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커는 여름이 좋아 우리 모두 ‘헤드뱅잉’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8.07.15 15: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형 록페스티벌 줄줄이 대기 …서태지 공연도 기대할 만
▲ 트래비스(펜타포트,왼쪽), 프로디지(썸머브리지,가운데), 마릴린 맨슨(ETPFEST, 오른쪽)의 내한이 음악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펜타포트록페스티벌 제공 ⓒ썸머브리즈 제공 ⓒETPFEST 제공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아무래도 강렬한 록음악이다. 후텁지근한 한국의 여름날을 보내는데 웃통을 열어젖히고 후끈한 열기를 발산하는 록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록음악 팬들에게는, 유례 없는 더위를 예고하고 있는 2008년 여름도 덥고 짜증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더위와 록음악에 대한 갈증을 한 번에 날릴 만한 대형 록페스티벌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3회째를 맞이하며 한국의 대표 록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이 7월25일부터 27일까지, 한국의 ‘썸머소닉 록페스티벌’을 표방하는 ‘썸머브리즈 2008’가 8월7일부터 8일까지, 그리고 서태지라는 한국 대중음악 황제의 컴백 무대와 그가 엄선한 밴드들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는 ‘2008 ETPFEST’가 그 다음 주인 8월14일부터 15일까지 연달아 열릴 예정이다.

음악평론가 성시권씨는 “여름에만 수십 개의 음악 축제가 열리는 미국, 일본, 유럽의 음악 팬들은 휴가철이 다가오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에 빠지곤 한다. 그에 비하면 국내의 음악 축제는 수나 규모 면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록페스티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펜타포트, 썸머브리즈, ETPFEST는 규모만큼이나 무대에 오르는 뮤지션 라인업에서도 화려함을 자랑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해외 유명 밴드와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재 세계 록음악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신진 밴드들이 대거 내한한다. 이들 중에는 한국 무대에 처음으로 서는 팀도 많다.

첫 테이프를 끊는 펜타포트를 대표하는 선두 주자는 ‘트래비스’와 ‘언더월드’다. 영국 출신인 이 두 그룹은 각각 7월26일과 27일 공연의 헤드라이너를 맡는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4인조 밴드인 트래비스는 멜로디의 서정성과 감성적인 가사를 바탕으로 한 브릿팝의 대표 주자 중에 하나다. ‘오아시스’나 ‘콜드플레이’ 등 동료·후배 밴드에 비해 국내에는 덜 알려져 있지만 1997년 데뷔 이래 10여 년 동안 1천만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대형 밴드다.

세계 록음악 주도하는 밴드 대거 내한

1999년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2집 <The Man Who>의 수록곡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부르면서 스타덤에 오른 록페스티벌의 적자다. 1988년에 데뷔한 20년차 밴드 언더월드는 ‘케미컬 브라더스’와 함께 일렉트로니카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노장 밴드다.

대표곡으로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삽입곡인 <Born slippy>와 <Pearl’s girl> 등이 있으며 일본에서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인기 밴드로서 후지 록페스티벌에 단골 헤드라이너로 초청되곤 한다.

썸머브리즈에서는 일렉트로니카의 또 다른 대표 주자 ‘프로디지’를 만날 수 있다. 프로디지는 세계적으로 1천6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을 만큼 일렉트로닉 밴드 가운데서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졌다.

일본의 썸머소닉에도 헤드라이너로 참가하는 프로디지는 ETPFEST의 ‘마릴린 맨슨’과 함께 국내 음악 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썸머브리즈의 또 다른 헤드라이너 심플플랜은 ‘그린데이’ ‘오프스프링’과 함께 전세계 펑크락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캐나다 출신 5인조 밴드다. 두 장의 앨범으로 7백만 장의 음반을 판매해 <I’d do anything> <Crazy> 등을 히트시킨 심플플랜은 이번 공연에서 기존의 히트곡과 함께 2008년에 발표한 새 앨범 <Simple plan>에 수록된 곡들을 연주한다.

▲ 카사비안(펜타포트,왼쪽)과 더 유즈드(ETPFEST,오른쪽)는 현재 진행형 밴드다. ⓒ썸머브리즈 2008 제공


마릴린 맨슨, <매트릭스> OST 연주 예정

ETPFEST는 뭐니뭐니 해도 ‘서태지의, 서태지에 의한, 서태지를 위한’ 공연이다. 4년 동안 그의 컴백을 애타게 기다린 서태지의 오랜 팬들은 ETPFEST에 등장할 서태지의 새로운 무대를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마릴린 맨슨의 공연을 기대하고 있는 팬들도 상당수 있다.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살인마 찰스 맨슨의 이름에서 그룹명을 따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마릴린 맨슨은 기괴한 외모와 무대에서의 엽기적인 퍼포먼스, 신과 기존 질서를 전복하는 내용의 가사로 유명한 쇼크록의 대부다. 영화 <매트릭스>에 삽입된 <Rock is dead>나 <This is the New Shit> 등의 히트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트래비스, 언더월드, 프로디지, 심플플랜, 마릴린 맨슨까지 각 공연 헤드라이너들의 면면은 그 이름만으로 관객을 유혹할 만큼 화려하다. 이제 출발 단계에 서 있는 한국의 록페스티벌에서 이들의 티켓파워는 공연을 계속 이어나갈 동력을 마련해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인지도 높은 유명 밴드 외에도 훌륭한 연주와 라이브 실력으로 세계 음악계를 현재진행형으로 써나가고 있는 밴드와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신진밴드의 음악 세계를 확인하는 것도 록페스티벌이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옐로우나인의 홍희선 과장은 “지금 한국에서 지명도가 높은 뮤지션보다는 급부상한 신인 밴드나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밴드를 선호한다. 물론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 현재 세계 록음악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한국에 아직 안 알려졌을 뿐이다. 페스티벌에 동참해 새로운 밴드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2~3년 후쯤에 그때 봤던 밴드들이 라디오헤드나 오아시스 같은 밴드로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라인업 선정 기준을 밝혔다.

홍과장은 주목할 만한 밴드로 ‘카사비안’과 ‘더 가십’을 꼽았다. 카사비안은 1집 앨범으로 브릿팝의 대표 주자 오아시스 멤버들의 인정을 받아 그들의 투어에 서포트 멤버로 참여하며 이름을 날렸다. 2집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라이브 보컬 밴드상을 받기도 했다.

혼성 3인조 밴드인 더 가십은 100㎏에 육박하는 체구를 가진 여성 보컬 베스 디토의 파워풀한 가창력이 압권이다. 그녀는 영국 음악 잡지 <NME>가 선정한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꼽히기도 했다.

썸머브리즈에는 비틀즈의 새로운 변형을 보여줄 ‘패닉앳더디스코’와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의 뒤를 잇는 모던록밴드 ‘원 리퍼블릭’이, ETPFEST에는 국내에서도 마니아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드래곤 애쉬’, 이모코어씬의 대표 주자 ‘더 유즈드’가 관객 앞에 나선다.

이들 외에도 다양한 음악적 성취를 이루고 있는 국내외 밴드들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으니 록음악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관객들도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음악 평론가 성시권씨는 “공연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팀의 팬이 되고 그들이 다시 돌아올 때 열렬한 팬으로서 다시 한 번 그들을 찾게 되는 과정의 반복이, 록페스티벌이 록음악 저변 확대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