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의 ‘분단’ 밤을 잃은 부부들의 아슬아슬 금슬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08.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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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등 여성 사회 진출로 섹스리스 부부 갈수록 늘어 <시사저널> 조사 결과 응답자 18.1% “1주일에 한 번도 없다” 전문가들 “횟수보다 부부 간 믿음이 더 중요해” 한목소리


섹스리스(sexless) 부부가 늘어나면서 많은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성관계를 갖지 않는 섹스리스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이로 인한 갈등에 시달리다 파경을 맞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사실 살을 맞대고 살아야 할 부부가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그럼에도 여성의 사회 생활이 늘어나고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되면서 섹스리스는 결코 남의 일처럼 여길 수 없을 만큼 흔한 현상이 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성관계를 피하거나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부부들이 현저하게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사저널>은 학부모포털사이트 ‘부모2.0’과 공동으로 8월4~7일까지 20세 이상 성인 4백70명을 대상으로 부부 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전체 응답자의 33.2%인 1백56명이 부부 관계 횟수에 불만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18.1%인 85명이 1주일에 단 한 차례도 성관계를 갖지 않는 다고 답했다. 성 문제 전문가들은 성관계에 불만을 갖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특히 섹스리스 부부가 20% 가까이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는 것은 부부간 문제로 원만하지 못한 가정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통계청의 자료도 이런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부부 관계 횟수는 30대가 주 1~2회, 40대가 주 1회, 50대는 2주에 1회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성과학연구소가 지난 2004년 전국 기혼여성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섹스리스 여성의 비율이28%로 나타났다.

20대 젊은 부부 중 섹스리스 비율도 12%를 넘었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이윤수 성의학연구소장은 “여성의 성욕이 가장 왕성해지는 40대의 불만이 가장 높았다. 또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의 문제 중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도 섹스리스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10대 후반부터 40대의 기혼자를 대상으로 조사한결과 1개월 이상 성관계가 없는 섹스리스 부부가 무려 34.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년 전 조사 때보다 2.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섹스리스에는 부부 관계를 거의 하지 않은 경우 말고도 몇 개월에 한번씩 뜸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부부 관계를 멀리하면 부부 사이에 앙금이 생기고 서로 불신하며 부부 싸움에 이르게 된다. 심지어 이혼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섹스리스 자체보다 이 때문에 생기는 부부 사이의 파열음이 문제다. 남성은 직업여성 등을 찾아 해소할 길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성의 경우는 외도 외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성관계 갈등이 외도 등 새로운 문제 일으킬 수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결책은 부부 사이의 대화다. 입에 올리기가 부담스럽거나 창피하다는 이유로 대화를 하지 않으면 부부관계를 개선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소장은 “부부 관계 횟수가 많다고 해서 결코 부부생활이 원만하다 고만은 할 수 없다. 횟수보다는 서로 얼마나 만족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서로 만족시켜주기 위한 관심과 배려의 차원에서 자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부부 관계 횟수보다는 부부 생활의 활력소로 성관계가 필요한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부부에게 성관계는 서로에게 활력을 부여하는 ‘놀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사저널> 조사에서 부부 관계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1백68명(35.7%)이 ‘놀이’라고 답했다. 1백39명(29.6%)은 ‘결혼 유지를 위한 의무’라고 응답했다.

부부 관계 횟수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3백30명(70.2%)이 1주일에 1~2번이라고 답했다. 결혼 11년차 주부 김 아무개씨(37·여)는 “부부 관계는 자손의 번성과 생리적 욕구의 해결 수단일 수도 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대화의 수단이다.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며 관심을 표명하는 놀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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