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장수 만세’ 이뿌리에 달렸다
  • 박관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치과 조교수) ()
  • 승인 2008.04.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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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근단 염증, 충치에서 생기는 이뿌리 병…수술로 치료해야

 

나무는 뿌리에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해 자란다. 그 뿌리는 흙속에 숨겨져 있어 겉으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주는 고맙고도 소중한 존재다. 치아도 겉으로 드러나서 씹는 기능을 하고 새하얀 색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머리 부분이 나무의 줄기나 잎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면 나무의 뿌리처럼 숨어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뿌리가 있다.

이뿌리는 보통 치근이라고 부르는데 치아마다 1개에서 4개까지 다양하다. 앞니는 1개의 치근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금니로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서 큰 어금니에는 3개 또는 4개의 치근이 있다. 치근에 문제가 생기면 치아 전체가 큰 위기에 빠지게 된다. 치근에는 잇몸 뼛속을 지나는 혈관을 통하여 영양이 공급되고, 이 영양분이 치아 내부로 전달되어 치아가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

치근에 생기는 가장 흔한 질환은 치근단 염증이다. 평소에 잇몸 뼛속에 잘 묻혀 있어 외부로부터 침입을 당하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웬만해서는 염증이 잘 생기지 않는다. 이곳에 염증이 생기게 하는 원인은 거의 치아의 머리 부분에 있다. 치아의 머리 부분은 치관이라고 하는데 이 치관부에 가장 흔한 질환은 모두 충치(치아우식증)다.

충치는 초기 단계일 때 치관 표면이 조금 검게 변하는 정도이지만 진행이 되면 표면이 푸석푸석해지고 통증을 유발하며 더 심하게 진행되면 치아 내부의 치수라고 하는 부분에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치수는 치관에서 치근 부위까지 연결되어 있는데 치관의 치수에 생긴 염증을 그대로 놓아두게 되면 치근 부위의 치수까지 확대된다. 치근의 치수까지 확대된 염증이 치근 바깥쪽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면 치근을 둘러싸고 있는 치조골에 염증이 파급되어 치근단 염증이라는 질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초기에는 증상 없다 잇몸 붓고 치아 흔들려

이 질환은 대개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그 정도가 확대되고 심해지면 주변 잇몸뼈를 파괴하면서 마치 잇몸병이 심해진 것처럼 잇몸이 부어오르거나 잇몸 아래쪽에서 농이 나오기도 한다. 농이 배출되는 단계쯤에 이르면 치아 전체가 흔들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잇몸병의 경우도 치아 전체가 흔들리는 증상이 흔하므로 잇몸병으로 오인하는 분들도 많다. 치근단 염증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충치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간혹 충치의 치료 자체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 깊지 않은 충치가 생긴 부분을 치료하면서 메워놓은 재료가 원인이 되기도 하고 깊은 충치를 치료하기 위해 신경치료(근관 치료)를 해놓은 것이 장기간에 걸쳐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치근단 염증의 치료법은 두 가지로 나눌 수있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치료법은 염증의 원인을 제공하는 치수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치수가 제거된 부분은 몇 차례 소독과 세척을 한 후에 의료용 재료로 메워 넣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흔히 말하는 신경치료인데 치의학적인 용어로는 근관 치료라고 한다. 근관 치료를 하게 되면 대개는 통증이 사라지고 치근단에 생긴 염증도 차차 줄어들어 건강한 잇몸 뼈가 재생되면서 잇몸의 붓기도 줄어들고 치아의 흔들림도 줄어든다. 이러한 치근단 염증은 증상과 함께 엑스레이를 통해 확인하는데 증상이 줄어들더라도 엑스레이상에 염증의 정도가 줄어들지 않으면 수술로써 치료해야 한다. 수술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근관 치료가 마무리된 치아의 뿌리 쪽 잇몸을 절개해 염증이 생긴 치근 주변의 잇몸 뼈를 제거한후 치근의 끝부분을 수mm 잘라낸다. 잘라낸 치근의 끝부분은 재발을 하지 않도록 재료를 이용해 메워준 후 절개한 잇몸을 봉합해 준다.

두 번째로 치아의 뿌리가 여러 개로 이루어진 경우 근관 치료를 완료한 후 염증이 심한 치근만을 선택적으로 잘라서 뽑아내는 방법이 있다. 두 가지 방법은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치아의 상태에 따라 뿌리가 여러 개라도 첫 번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치근단 염증이 치근에 생기는 가장 흔한 질환이라면 좀더 심각한 질환으로는 치근단 낭종이라는 질환이 있다. 치근단 낭종은 치근 쪽 잇몸 뼛속에 두터운 막으로 둘러싸인 혹이 생기는 것이다. 치근단 염증이 별다른 증상 없이 오랜 기간 머물러 있다가 혹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치아가 외상을 받은 후 생기기도 하며 뚜렷한 원인을 발견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염증의 경우보다 심각한 이유는 그 크기가 커지면서 잇몸 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턱뼈까지 확대되어 치료가 좀더 복잡하고 커지기 때문이다.

치근단 낭종은 턱뼈까지 확대돼

일단 낭종으로 발전하게 되면 근관 치료와 같은 보존적인 방법으로 완치시키기가 어렵다. 대개 수술을 해야만 한다.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은 낭종의 경우는 치근단 염증과 수술 방법이 거의 동일하다. 크기가 커지게 되면 여러 개 치아의 치근을 한꺼번에 포함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므로 원인으로 생각되지 않는 치아까지모두 근관 치료를 해야 할 경우도 있다. 또한 수술 방법은 절개를 하는 부위가 훨씬 길어지고 낭종에 의해 파괴된 잇몸 뼈의 부분이 매우 넓어져 있으므로 낭종을 제거한 부위에 뼈의 이식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식하는 뼈는 대개 인공 뼈나 사람이나 동물의 뼈에서 추출되어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처리된 의료용 뼈를 사용하게 되고 그 범위가 너무 클 경우에는 자기 자신의 엉덩이 뼈의 일부를 떼어내어 사용하기도 한다. 대개 치근단 낭종은 커지더라도 자신의 뼈를 많이 떼어내야 할 정도로까지 커지는 경우는 적은 편이다.

이밖에 치근에 생기는 질병으로는 치근 파절이나 치근 노출증이 있다. 치근 파절은 과도한 저작력(씹는 힘)이나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데 치아의 뿌리가 부러지는 것을 말한다. 갑작스런 통증과 치아의 동요가 유발되고 대개는 발치를 해야만 해결된다. 치근 노출증은 치근 자신의 문제라기보다는 잇몸병과 같은 치근외적인 문제가 원인인데 잇몸과 치조골이 줄어들면서 치근이 외부로 드러나는 질환이다. 초기에 매우 시린 증상이 특징이며 잇몸병을 잘 치료하고 조절하면 외부로 드러난 상태로 큰 문제없이 지내게 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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