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는 어디로 갔나
  •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 교수) ()
  • 승인 2008.08.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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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름, 대한민국 국회는 없다. 국회는 어디로 갔나? 폭염을 피해 바다로 간 것일까? 아니면 국민의 눈을 피해 산으로 도망간 것일까? 더위도 피하고 국민 눈초리도 싫었을 것이다. 하긴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 없고, 오히려 별다른 도움이 되지도 못하면서 더운 날 짜증만 나게 하는 국회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국민 정신 건강에는 해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4월9일 18대 총선으로 구성된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것은 이미 두 달이 넘었다. 5월30일이 법정 임기 개시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아직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2백99명의 국회의원이 상임위 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헌절 기념식을 치르기 위해 의장단만 간신히 구성하고는 아직까지 그대로다.

사실 국회는 의장단 구성은 물론 개원조차 규정대로 하지 못했다. 국회법에는 ‘국회의원 선거 후 최초의 임시회는 임기 개시 7일에 연다’라고 되어 있다. 이 규정대로면 6월5일 개원했어야 하는데도 실제는 7월10일에 18대 국회의 문을 처음 열었다. 이렇다 보니 국회 상임위 구성도 이미 시한을 넘긴 상황이다. 국회법은 또 ‘상임위원장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 후 최초 집회일로부터 3일 이내에 실시한다’라고 규정해놓고 있다. 따라서 정상적 상황이라면 상임위 배정도 6월 초에 끝났어야 하고, 7월10일 개원식을 기준으로 했다 하더라도 13일까지는 마무리되었어야 한다. 대단한 직무 유기다. 이런 상황이니 한 시민단체가 국회의원 2백51명을 상대로 ‘6월 세비 부당수령에 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회의 개점 휴업 상태는 국정 운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회는 지난 7월11일 정부로부터 감사원장과 3명의 국무위원 후보에 대한 인사 청문 요청을 받았지만 아직 특위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국회는 공직자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 청문을 마쳐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은 유명무실화되었다. 규정과 규칙을 어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여·야 합의로 구성된 4개의 특위가 국회 기능을 대행하는 모습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기도 하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만 생각하는 여야

그렇다면 왜 이럴까? 표면적으로 드러난 쟁점은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과 법사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맡느냐다. 서로 더 많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고 모든 법안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싸움이다. 그동안의 국회 관례를 따르자고 하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만 생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국회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고 행정부에 대한 국회 기능이 무엇인지는 안중에도 없다. 국민과 국회는 없고, 오직 당리와 당략만 있다.

우리는 대의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 정치 체제다. 따라서 국회 부재는 ‘정치의 실패’와 ‘대의의 실패’를 의미한다. 의견 표출·집약·조정과 타협이라는 ‘정치의 영역’이 사라진 것이다. 촛불 집회에서 보듯 시민들의 의사 소통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졌으며, 그들은 생활과 건강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데도 국회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퇴행적인 위계 문화와 조직 질서에 안주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이 인정하지 않는 그들만의 게임이다. 이러다가는 ‘국회 폐지론’ ‘국회 무용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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