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져가는 당신’ 그냥 두지 마라
  • 김민주 (레이디경향 기자) ()
  • 승인 2008.08.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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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ᆞ출산, 스트레스, 맞벌이 등 요인 많아 … 부부가 함께 성에 대한 문제의식 고민해야

▲ 전북 군산시 개정면에 사는 이종림(82ᆞ왼쪽)ᆞ김춘영(78ᆞ오른쪽) 부부는 13년째 함께 수영을 즐기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박철·옥소리 부부의 이혼 소동은 ‘섹스리스’ 부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새삼 일깨운 바 있다. 섹스리스는 화목한 가정일지라도 언제든지 ‘이혼’ 등의 심각한 파경을 몰고 올 수 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얼마 동안 부부 관계를 하지 않아야 섹스리스에 속할까? 흔히 막연하게 6개월~1년 이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3개월 이상 부부 관계가 없는 것을 섹스리스로 규정한다. 섹스리스의 가장 큰 요인은 임신과 출산이다. 보통 임신 중에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부부가 성관계를 꺼리기 때문이다. 사실 전문가들은 임신 초기와 말기를 제외하고는 무리하지 않은 성관계는 태아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유경씨(35·여)는 첫아이를 유산하고 어렵게 둘째아이를 임신한 후 임신 기간 중 남편과 한 번도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남편이 유산의 두려움 때문에 성관계를 피했기 때문이다. 임신을 했다고 해서 갑자기 성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김씨는 서운했지만 남편의 의지는 단호했다.

김씨는 “나는 오히려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 성욕을 느낄 수가 없었다. 모유 수유가 성욕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임신, 출산, 육아기간 동안 부부 관계를 하지 않았고 점차 성관계에 흥미까지 잃어 섹스리스 부부가 된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여성의 질 근육이 느슨해지거나 가슴이 처지고 뱃살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남편과의 잠자리를 꺼리는 여성이 많아지는 것도 섹스리스 부부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출산할 때 남편이 탯줄을 끊거나 아내의 출산 광경을 목격하고 나면 그 충격으로 아내를 멀리하고 섹스를 거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시부모 동거 등 주변 환경이 부부간 잠자리 방해하기도

섹스리스 부부를 만드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남편들이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또 일의 업무량이 과도하게 많은 것도 섹스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몸이 피곤하고 힘들면 성욕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울 목동에 사는 송현아씨(33·여)는 평소 남편과의 잠자리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송씨의 남편은 뚜렷한 이유 없이 잠자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송씨는 남편에게 그 이유를 넌지시 물었다고 한다.

송씨는 “남편이 회사에서 명예퇴직 명단에 올라 있어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기 때문에 부부 관계를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편이 회사를 퇴직하고 다른 회사에 취직을 할 때까지 약 1년이 넘도록 이들은 섹스리스 부부로 살았다고 한다. 재취업으로 생활이 안정되고 난 뒤 부부관계는 정상을 되찾았다.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한 부부 관계 기피 현상은 맞벌이 부부에게는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주변 환경 때문에 섹스리스 부부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가족 관계다. 시부모나 시누이와 함께 살거나 자녀가 자라면서 부부간의 잠자리 횟수가 더욱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서울 수유리에 사는 임선영씨(38·여)는 2남1녀를 둔 10년차 주부다.처음부터 섹스리스 부부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들 부부는 자연스럽게 섹스리스 부부가 되었다고 한다. 임씨는 “아이가 어렸을 때는 남편이 잠결에 아이를 짓누를까 봐 무서워 남편을 침대 밑으로 내려 보냈다. 아이가 조금 크니까 엄마로부터 떨어져서 자려고 하지 않아 남편과 각방을 썼다. 그리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쯤 되니까 다 큰 아이들 눈치가 보여서 부부 관계를 못하게 되었다”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제는 너무 오래 부부 관계를 하지 않다 보니 서로 시들해져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진다고까지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임지영씨(39·여)는 시부모와 같이 살기 시작한 이후로 부부 관계를 거의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로 결혼 12년차인 임씨는 결혼 이후 3년 동안 분가해서 사는 동안에는 그 어느 커플 부럽지 않게 왕성한 성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부모와 살림을 합치면서 이들 부부의 성관계는 급격히 시들해졌다. 임씨는 “간혹 내가 먼저 잠자리에서 신호를 보내기라도 하면 옆방에 부모님이 계신데 왜 이러느냐며 핀잔을 받기 일쑤였다. 시부모 때문에 남편이 성관계를 불편해 하니 그냥 참고 사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섹스리스를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는 없을까? 부부가 한평생을 같이 살면서 섹스리스가 될 수 있는 요인들은 너무 많다. 하지만 부부가 조금만 조심하고 성에 대한 문제의식만 갖고 있으면 얼마든지 즐거운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성상담소 아름다운우리의성의 김애숙 이사는 “보통 섹스리스 부부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섹스리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상황 때문에 부부 관계를 하지 않으면 암묵적으로 서로 합의가 돼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없어진다. 이런 경우 나중에 다시 부부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 정말 쑥스럽고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부부 관계를 회복하고 싶으면 부부클리닉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일부부클리닉을 찾는 것이 어렵다면 좀더 접근이 쉬운 성 관련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등에서 부부간의 만족스러운 성생활에 대한 강의를 같이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부부 섹스리스 탈출 7계명

1 1주일에 한 번 날짜를 정한다 - 부부 관계를 오랫동안 하지 않게 되면 자연스럽게 성관계에 대한 생각도 둔해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1주일에 한 번은 부부 관계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주 금요일을 부부의 날로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새롭고 신선한 장소를 찾는다 - 모텔이나 화장실, 자동차, 비디오방 등 새로운 곳에서 섹스를 즐기는 것도 좋다. 매일 똑같은 장소에서 섹스를 한다면 쉽게 싫증을 느낄 수도 있다. 섹스를 놀이로 인식하고 가끔은 새로운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서로 섹스 스타일을 찾는다 - 부부간 성관계 후에 어떤 체위가 좋았느냐는 등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조금씩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성감대를 찾거나 좋아하는 체위 등을 발견할 수 있다. 4 부부간의 ‘비밀 신호’를 만든다 - 간혹 시부모나 아이들 때문에 부부 관계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집안에 가족들이 많을 경우에는 부부만이 알 수 있는 비밀 신호를 만들어서 성관계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물론 집 안에 사람이 많다면 모텔 등 다른 장소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5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져라 -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많아지게 된다. 대화가 많아지면 서로 스킨십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부부 관계까지 연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저녁마다 같이 산책을 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6 출산 광경을 보지 마라 - 성에 대한 환상이 깨질 것 같으면 아내의 출산 광경을 보지 않는 것도 좋다. 아내의 출산 과정을 지켜본 남편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감동적이거나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전자일 경우에는 출산 이후에도 부부 관계가 더욱 돈독해 질 수 있지만, 후자일 경우에는 섹스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7 자기 자신을 가꾸어라 - 결혼 이후 여성은 출산과 육아로 인해 헝클어진 머리에 김칫국물 흘린 면 티셔츠를 입은 채 퇴근하는 남편을 맞이한다. 외부에서 생기발랄한 여성들을 보다가 집에서 축 쳐져 있는 아내를 보면 성욕구가 생길 리없다. 출산 이후 85kg이었던 김 아무개 주부는 30kg를 감량한 후 부부 관계가 2배나 늘었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가꾸는 노력은 부부 관계에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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