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출간 시기만 남았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 승인 2008.04.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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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취재 / 집필 끝마치고 최종 검토 단계 …비자금 조성 경위 등 비화 담아

 
노태우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이미 완성 단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에 따르면, 그는 오래전부터 회고록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집필을 모두 끝마치고 현재 최종 검토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출간 시기는 미납된 추징금(약 3백43억원)을 완납하는 직후로 잡고 있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이 동생 재우씨를 상대로 ‘비자금 찾기’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회고록의 출간을 서두르기 위한 일환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측근은 “어른은 모든 것을 빨리 정리하고자 하신다. 이미 회고록 준비는 거의 다 마쳤다. 여기에는 어른이 그동안 못다 한 말들이 모두 다 담겨 있다. 그 전에 추징금 문제를 완전히 마무리 짓고 역사와 국민 앞에 자신의 회고록을 공개하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하시다. 추징금이 어른에게는 평생의 오점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송도 나온 것이다”라고 전했다.
연희동 주변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할 말을 제대로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퇴임과 동시에 그는 엄청난 여론의 질타에 내몰렸다. 수천억 원의 비자금 조성과 6·29 선언의 진실 및 재임 시절의 갖가지 비리 등 숱한 의혹과 쏟아지는 비난의 소나기를 피하기에 급급했다. 한 측근의 말마따나 일일이 대응하고 해명할 엄두도 못낸 셈이다. 일각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견주어 노 전 대통령의 성향을 들기도 한다. ‘말로써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더 중히 여긴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출옥한 이후 측근들에게 “이제라도 해야 할 일은 우리가 한 일들을 제대로 기록함으로써 후세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옥중에서 회고록에 대한 집필 구상을 마쳤고, 출옥 후부터 곧바로 집필 작업에 착수했다는 전언이다. 꼼꼼한 성격답게 그는 재임 중 직접 기록한 수십 권의 노트를 기초로 삼아 주요 사안은 관계자들의 기록까지 남겼다고 한다.

12·12 쿠데타 등 관련한 역사적 증언 나올까

지금까지 전직 대통령 가운데 회고록을 남긴 이는 윤보선·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뿐이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은 갑작스런 하야와 임기 중 사망으로 회고록을 남기지 못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사망 직후에도 회고록 존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으나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것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이지만, 현재로서는 이와 관련해서 어떤 이야기도 나온 적이 없다. 다만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조갑제씨가 1999년 <월간조선>의 노 전 대통령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노태우 육성 회고록>을 출간했지만, 이는 자서전이 아닌 인터뷰 형식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 집필 작업에 깊숙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한 측근은 “회고록이 이미 완성 단계에 있는 것은 맞다. 상당히 오랫동안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출간이 늦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의 자세한 언급은 피했으나 최근 형제간의 소송 문제 등이 그 이유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일단 여기에는 노 전 대통령이 6공화국의 최대 업적으로 자부하는 북방 정책과 한반도 통일 문제를 상세히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원래 어른은 퇴임 후 북방 정책과 한반도 통일 문제에 관해서 더 많은 연구와 정책적 기여를 하고 싶어 하셨다. 비자금 조성의 목적도 그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퇴임 후 원활한 연구와 정책 활동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임기 중 경부고속전철이니 인천국제공항이니 하는 사업을 벌인 것도 다 북방 정책과 연관해서 구상한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측은 이번 소송전에서도 일부 비난 여론이 일자 “소송으로 동생과 조카의 재산을 모두 환수해서 추징금을 완납하는 데 쓰고, 남은 돈은 한반도의 통일과 북방 정책에 연구 기금으로 쓰였으면 한다”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에 대한 해명을 통해 나름으로 자신이 구상했던, 그러나 구속된 탓에 실천하지 못했던 계획을 기록으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이유에 대한 해명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자금 조성 경위에 대해 좀더 진실된 고해성사가 담겨 있을지, 아니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지는 앞으로 확인해볼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회고록 속에는 주요 사건마다 역사의 증인으로 남아 있는 노 전 대통령의의 고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하나회와 12·12 쿠데타, 6·29 선언 등의 진실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5공 청산 문제와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갈등, 1990년 3당 합당과 내각제 합의 각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갈등 등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들은 이미 회고록을 발표한 김 전 대통령의 내용과 상당 부분 배치될 것으로 알려져 향후 진실 공방에 따른 파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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