담 치료, 약물 치료, 물리 치료, 수술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 이윤수비뇨기과의 이윤수 원장은 “성욕이 넘치는 성욕항진증과 성욕이 감퇴되는 성욕저하증이 있다. 갱년기에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생기는 경우인데, 심하면 호르몬 투여로 치료할 수 있다.젊은 부부라도 성관계가 뜸한 경우가 있다. 신체적 성기능 장애로 진단되면 약물치료, 보형물 수술 등을 검토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섹스리스가 곧 성기능 장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기능 장애는 어쩔 수 없이 부부 관계를 멀리하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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