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자 ‘우생순’ 아줌마들이 일낸다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7.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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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남녀 핸드볼 팀 “메달은 우리 것”
ⓒ시사저널 임영무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세 번째 금메달을, 남자 핸드볼 팀은 두 번째 메달을 노린다. ‘한데 볼’이라고 불릴 정도로 평소에는 찬밥 대우를 받다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종합 스포츠 제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종목이 바로 핸드볼이다. 비인기 종목이라서 평소에는 스탠드도 텅 비고, 중계 방송도 보기 힘들지만 역대 올림픽에서 구기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는 효자 종목이다.

여자 핸드볼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서울올림픽 때의 금메달이 홈경기의 이점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여자 핸드볼은 이후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4위 그리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다시 은메달을 땄다. 특히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덴마크와의 결승전에서 두 차례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끝에 34 대 34로 비겼고, 승부던지기에서 2 대 4로 패하면서, 선수들의 투혼을 지켜보던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영화에서처럼 여자 핸드볼은 전통적으로 주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어오고 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팀에도 4년 전 아테네올림픽과 마찬가지로 4명의 주부 선수가 포함되어 있다. 주부 선수 4명 모두 한국 여자 핸드볼 팀의 주축 멤버다. ‘엄마 선수’인 오성옥(36·오스트리아 히포방크)과 오영란(36·벽산건설)을 비롯해 아테네올림픽 이후 결혼한 왼손 거포 이상은(33·서울시청)과 허순영(33·덴마크 아르후스)이 그들이다.

특히 오성옥은 ‘5’와 인연이 깊다. 성도 오씨인 데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두었고, 이번이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다섯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그동안 금메달 1개(1992년 바르셀로나), 은메달 2개(1996년 애틀랜타·2004년 아테네)를 획득했다.

여자 핸드볼 팀, 주부 선수만 넷

‘골키퍼 부부’로도 유명한 ‘철벽 수문장’ 오영란은 네 살 연하 남편인 올림픽 남자 대표팀 골키퍼 강일구(인천도시개발공사)와 함께 올림픽에 출전한다. 부부가 모두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는 바람에 딸(4)은 시댁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이상은은 사법연수생이던 최창민씨와 2년 열애 끝에 2006년 7월 결혼했다. 그러나 스페인리그에서 뛰느라 변호사 생활을 하는 남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일본 진출 후 현재 덴마크에서 뛰고 있는 대표팀의 1m80cm 최장신 허순영도 남편과 생이별을 하고 있다.

이들 4명의 아줌마 부대는 올림픽 대표팀 막내 유은희(벽산건설)와 많게는 열여덟 살까지 차이가 난다. 언니가 아니라 ‘고모’나 ‘이모’로 불릴 정도다. 여자 핸드볼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러시아·독일·헝가리·스웨덴·브라질과 함께 B조에 편성되어 A조(노르웨이·루마니아·프랑스·중국·앙골라·카자흐스탄)보다 더 어려운 팀들과 예선을 벌이게 되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임영철 감독은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을 보면 러시아는 지난해 말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우승팀으로 세계 최강이고, 독일과 헝가리, 스웨덴은 지난 3월 말 국제핸드볼연맹 최종 예선에서 베이징행 티켓을 획득했다. 브라질은 미주 대륙 예선 우승팀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강팀이다. 그러나 우리 팀도 그들에게 강팀으로 인식되고 있다”라면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남자 핸드볼은 서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이후 올림픽 메달과 거리가 멀었다. 지난 아테네올림픽에서도 8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까지 아시안게임 5연패를 차지해 강팀의 면모를 갖추고 있고,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해외파와 국내파가 조화를 잘 이루어내 서울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태훈 감독은 일단 목표를 8강 진출로 잡고 있다. 그러나 8강 이후에는 단판 승부로 이루어지는 만큼 그 이상도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태훈 감독은 “독일, 덴마크 등 유럽 팀들의 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유럽의 벽에 한 번 부딪쳐 보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남자 대표팀은 독일에서 맹활약하다 고국 무대로 돌아온 핸드볼의 황제 윤경신(35)과 백원철(31), 이재우(29), 정의경(23), 정수영(23) 등 노장과 신인급 선수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하모니가 역대 최강이라고 불릴 만하다.

남자 핸드볼 팀은 8강 진출이 목표

남자 핸드볼은 그동안 후반 15분 이후 체력이 떨어져 역전패 한 징크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의 훈련 방식을 도입해 체력을 보강했다.

일명 ‘공포의 삑삑이’라고 불리는 셔틀 런 훈련이다. 핸드볼은 코트 안에서 끊임없이 전속력을 다해 뛰어야 하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핸드볼 코트의 양 사이드라인은 20m. 선수들은 신나는 음악과 함께 녹음된 휘슬 소리에 맞춰 양 사이드 라인을 찍고 돌아오는 왕복 달리기를 해야 한다.

처음 30회는 7초 간격으로 다소 여유가 있지만, 휘슬이 울리는 시간이 점점 빨라져 선수들은 금세 녹초가 된다. 이를 10분 이상 실시하고 약 5분간 휴식을 취한 뒤 20분간 실전처럼 연습 경기를 하게 되는 이 훈련법은 체력이 좋은 남자 선수들도 진저리를 칠 정도로 힘들어 한다. 이를 개발·감독한 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 박사는 “처음에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매주 수요일마다 실시하다 보니까 체력이 많이 향상되었다”라고 말했다.

한국 남자 핸드볼 대표팀은 독일·덴마크·러시아·아이슬란드·이집트와 함께 B조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A조에는 중국·폴란드·프랑스·크로아티아·스페인·브라질이 속해 있어서 A조보다는 B조가 비교적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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