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ᆞ홍’ 끄는 쌍두마차에 누가 타나
  • 김영화 (한국일보 기자) ()
  • 승인 2008.07.08 11: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이’ 주류 전폭 지원 업은 박희태 대표 체제가 바꿔놓을 한나라당 ‘실세 지도’
ⓒ시사저널 임영무


7•3전당대회 이후 한나라당 지도부에 쏠리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 크게 보면 한나라당은 대표최고위원(이하 대표)과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로 운영된다. 각각 당 서열 1, 2위다. 당 관련 사항은 대표가, 국회 원내 사항은 원내대표가 책임지는 식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나라당은 ‘박희태 대표·홍준표 원내대표’ 쌍두마차가 이끌어간다고 보면 된다. 또, 박대표와 함께 당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 멤버인 정몽준·허태열·공성진·박순자 최고위원도 앞으로 한나라당의 진로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에 당내 3선 이상의 의원들 대부분과 일부 두각을 나타내는 재선 의원들이 당 운영의 중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에 대한 이대통령 친정 체제 강화될 듯

신임 박희태 대표는 당내 주류인 친 이명박계를 대표하는 인사다. 5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박대표는 지난해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지냈다.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김덕룡 전 의원 등과 함께 원로 그룹의 주축인 그는 캠프에서 온건 노선으로 평가되는 비둘기파다.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가 영입을 위해 30분에 걸쳐 설득을 했을 만큼 당내에서 신망이 높다. 이후 대선 때는 선대위 고문을 지내며 이른바 ‘6인 회의’ 참석 멤버로 활약했다. 대선 승리로 차기 국회의장 0순위로 꼽힐 만큼 잘나갔지만, ‘공천 대학살’로 유명했던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락하는 극적인 추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번에 대표로 등극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박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친이(親李)’ 주류측의 광범위하고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여권 내 ‘신주류’와도 가까운 편이다. 이를 근거로 당에서는 그가 원외 대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명실상부한 여권의 대표 선수가 될 것으로 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박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과거 대통령과 대표가 매주 만나던 주례회동을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당·청 관계가 한층 더 공고한 협력 관계로 발돋움하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위상도 훨씬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대표가 출마 이전부터 ‘관리형 대표’로 지목받아 당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신임 대표가 들어오면 당 3역 중 임명직인 사무총장 자리와 홍보기획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 주요 당직 및 사무처 인선을 단행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박대표가 권영세 사무총장의 유임 여부를 포함해 어느 정도 폭의 인사를 할지는 윤곽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홍보기획과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정병국·김학송 의원이 3선이 되면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어 아무래도 재선급에서 새로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또, 초선 의원이 주로 맡았던 대표 비서실장도 새 얼굴로 교체될 것이다. 집권 여당이 된 만큼 재선 의원 중에서 대표 비서실장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의 측근이 기용되어온 당 대변인의 교체 여부도 관심이나 현재로서는 여성 의원으로 대선 때부터 큰 무리 없이 업무를 해온 조윤선 대변인의 유임을 점치는 관측이 많다.


ⓒ연합뉴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핵심 실세로 이미 부상

한나라당에서 또 하나의 동력 축은 홍준표 원내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원내대표단이다. 홍원내대표는 5월22일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뒤 당의 권력 공백기에 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핵심 실세로 급부상했다. 4선 의원으로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때 이 대통령과 경쟁하기도 했지만, 원래 이대통령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이고 4선 의원이라는 경륜과 거침없는 직설 화법 등이 강점으로 부각되었다. 원조 실세인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의원이 ‘권력 사유화’ 논쟁으로 전면에 나서는 것이 다소 어려워졌고, 강재섭 전 대표의 총선 불출마와 친이계 핵심이었던 이재오·이방호 전 의원이 낙선하는 등의 환경이 맞물리면서 현재로서는 청와대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당내 인사로 꼽힌다. 이런 이유에서 홍원내대표는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함께 당내 신주류로 불린다.

특히 그는 최근 쇠고기 정국에서 힘의 균형이 정부에서 당으로 기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추가 협상 및 인적 쇄신을 단행한 것도 “민심과 싸워 이기려고 하지 마라”라는 당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또, 그는 최근 총리 및 경제팀을 포함한 대폭 개각 주장을 밝힌 당권 주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가 이전부터 “총리까지 바뀌면 행정 공백이 불가피하다”라며 한승수 총리 유임론을 펴왔다는 것은 당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이전에는 친박 인사 복당 문제에도 적극 개입했다. 모두 엄밀히 말해 원내 사항은 아니다. 월권 시비가 일 정도로 여권 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가 이끄는 원내대표단에도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은 주호영 의원은 대선 때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친이계 핵심 인사다.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를 맡은 재선의 김정권 의원, 원내부대표단 소속인 김선동·윤상현·정양석·이범래·박준선·이종현·이은재 등 초선 의원들도 ‘홍준표 사단’으로서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 중 이범래·윤상현 의원은 스스로 ‘친홍(親洪) 의원’이라 부를 만큼 홍원내대표와의 관계가 각별하다.

홍원내대표와 함께 의총에서 선출된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정책 분야에서 한나라당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은 모두 다 그의 손을 거쳐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선 때 중립을 지켰으나 인수위 시절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내며 친이계의 핵심 실세로 급부상했다. 최근 한반도 대운하 보류와 공기업 민영화 속도 조절 등도 그의 작품이다.

임의장은 최근 집권 여당으로서 정책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정책위 산하 정책조정위원장단을 대폭 강화했다. 정조위원장을 가급적 해당 상임위의 간사가 맡도록 하고, 각 정조위 산하에 그 분야의 전문가인 초선 의원들을 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정책위 정책실장 자리를 신설해 재경부 고위 공무원 출신인 유재한 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을 임명했다. 현재 인수위 경제분과 간사를 역임한 재선의 최경환 의원이 수석정조위원장 겸 3정조위원장(정무·예결)으로 임의장을 보좌하고 있다. 또 1정조(법사·행정안전) 장윤석, 2정조(국방·통일외교) 황진하, 4정조(국토해양·지식경제·농림해양수산) 김기현, 5정조(보건복지·환경노동·여성) 안홍준, 6정조(교육·문화관광) 나경원 등 재선 의원들이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