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리허설 ‘단독 보도’의 위험한 유혹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08.05 11: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BS가 단독으로 내보낸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리허설장면이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다. 중국 정부와 중국 네티즌들은 공분하는 수준을 넘어 SBS의 올림픽 취재권을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KBS와 MBC는 불똥이 자사에도 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SBS는 지난 7월29일 <8시 뉴스>를 통해 개막식 리허설 장면을 보도할 때만 해도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독 촬영’이라고 강조하며 득의만만해했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SBS의 단독 촬영이 가능했던 것은 개막식 리허설을 어떠한 언론에도 공개하지 않은 베이징올림픽위원회의 방침때문이었다. 중국 당국은 리허설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철저한 보안을 당부하며 어길 경우 7년 감옥형으로 처벌하겠다는 서약서를 받았을 정도로 보안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보도가 나간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물론 베이징올림픽위원회까지 나서 ‘몰래 촬영한 혐의’를 물어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BS는 IOC의 결정에 따라 공식 입장을 밝힌다고 하면서도 “몰카는 아니다”라고 해명하느라 급급했다.

SBS 관계자는 “화면에 등장하는 무용수들의 옷은 개막식 의상이 아니다. 공식 리허설이 아니라 연습이었고, 촬영 당시 제재 조치가 없어 사태가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라고 했다. 하지만 어느 현장에서나 동업자들이 지켜야 할 취재지침이 있었다면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BS가 지난 7월31일 <베이징올림픽 성화 점화 ‘깜짝쇼’…봉황이 점화?> 기사를 내보내면서 ‘대회 조직위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조직위가 개막식 행사의 극적인 공개를 위해 애쓰고 있음을 SBS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촬영 당시 제재가 없었기 때문에’라는 SBS의 해명이 중국인들은 물론 전세계 언론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이유다. 이번 일로 SBS, 나아가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손상을 입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SBS의 진솔하고 성의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