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에 넣은 것은 한국 스포츠의 자존심
  •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
  • 승인 2008.07.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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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여자 농구, ‘아테네 굴욕‘딛고 예선 우승 등 상승세 …재활 중인 장신 하은주 선수의 활약이 메달 색 결정할 듯
ⓒ연합뉴스

여자 농구는 한국 스포츠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종목이다. 1967년 체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박신자라는 천재 센터가 나타나 소련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해 구기 종목 사상 세계대회 첫 메달을 획득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는 아시아 최고 센터 박찬숙의 맹활약에 힘입어 은메달을 땄고, 이후 세계여자 농구계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다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4강에 올라 또다시 세계농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여자 농구는 예선에서 5전 전패를 하는 등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순위 결정전에서도 전패를 당해 12팀 가운데 최하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아테네올림픽의 악몽은 2006 브라질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이어져 13위로 밀려났고,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타이완에게도 덜미를 잡히는 등 4위에 그쳐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따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호주ᆞ러시아 등 강팀에 하은주 선수 꼭 필요해

여자 농구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겸해서 벌어진 2007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대회에서 올림픽 개최국이어서 자동출전권을 얻은 중국이 2진을 내보내기는 했지만, 타이완에게 설욕을 했다.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의 쾌거는 한국 여자 농구사상 최장신인 하은주(2m2cm)가 가세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하은주는 상대보다 월등히 큰 신장으로 리쓴소리바운드와 골밑 슛 심지어 슛 블로킹까지 해가면서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한국 여자 농구는 하은주를 전면에 포진시켜 외곽이면 외곽, 골밑이면 골밑에서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하은주가 부상을 당해 코치진이 고민을 하고 있다.

하은주는 무릎을 다쳐 현재 소속팀에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는데, 김계령·신정자 등 센터진이 있지만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하은주가 꼭 필요하다. 올림픽이 열리는 8월까지 부상이 얼마나 회복될지 의문이다.

한국 여자 농구는 지난 4월 조 추첨식에서 세계 랭킹 2위 호주, 3위 러시아와 함께 A조에 편성되었고 이후 지역 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따낸 나라 중에서는 브라질, 라트비아, 벨로루시가 같은 조로 들어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호주·러시아와는 힘든 경기를 할 것 같고, 브라질과 해볼만 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 팀은 라트비아와 벨로루시를 모두 잡아야 A조 6팀 가운데 최소한 4위 이내에 들 수 있고, 그래야 8강에 들 수 있다.

만약 하은주를 풀가동할 수만 있다면 세계 정상권에 올라 있는 호주와 러시아까지는 몰라도 브라질에게는 승산이 높다. 그러나 그녀가 뛰지 못한다면 역시 라트비아와 벨로루시 전에 총력전을 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여자농구는 변연하(슈팅 가드), 김정은(스몰포드), 정선민(파워 포드), 김계령(센터)에 포인트 가드로는 최윤아와 이미선이 상대팀에 따라 번갈아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박정은, 김영옥, 신정아, 이종애가 ‘베스트 5’와 수시로 교대해서 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하은주가 회복된다면 김계령을 스타팅 멤버로 기용하다가, 수시로 하은주를 투입해 상대 골밑을 공략하는 카드도 쓸 수 있다.

하은주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되느냐에 따라 정덕화 감독의 선수기용 폭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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