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던 올림픽, 흥미진진해진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07.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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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무엇이 달라졌나/태권도ᆞ레슬링은 시간제한 둬 속도감…양궁은 64강부터 12발 승부
ⓒ대한체육회 제공
베이징올림픽에서부터 적용되는 룰이 바뀐 종목들이 있다. 대부분은 경기 진행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기 위한 룰 개정이 많다. 게임의 재미를 더욱 높이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올림픽에서 퇴출 위기를 맞았던 태권도가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변신한다. 종전에는 등이나 양 옆구리를 가격해도 점수를 줬지만 이제는 주지 않는다. 따라서 고난도 기술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 또한 종전에는 등이나 허리에 역습을 당할까 봐 공중 돌려차기, 뒤 돌려차기, 돌개차기 등 고난도 기술이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는 등이나 허리를 얻어맞더라도 점수를 뺏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고난도 기술을 마음 놓고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초룰 제도가 생겼다. 심판이 판단할 때 양 선수의 공격이 5초 정도 없으면 바로 ‘10초’를 선언한다. 10초가 선언된 후 뒤로 빠지는 선수는 바로 경고를 받게 된다. 따라서 점수를 앞선 선수가 위장 공격을 하거나, 수비만 하면서 시간을 끌려고 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양궁 독주 막으려 규정 또 바꿔

양궁은 막강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규정 개정을 거듭해왔다. 자칫 1발 실수하면 떨어지는 ‘올림픽 라운드’가 대표적인 방식이다.

양궁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경기 스피드를 높이고 이변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기 규칙이 또 한 번 바뀌었다. 아테네올림픽의 경우 개인전은 8강까지 18발(1백80점 만점)을 쏘고, 4강과 결승전만 12발씩 쏘던 것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64강부터 결승까지 모두 12발 승부로 바꿔놓았다. 18발에서 12발로 6발이 줄어든 만큼 한 발만 실수하면 더욱 만회가 어렵게 되어 한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또한 개인전 1발 발사 시간 제한도 40초에서 30초로 줄였다. 남녀 단체전도 아테네에서는 3엔드에 걸쳐 9발씩 모두 27발(2백70점 만점)을 쏘던 것을 베이징에서는 4엔드에 걸쳐 6발씩 모두 24발(2백40점 만점)을 쏘는 식으로 규칙이 바뀌었다. 3발이 줄었기 때문에 한국에는 유리할 것이 없는 변화다.

레슬링 역시 지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경기로 ‘재미없는 스포츠’라는 비판을 받아왔기에 아테네올림픽 이후 경기 규정을 손질했다. 그레코로만형의 경우 점수가 나지 않으면 심판이 동전을 던져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는 규정으로 바뀌면서 체력에 의존하며 버티기를 하는 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경기는 3라운드 2선승제로 진행되고 한 라운드의 경기 시간은 2분이다. 처음 1분간은 두 선수가 스탠딩 자세에서 겨루지만 상체만을 공격할 수 있는 그레코로만형에서 포인트를 따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기는 1분이 지난 뒤 심판이 한쪽은 파란색, 반대쪽은 빨간색으로 된 동전을 던져 패시브 자세에서 공격 또는 수비할 선수를 정하게 된다. 먼저 공격을 하는 선수는 무릎을 꿇고 엎드린 선수를 상대로 30초 동안 기술을 쓸 수 있다. 단 30초 이내에 점수를 따지 못하면 자신이 1벌점을 받게 되고, 남은 30초 동안은 패시브 자세에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나중에 공격권을 얻은 선수는 실점을 했더라도 동점만 만들면 후취점 우선 규정에 따라 해당 라운드를 따낼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30초 동안 점수를 얻지 못하면 패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있어 먼저 공격권을 갖는 선수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연합뉴스
펜싱은 비디오 판독 도입해 오심 막아

펜싱에는 이번 대회부터 비디오 판독제도가 도입된다. 펜싱은 전기 감응기에 의해 상대방의 몸에 칼이 닿았는지 여부를 판정하지만, 동시에 공격이 이뤄진 경우에 심판의 판단에 따라 승부가 가려져 오심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경기 도중 판정에 이해가 가지 않을 경우 주심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주심은 경기장 위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녹화된 경기 장면을 부심 2명, 비디오 판독관 1명과 함께 다시 본 뒤 판정을 번복할 수 있다. 비디오 판독 요청권은 개인전의 경우 경기당 2차례씩 주어지며, 단체전은 한 선수당 1차례씩 주어진다.

탁구는 이번 대회부터 복식을 없애고, 남녀 모두 단체전을 새롭게 도입했다. 남녀 단체전에는 16개국씩 참가하며 팀당 3명으로 구성한다. 5세트로 승부를 가리는데 단식-단식-복식-단식-단식 순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결국은 복식이 없어지는 대신 단체전의 일부종목으로 들어간 셈이다. 16개 참가팀은 4개조로 나눠 리그전을 벌이고 상위 1, 2위 팀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다. 여기서 각 조 1위 팀들이 금, 은메달 결정전을 벌인다. 각 조 2위 팀들은 1위 팀들 간 대결에서 탈락한 팀과 동메달을 다툰다.

수영은 인공 수영장이 아닌 강이나 바다에서 10㎞를 헤엄치는 마라톤 야외수영이 새롭게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남녀 한 개씩, 총 두 개의 금메달이 늘었다. 마치 철인종목 가운데 수영을 하는 것처럼 바다수영이 생긴 것이다. 사이클에서는 남녀 BMX 종목이 신설되었고, 여자 선수에게는 너무 힘들 것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정식경기로 채택이 되지 않았던 육상 여자 3천m 장애물 경기도 첫선을 보인다. 이제 육상에서 여자가 하지 않는 종목은 경보 50km 한 종목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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