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입은 농가 먼저 걱정하는 ‘봉사 훈남’
  • 김지혜 기자 ()
  • 승인 2008.04.14 16: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류독감 방역 자원봉사하는 두승산씨

지난 4월8일 전북 정읍시 영원면 앵성리 노교마을의 적막한 오리농장 앞. 자원봉사자 두승산씨(36)가 혼자 하얀 방역복을 입고 차가 지나갈 때마다 소독약이 나오는 버튼을 눌러주고 있었다. 언론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마저 출입이 통제된 이곳은 3월31일부터 일대에 퍼지고 있는 조류독감의 최초 발병지다. 농장 옆에는 오리를 살처분해서 묻었다는 직사각형의 ‘오리무덤’이 있어 동네 분위기를 더욱 침울하게 만드는 듯했다. 조류독감 판정이 나온 이후 방제 인력이 모자라자 동네 젊은이들로 구성된 농민회, 의용소방대, 방범대가 시간이 될 때마다 순번을 정해서 번갈아가며 동네의 방역초소들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두씨와 같은 단체에 소속된 젊은이들이 농사일을 하는 틈틈이 무급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두씨는 “지역에서 발생한 어려운 일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오리농장주인들이 대부분 빚을 지고 있다.
이들의 형편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된다. 빨리 조류독감이 끝났으면 하는 생각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리농장주들이 앞으로 몇 년간 입을 타격에 비하면 우리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방역자원봉사자들에게 면역 주사나 복용약을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 발병지 바로 옆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중에 주사를 맞은 사람들이 없다”라고 행정 당국에 적절한 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방역복도 부족하고 간식비 같은 실비도 지원되지 않는 방역 현장에서 봉사자들은 모든 것을 자기 돈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의경이나 전경들이 많이 오지만 아직도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두씨는 “언론은 농가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해결책에 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타격을 받은 농민들은 너무나도 힘든데 조류독감의 원인을 밝히는 데에만 초점을 두는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오리나 닭 농가들이 하루빨리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원상회복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