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을 장착하는 국산차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 승인 2008.04.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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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저감형 조수석 에어백 첫 개발… 차량 통합 제어시스템 구축 ‘착착’

자동차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엔진의 직선 운동을 바퀴의 회전 운동으로 바꾸면서 전달된 에너지를 이용해 사람이나 물건을 이동시킨다. 자동차는 이제 이렇게 단순한 기능만 하지 않는다. 제동과 조향 및 진동제어장치가 발전하면서 얼마나 더 안전하고 더 조용하며 더 편하게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느냐로 자동차의 컨셉트가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의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전자기술이다.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공학의 결정판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자기술을 폭넓게 쓰고 있다. ‘지능형 자동차’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계와 전자, 통신, 제어 기술을 결합시켜 안전성과 편의성을 향상시킨 것이 오늘날의 자동차다.
고속이나 저속, 빗길, 빙판길 등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노면 상태에 따라 서스펜션이 자동으로 조절되고, 수동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제동 장치가 미끄러짐을 방지해준다. 앞뒤 차와 자동으로 안전 거리를 유지시키고 노면의 장애물을 감지해 스스로 피하거나 정지시키는 등 첨단 센서에 따라 움직이는 차량이 바로 지능형 자동차의 모습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자동차부품사인 현대모비스가 최근 범용 기술로 여겨지던 에어백에 탑승자의 상황을 전자적으로 감지하는 기술을 접목시켜 안정성을 배가시킨 첨단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 모비스, 보행자 보호용 외장형 에어백도 개발 중

상해저감형 조수석 에어백이 그것이다. 운전석 에어백은 웬만한 국산차에서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사양이다. 하지만 조수석 에어백의 경우 일부 차종에서는 아직까지 선택 사양인 데다 사고 발생시 조수석 에어백 때문에 탑승자가 부상을 당한 사례도 보고되어 안전성에 적지 않은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운전석은 성인만이 앉지만 조수석에는 노약자나 어린이가 탈 경우가 있는데 이때 성인을 기준으로 설계된 에어백이 터질 때 안면과 목 부위 등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미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의 ‘정면 보호에 관한 규정’(208조)에 따라 조수석 에어백에 관한 세 가지 규정을 정해 6세 이하 어린이와 노약자가 에어백이 터질 때의 충격으로 받을 수 있는 상해를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인보다 체구가 작은 어린이나 노약자가 조수석에 앉는 경우 사고가 났을 때 무게 등의 센서 감지 기능으로 조수석의 에어백 작동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을 때 에어백이 터지지 않으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조수석의 에어백이 터질 때 안면 부위가 아닌 양 어깨 쪽으로 에어백의 압력을 분산시키면서 터뜨리는 방식을 최근 개발했다. 조수석의 어린이는 물론 노약자까지 에어백 작동으로 인해 부상을 입을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이 ‘상해저감형 조수석 에어백’을 올 하반기부터 북미에서 생산하는 2개의 신차종에 우선 장착시킬 예정이다. 물론 국내 판매용 차에도 이 기술을 적용한 에어백을 장착한다. 현대모비스측은 “국내형과 북미형을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물론 TRW이나 델파이 등 해외 일급 자동차부품사에서도 승객 감지 시스템과 조수석 에어백을 결합시켜 FMVSS 208조 규정을 만족시키는 에어백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상해저감형 조수석 에어백은 대당 10만원이 넘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신기술인 데다 기존 시스템보다 최대 2kg의 무게를 줄여 연비 향상에도 한몫하고 있다. 때문에 현대모비스측은 북미형 차량을 생산하는 해외의 완성차 업체에 이 부품을 수출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에게 해외 완성차 업체는 경쟁 상대이지만 현대모비스에게는 잠재적인 고객이기 때문이다.
외장형 에어백도 1~2년 내에 국산차에 등장할 전망이다. 에어백이 자동차 실내에 장착되는 것이 아니라 앞면 유리창과 후드 사이에 ㄷ자 형태로 장착된다. 이는 자동차와 보행자가 충돌할 경우 센서가 이를 감지해 에어백이 작동되면서 보행자가 차 앞유리창 쪽으로 다시 충돌함에 따라 생기는 2차 충격을 줄여 상해 정도를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즉 보행자 보호 장치인 셈이다. 자동차의 ‘지능 향상’이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까지 보장하는 것이다.
현대차의 제네시스나 쌍용차의 체어맨W 등에 적용된, 움직이는 헤드라이트(지능형 전조등 시스템 AFLS) 시스템은 악천후나 시야가 불량한 야간 주행, 번화가 주행에서 운전자의 안전성을 높여준다. AFLS의 국산화에 성공한 현대모비스측은 제네시스에 적용된 AFLS는 지능형 전조등 시스템의 5가지 기능 중 곡선로 기능만 먼저 구현시킨 것으로 조만간 시가지 기능, 고속도로 기능, 악천후 기능, 교차로 기능 등 5가지 기능 모두를 적용시킨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상황에 따라 조절되는 ‘움직이는 헤드라이트’도 업그레이드

곡선 주행로의 노면이 미끄러울 때 차량 쏠림을 막아주는 능동형 선회제어장치(AGCS)도 인공 지능형 전자 제어 기술로 차량의 주행 기능과 제동 기능을 끌어올린 경우다.
이런 첨단 기술은 대형차뿐 아니라 준중형차 등 보급형 모델의 경쟁력 강화에도 필수다. 현대차는 최근 아반떼의 중국형 현지 개발 모델인 웨동을 내놓으면서 MEB라는 최첨단 전자식 제동시스템을 적용시켰다. 중국 강소성의 우시모비스에서 연 40만대 규모로 생산되는 MEB는 미끄럼방지장치(ABS)와 차량자세제어장치(ESC)의 기능을 하나로 모은 고급형 모델로 현대모비스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ABS 기능은 요즘 웬만한 차종에서 거의 기본 사양으로 들어가고 있고 ESC가 적용된 차종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세계적으로 ESC의 보급률은 2006년 기준으로 26% 정도다. 중국은 3%로 극히 낮고 우리나라는 18%로 일본(10%)보다는 높다. 하지만 미국(29%)이나 유럽(43%)에 비하면 보급률이 저조해 아직도 시장 개척 여지가 큰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겨울이 긴 스웨덴이나 독일의 경우는 각각 91%와 77%에 달할 정도로 ESC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북미 지역이나 유럽형 수출 모델의 경우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관련 기술의 국산화가 필요하다.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에서도 8조5천억원에 달하는 매출 중 70%가 모듈에서 나오고 모듈 사업부의 성장 동력이 첨단 전자 부품이라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MEB 등 전자식 제동시스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차량 통합 제어시스템’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차량 통합 제어시스템은 자동차의 제동·조향·현가 등 개별 시스템을 통합 제어해 최적의 주행 안정성을 확보해주는 섀시 통합 제어시스템 기술과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해 차량 충돌을 억제하는 차간 거리 유지 장치 등 충돌을 사전에 예방해주는 능동형 안전 시스템을 결합한 개념이다.
하나의 전자제어장치(ECU)가 각종 전자시스템을 제어하고 각종 센서와 제어장치를 공용화해 원가도 절감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차량 통합 제어시스템이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는 고급형 전자제동장치인 MEB의 개발 성공을 통해 차량 통합 제어시스템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제동장치인 MEB, 제네시스에 적용되고 있는 현가장치인 에어서스펜션, 첨단 에어백 기술이 결합되면서 국산차의 차량 통합 제어시스템도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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